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난 7월 시행된 전문병원 시범사업이 시행된지도 두 달이 넘었다. 중소병원의 특성화와 새로운 판로모색이라는 취지로 마련된 전문병원제도가 시행초기임에도 불구하고 해당병원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전문병원 시범기관을 대상으로 현 제도의 문제점과 보완책 그리고 발전방향 등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탐방기사를 준비했다. 이번 기획이 전문병원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대하는 정부와 병원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대장항문외과 등 13명 전문의 포진...연간 4천건 수술’
“고난도 수술과 난치병 연구의 메카로 자리잡아 세계화를 추구하는 전문병원의 위상을 세워나가겠습니다”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55, 조선의대 77년졸)은 전문병원 제도의 성공적인 모델로 성장하기 위한 향후 포부를 이같이 피력하고 병원의 특성화와 전문화에 따른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송파구 석촌동에 위치한 한솔병원(83병상)은 지하 1층, 지상 7층의 초현대식 건물로 대장항문외과를 주축으로 소화기내과, 소화기외과 등에서 13명의 전문의가 포진하고 있는 대장항문 전문의료기관이다.
지난 1990년 이동근 외과로 출발한 한솔병원은 이전신축과 증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며 치질센터와 복강경수술센터, 내시경센터, 건강증진센터 등 대장항문 분야에서 대학병원을 추월하는 전문병원의 명성을 이룩해왔다.
이같은 명성 뒤에는 1991년 국내 첫 레이저수술 시행에 이어 전자내시경과 전기갈바닉 물리치료, 항문초음파, Nd-YAG 레이저, 바이오 피드백 등 최첨단 의료장비와 더불어 한 해 4,000건에 이르는 대장항문술 시행이라는 우수 의료진의 노력이 배어있다.
“질환표기 신뢰감 당연”...수가 인상 등 재투자 여건 필요
지난 7월 전문병원 시범사업에 지정된 한솔병원은 복지부의 정책적 혜택(?)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별반 차이없는 병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동근 원장은 이같은 문제점을 정부의 의지부족과 제도적 미비점에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전문병원이라고 새로운 제도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이를 알리기 위한 홍보가 우선돼야 하는데 복지부가 지금까지 언론과 국민에게 알린 사항이 몇 건이나 되느냐”며 “더욱이 전문병원 지정병원에는 특정질환과 전문분야를 표기하지 말라고 하니 병원 자체적인 홍보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솔병원 건물 외벽에는 ‘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이라는 상징적인 글자만 쓰여있을 뿐 어느 질환이나 과목에서 전문병원을 지칭하는지는 도통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병원측은 “한솔병원이 대장항문 분야에서 많이 알려져 있다고는 하나 아직도 많은 시민들은 무슨 병원인지 알지 못하는게 현실”이라며 “원내에 특정질환을 표기하는 것 외에 대외적인 홍보에서는 어떠한 장점도 없어 환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당초의 취지는 퇴색된지 오래됐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 환자는 원내에 쓰여진 ‘복지부 지정 대장항문 전문병원’의 의미에 대해 “정부가 이 병원의 치료수준을 보장한다는 의미가 아니냐”고 말하고 “이는 병원의 신뢰도를 나타낸다는 뜻에서 나 뿐 아니라 병원을 찾는 다른 환자들에게도 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한다”며 질환표기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실제로 한솔병원이 시범사업 실시 후 환자수를 지난해 같은 기간(7~8월)과 비교한 결과, 2004년 한달 평균 4,000명선에서 올해에는 4,000명을 약간 상회하는데 그쳐 시범사업에 의한 효과라기 보다 사회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외에도 전문병원 시범사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적지 않다.
이동근 원장은 “전문병원이 제대로 된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전문병원과 개방병원, 요양병원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정책수립이 뒤따라야 한다”며 “현재 의원급에서 제기하는 질환표기에 대한 거부감을 의원과 전문병원간 개방병원제 도입으로 ‘윈-윈’ 할 수 있게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연수 등 의료진 경쟁력 유도...제도적 정책적 지원 절실”
특히 전문병원의 특성화 추진을 위한 재투자 여건조성도 주요 과제라는 지적이다.
다시말해 현재 중소병원에 한정된 수련병원 제도를 전문병원에 부여해 전문화된 질환에 대한 트레이닝을 통해 전공의와 병원의 상호육성을 도모하고, 종합전문요양기관 수준의 수가와 법인수준의 세율적용 및 융자 완화방안 등으로 병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자양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원장은 “한솔병원은 전문의들의 연구력 향상을 위해 개인 연구실과 해외학회 참석시 경비지원 등 대학병원 못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이러한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전문병원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시범사업에서 느끼는 문제점을 날까롭게 꼬집었다.
한솔병원은 전문병원의 현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침체된 중소병원의 활성화라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제도라는 점에서 전문병원의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내부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현재 OCS(전자처방전달시스템)와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등을 도입, 시행중인 한솔병원은 조만간 EMR(전자의무기록)을 구축해 의료정보화를 통한 의료의 질적 향상을 극대화시킨다는 복안이다.
또한 의료진에게 연간 1편의 SCI 논문을 작성하도록 독려하고 5년 근속 전문의에게 1년간의 장기연수를 시행해 임상과 더불어 연구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근 원장은 “향후 3년이내 대장암 연구소를 개설해 의료진의 연구력 극대화를 추구함과 동시에 문화적 요소를 가미한 갤러리용 별관을 증축해 환자의 만족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며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전문병원제도가 빠르게 정착돼 의사와 환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속의 전문병원으로 우뚝서기 위한 한솔병원의 야심찬 청사진은 전문병원제도의 성공 유무에 따라 극명한 대비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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