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병원계의 신중한 대응에는 집행부의 표정관리가 숨겨져 있다는 지적이다.
병원협회에 따르면, 당초 24일 의료법 개정 관련 강력한 반대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던 ‘성명서’가 ‘건의서’로 위축된 채 발표시기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병협은 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싼 의료계의 강경입장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23일 복지부 의료정책팀이 참여한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고 주요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식 논의를 갖고 병원계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채택키로 하고 기획실에서 문구작업에 돌입한 상태였다.
다음날(24일) 기획실에서 작성된 성명서에 대한 회장단의 인준 과정 중 이사진간의 의견이 다르고 표현문구의 수위조절도 맞추지 못해 결국, 이날 오후 국제병원연맹(IHF) 참석차 스위스로 출발한 김철수 회장의 최종 인준이 부회장단에 위임되는 웃지못할 촌극이 연출됐다.
이같은 입장변화의 이면에는 복지부 정책방향을 직시해 ‘얻을 것은 얻고, 줄 건 주자’는 식의 실리적인 사고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의료법 개정안 중 병협의 의견이 반영된 장례식장을 병원의 부수시설로 인정한 ‘장례식장 설치 양성화’ 등을 성과로 보고 있으며 의협과 다른 입장을 취한 ‘의원급에 당직의사 의무화’ 및 ‘간호조무사의 진료보조 업무 명시’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다보니 의료법 개정안이 주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혼재되어 있어 강력한 반대입장인 성명서 보다 협조공문 차원의 건의서로 형식을 바꾸고 문구도 부드럽게 고치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병협 고위관계자는 “병원계의 특성상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명분이 아닌 실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의료법 개정안의 문제점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공개적인 의견표출에는 문구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식입장을 빠르게 전달할 필요가 없다는데 집행부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의료법 개정안을 전면 반대하는 개원가의 분노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소병원과 대형병원간 각 항목별 상이한 입장으로 판단을 보류중인 병협의 태도를 의료계가 어떻게 바라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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