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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논란' 의료계 구심점 깬다

조형철
발행날짜: 2003-10-29 07:58:31

전문-일반의 갈등 조짐...의협, 실마리 풀어야

|이슈추적|'간판 논란'의 끝은 어디인가

최근 의료법시행규칙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간판과 관련 진료과목 글자크기 제한규정에 대한 논란이 의료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1일 발표된 의료법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명칭표시판에는 의료기관 명칭, 전화번호, 의료인의 면허번호, 성명만을 표시할 수 있으나 장소가 협소하거나 부득이 한 경우 진료과목을 병행표기하되 의원명칭 대비 2분의 1이하로 글자크기를 제한했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에 따르면 규정된 의원명칭 대비 진료과목의 글자크기(명칭대비 2분의1)를 위반시 1차 시정명령 후 2차에는 영업정지 15일 처분을 받게된다.

그러나 '진료과목'이라는 글자표기가 현저히 작거나 아예 기재하지 않아 환자로 하여금 일반의를 전문의로 오인, 고발조치될 경우 허위광고 행위로 3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홍길동진료과목내과의원'의 경우 '홍길동'이라는 명칭 대비 '내과'라는 진료과 명칭이 2분의 1이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결국 작아진 '내과' 글자크기만큼 '진료과목'이라는 글자의 크기도 마찬가지로 작아져야 진료과를 강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협은 '진료과목'이란 기재가 없을 때만으로 한정, 해석하고 있어 향후 실제사례 발생시 상당한 혼란이 우려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간판을 교체해야 하는 일부 개원의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규제완화 여부 논란, 의협 이사 퇴진요구, 진료과목별 갈등, 일반의 차별논란, 처벌수위 논란 등 많은 이슈들을 생산해냈다.

이와 관련 의협은 개정 전 진료과목을 간판에 표시할 수 없었으나 이번 개정안 제29조에 진료과목을 함께 표시할 수 있다는 근거를 포함시켰고 2006년 전문과목만을 표시할 수 있게하는 안을 삭제하는 등 전체적인 부분에서 금번 개정이 규제완화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법 자체에 근거가 없었다면 글자크기 제한이 없는 옥외광고물법 당연적용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의료법으로 국한시켜 규제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표면위로 떠오른 전문의와 일반의 갈등
이번 간판 글자크기 논란은 9개과 개원의협의회가 현행 2분의 1보다 작은 3분의 1크기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논란이 규제완화 여부를 떠나 전문의와 일반의와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의협에 따르면 내과, 소아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정신과, 방사선과, 재활의학과 등 9개과 개원의협의회는 복지부 원안인 진료과목 글자크기 ⅓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반개원의협회 김길준 회장은 최근 열린 총회에서 “개원의협의회 두 개과 정도에서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개과를 제외하고 각 과별로 내부적으로 찬반 논쟁이 치열한 만큼 좀더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대응 방침을 결정하자”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가나다군 문제로 의협이 치열한 소모전을 벌인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제 다시 일반의 전문의로 나눈다면 이러한 분열양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총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간판 문제는 제2의 가나다군 논쟁이다. '너는 일반의이다'라는 것을 낙인 찍는 것인데 참을 수 없다”며 “강력히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개원의협회 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문의가 개원해 1차진료를 보는 것과 일반의가 전문 진료과목을 정해 진료하는 것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한 개원의는 "전문의가 개원해서 감기진료를 하는 것과 일반의가 감기진료를 하는 것의 차이점은 없을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일반의가 자신있는 전문 진료과목을 표방하고 진료하는 것은 같은 의사로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과개원의협의회 장동익 회장은 "전문의를 찾는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줄 필요성이 있다"며 "인턴 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전문의들의 권익도 고려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종근 회장은 "일반의만 문제가 아니라 일부 전문의들도 전공만으로 병원경영이 어려운 경우 다른 진료과목을 표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의료계의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진료과목별 적정 의사인력 수급과 직결되는 문제로 생존이 힘든 진료과목은 우리나라 개원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을까 우려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이번 의료법시행규칙 개정은 당초 환자들의 알 권리확보를 위한 것으로 그 근본취지를 인식하고 의료계의 중론 분열을 막는 한편 근본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이 이번 시행규칙 입법예고 당시 의협(신상진 집행부)이 회원들의 중론을 수렴한 의견을 복지부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의혹 때문이므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의료계 인사는 "정치권에서의 재신임처럼 의료계도 간판문제와 관련 여론을 재수렴해 정확한 중론을 정하고 사태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중지를 모은 후에는 반대했던 이들을 신속히 설득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의협 권용진 부대변인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진료과목 병행표기시 글자 크기 제한 문제는 전문의와 일반의 사이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회원들의 중론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의료계 인사는 9개과 개원의협회가 3분의 1안에 찬성했다는 것과 관련 "각 개원의협의회 또한 공청회 같은 투명한 여론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취합한 의협의 공식적인 안을 복지부에 제시하면 의료계 내 '간판논란'은 끝난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의료계 내부갈등 양상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의협의 신속한 중론수렴과 결과에 따른 의료계의 대동단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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