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항암제와 효능이 유사한 반면 현저하게 비싼 신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처방을 원하는 환자가 적지 않아 진료현장에서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암센터 허대석 소장은 24일 한국임상암학회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진료현장의 딜레마에 대해 발표했다.
허대석 소장은 “최근 국내에 도입되고 있는 항암제의 경우 반응률이 10%에도 이르지 못하지만 신약으로 인정받은 게 드물지 않다”면서 “이들 약은 환자에 따라 효과가 있기도 하고, 부작용만 우려되지만 신약으로 허가 받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때 몇 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효능을 보일 때 효과가 있다고 판정하는 것이 근거 있는 것인지 암 전문의로서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허 소장은 췌장암 환자에게 현재 널리 사용되는 항암제(gemcitabine)에다 신약인 ‘erlotinib’을 추가 처방하면 반응률이 8.6%에 불과하지만 임상연구에서 통계적으로 유의(p=0.025)하게 생존기간이 연장된 것으로 관찰된 사례를 소개했다.
이 자료에 근거해 erlotinib은 미국 FDA 허가를 받았고, 식약청도 췌장암에 유효한 항암제로 올해 허가한 상태다.
그러나 생존기간이 0.46개월 연장된 것에 불과하고 부작용이 있는 항암제여서 이 정도 생명 연장을 위해 부작용을 감수하는 게 ‘임상적 의미’가 있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 환자나 의료진마다 시각이 다를 수 있다고 털어놨다.
허 소장은 “또 다른 문제는 1개월간 약가만도 200만원을 상회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사회나 제도는 약물의 효과에 대한 근거를 흑백논리로 이원화해 판단하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진료현장에서는 일정 비율의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할 수 있을 뿐이어서 효과가 있다는 판단 근거나 급여기준을 설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허 소장은 “최근 판매되고 있는 항암제 신약은 기존의 약물 효능을 조금 향상시키거나, 부작용을 약간 감소시킨 것이 대부분이지만 기존 약물에 비해 가격이 현저히 비싸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건강보험에서 모두 재정을 감당하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어, 급여 기준에 포함되지 못하고 환자 부담으로 돌아가면서 진료현장에서 많은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허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신약 개발과정에서 허가 취득을 위한 임상연구는 다국적 제약사의 지원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IIT)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임상 결과가 특정제품의 판매 촉진에 이용된다는 보장이 없다면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에 대해 제약사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서 “이런 이유로 선진국들은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에 주도적인 투자를 하면서 공공의료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의료현실에서 어떤 치료가 가장 적절한지 자료를 모으는 임상연구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