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전면 강제시행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여론이 최고조로 가열됐던 27일 복지부의 방침을 병원협회가 조건부 수용함으로써 병원협회의 '내살림 챙기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병협이 법정단체화를 이룬 후 마련한 의료기관평가업무 위탁 수행 등 장기발전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선 정책적 차원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의협과의 극한 대립구도 설정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당초 병원협회는 복지부가 포괄수가제 개선방안을 내놓자 "제도운영의 기본시스템 개선보다는 시범사업 기간중 가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의 해결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으론 요양기관에 11월부터 전면 강제 적용하겠다는 계획에 "의료기관의 수용성을 고려해 요양기관 종별로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다.
의료계 전반에서는 병원협회가 이처럼 미지근하게 대응하는 속내에 대한 억측이 쏟아졌다. 억측들 가운데 포괄수가제와 의료기관평가를 '빅딜'할 것이란 가설이 가장 많은 동의를 얻었다.
이런 가설은 이날 복지부와 병협이 간담회를 통해 종합전문요양기관에 대한 포괄수가제 적용 시기를 6개월 간 미뤄 내년 5월부터 시행하고 올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의료기관평가 업무를 병원협회에 위탁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현실화됐다.
병협은 이번 합의를 통해 의료기관평가 수탁업무 수행이라는 당근을 얻는 대가로 의학회, 의협, 전공의협의회, 국립대병원장협의회, 사립대의료원장협의회 등 의료단체의 거선 반대에 부닥쳐 자칫 궁지에 몰릴 뻔했던 복지부에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의 골자는 대학병원들에 대해 포괄수가제 시행에 따른 손실분을 보전해준다는 것"이라며 포괄수가가 종별로 차등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대학병원들의 반발을 상당부분 무마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에 대한 반발이 의료계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병협이 이런 합의를 이룬 것은 의협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작용한 듯도 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의약분업 합의과정에서 의협이 병협을 일방적으로 배제함으로써 병원약국이 폐쇄되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결국 중소병원이 줄도산의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는 생각을 항상 가져왔다는 것이다.
또 기존의 병원표준화심사 업무와 함께 새로 '의료기관평가업무'까지 수행할 경우 향후 법정단체로써 회무 수행에 큰 이점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한 몫 거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병원표준화심사업무를 통해 얻는 수입이 1년 예산의 20%인 점을 감안할 때 의료기관평가 업무까지 수행하면 수입증대 효과가 배가된다는 점도 작용한 듯하다.
병협은 지금 법정단체 인정후 장기발전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이 속에는 ▲회원 가입 강제조항 신설 ▲회비 납부율 제고 ▲사업부서 신설을 통한 수입 증대 ▲특성별 병원회의 이해관계 조정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병원협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병협이)소탐대실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의료기관평가와 포괄수가제 수용이 '빅딜'의 대상은 아니다"라며 "아울러 의료계 분열을 가속화하는 부작용만 낳을 것"으로 우려했다.
또 "국회가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복지부는 의료기관평가와 관련한 예산이 한푼도 없는 상황"이라며 "병협이 알맹이는 없는 껍데기만 받아오면서 너무 인심을 잃는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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