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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화가 경쟁력"...빅5, '암' 전쟁에 사활

안창욱
발행날짜: 2005-12-06 07:10:48

삼성서울 등 대거 가세, 중대형병원 "과잉경쟁만 촉발"

|특별기획|대형병원 암전쟁, 약인가 독인가

국내 대형병원들이 잇따라 암센터 건립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다 국립대병원들도 지역암센터를 속속 개원하면서 암 경쟁력 강화론과 병원 과잉공급과 중대형병원 경쟁력 하락으로 인한 위기론이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병원의 암센터 확충과 문제점, 공존 대안은 없는가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대형병원 암전쟁, 그들만의 잔치
2.떨고 있는 중대형병원과 암전문의
3.의료체계 정상화, 상생의 길은 있다
국내 빅5 암센터 경쟁적 건립

올해 대형병원의 가장 큰 화두는 세계적 경쟁력 확보다. 대형병원들이 잇따라 암센터 증축계획을 발표하며 병상 증축에 나서자 나머지 대학병원들은 중장기 비전을 선포하며 살길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대형병원의 초대형화에 불을 지핀 것은 삼성서울병원이다. 삼성서울병원은 2003년 ‘비전 2010’을 발표하면서 아시아 의료 허브화를 위해 700병상 규모의 삼성암센터를 건립하겠다고 선언했고, 지난해 공사에 들어가 2007년 하반기 개원을 앞두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2007년 말 600병상 규모의 신관 암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며, 이렇게 되면 병상 규모는 2,800병상 규모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세브란스병원은 올해 1004병상 규모의 새병원을 개원한데 이어 2008년 3월 500병상 규모의 암전문병원을 짓기로 했다.

가톨릭의료원은 2008년말까지 현 가톨릭의대 부지에 1,200병상 규모의 새병원을 지으면 암센터와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장기이식센터 등을 새롭게 개원한다는 구상이다.

서울대병원은 아직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암센터 건립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지방은 국립대병원이 '맹주'

그렇다면 이들 대형병원들이 경쟁적으로 암센터 건립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이들 병원들은 하나같이 세계 최고의 암센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병원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용’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국제용’이란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의 경우 암환자가 전체 입원환자의 30~40%에 육박할 정도로 환자들이 폭주하고 있어 현 병상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현실도 병상 증축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삼성서울병원 유병철 암센터 소장은 “유방암 환자가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면서 “암환자가 늘면서 진료수준의 질적 향상을 요구받고 있다”며 센터 증축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대형병원 뿐만 아니라 국립대병원들의 지역암센터 설립도 주목할만하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역암센터로 지정된 국립대병원은 앞으로 지방 암환자들이 서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지역 맹주’로 자리 잡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미 2004년 전남대병원, 경상대병원, 전북대병원이, 올해 부산대병원, 충남대병원, 경북대병원이 복지부 지역암센터로 지정받아 200여억원의 지원을 받았고, 내년에는 3개 국립대병원이 추가로 선정된다.

여기에다 원자력의학원 동남권분원이 2008년 300병상 규모로 개원하고,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미국 최고 수준의 암 전문병원을 부산진해에 유치하겠다고 뛰어들었다.

이들 병원이 속속 암센터 개원하는 2008년이면 줄잡아도 4000병상 이상이 늘어나는 셈이다.

#i3#중대형병원 살길찾기 고심

서울에서는 민간 대형병원이, 지방에서는 국립대병원이 앞 다퉈 암센터를 건립하자 나머지 대학병원들은 초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고대의료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국립암센터 등이 중장기 비전을 선포하며 경쟁력 강화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국내 현실에서 암은 환자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아 중대형병원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대학병원에서 “암이 무너지면 병원이 무너진다”고까지 표현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고대 안암병원 한 교수는 “대형병원들이 국제적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분을 내걸고 암센터 건립에 나섰지만 이는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과잉경쟁을 촉발하고, 일부 대학병원을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적인 암센터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인력 양성 계획이나 진료체계 개선 등 소프트웨어 투자계획도 함께 나와야 한다.

하지만 이들 대형병원들이 병상 증축이라는 하드웨어에 투자를 집중하자 대학병원들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내 입지 강화를 노린 ‘국내용’ 전술이라고 비판하고, 향후 어떤 여파를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급성기병상이 과잉공급된 상태라는 점에서 이들 병원들이 암센터를 개원해 병상이 크게 늘어나면 암환자 쏠림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대학병원도 더이상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암센터 허대석 소장은 “우리나라는 의료전달체계가 유명무실해 시장논리상 대형화가 곧 경쟁력이며, 살아남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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