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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실증' 넘어 심사·재정관리로 학계 "폐쇄형 안 돼"

발행날짜: 2026-09-15 05:30:00 업데이트: 2026-09-15 06:59:51

심평원 영상심사·공단 이상징후 탐지…건보 관리체계 AI 전환
개원가 깜깜이 심사 우려…학계도 "개발·검증 과정 공개해야"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보건당국이 진료비 심사와 건강보험 재정 관리에 인공지능(AI)을 본격 도입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국가 단위 행정에 AI를 실제 적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불투명한 심사 기준이 의료체계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의료현장과 학계에서는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개발 및 검증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료진이 납득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AI 기반 심사 행정과 재정 관리 고도화 방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보건당국이 진료비 심사와 건강보험 재정 관리에 AI를 본격 도입하면서 의료계에서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심평원장은 취임 150일 기념 메시지를 통해 AI 기반 심사 행정 및 성과·가치 중심 심사체계 개편 계획을 공개했다.

심평원은 이달부터 무릎관절 분야 진료비 심사에 AI 의료영상 판독 결과를 시범 적용했으며, 향후 척추와 요로결석 분야로 단계적 확대를 추진한다. AI로 심사 효율성을 높이되, 최종 의학적 판단은 사람이 수행해 정확성과 책임성을 담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오는 12월부터는 '요양급여내역 실시간 확인시스템'을 도입한다. 의료기관이 환자의 기존 CT·MRI 촬영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불필요한 중복 촬영을 줄이고, 사후 삭감 중심에서 예측 가능한 심사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건보공단 역시 AI를 활용한 재정 누수 차단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기반 의료이용 이상징후 탐지 모델과 장기요양 부당청구 예측 모델을 개발해 사후 적발 중심의 관리체계를 사전 예방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불법개설기관의 부당청구 조사에 특화된 지식처리 시스템을 개발해 조사·분석 체계를 고도화한다.

보건당국의 AI 활용이 본격화되면서 건보 관리 방식은 사후 적발 중심에서 사전 예측·위험 탐지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AI 도입이 심사 일관성을 높이는 본연의 목적대로만 작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가 삭감 업무에 과도하게 관여할 경우, 현장 의료진이 삭감을 피하기 위해 AI 기준에 맹목적으로 맞추는 진료 행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AI의 판단 기준이 의료기관에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기존 심사 제도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한 개원의는 "심사 기준이 일관되고 예측 가능해진다면 AI 도입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지금도 심사 기준이 현장과 다르게 적용된다고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AI가 도입되면서 오히려 그 괴리가 커지고 심사 과정이 불투명해진다면 어느 누가 그 결과를 신뢰하겠는가"라며 "결과만 일방적으로 통보할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의료기관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AI는 어디까지나 의사의 진료를 보조해야지, 진료를 강제하는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정부의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보건의료당국이 AI를 단순 테스트(실증)하는 단계를 넘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실무에 적용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의미한 행보다. 무릎관절 등 평가 기준이 비교적 명확한 분야부터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단계적 접근도 적절하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가 AI 시스템을 '폐쇄형'으로 운영할 경우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심사 청구 등 민감한 영역에 AI가 적용되고 범위가 넓어질수록, 판단 기준과 정확도에 대한 현장의 신뢰가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는 개발·검증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간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개방형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의료계의 신뢰를 확보하는 동시에, 기술적 측면에서도 공정한 경쟁을 거쳐 우수한 성능의 민간 AI를 활용하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창민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장은 "국가 단위에서 AI를 의료 행정에 실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면서도 "정부의 AI 사용은 단순한 기술 적용을 넘어 의료현장의 신뢰도와 향후 산업적·보건의료적 파급효과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자체 모델을 비공개하는 폐쇄적 구조를 고수할 것이 아니라, 의료현장이 납득할 수 있도록 개발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입찰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수한 민간 AI 솔루션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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