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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료인들 "그간 박쥐처럼 살아왔다"

안창욱
발행날짜: 2008-01-08 12:44:30

헌재 위헌판결까지 불이익 감수…"제도, 편견 희생양"

“의사, 한의사 면허를 모두 취득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공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복수면허 의료인들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 우리는 잘못된 제도와 편견의 희생양이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복수면허 의료인에 대해 1개 의료기관만을 개설하도록 한 의료법 규정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들 복수면허 의료인들은 여전히 의사집단에도, 한의사집단에도 당당히 참여하지 못하는 주변인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 모두 하더라도 한쪽 진료비만 받아야 하는 역차별을 받아왔지만 소수자의 비애를 삼키며 큰 소리 한번 제대로 치지 못하는 처지를 감수해야 했다.

경희한의대 L교수는 모교에서 한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바로 경희의대에 입학해 의사면허까지 딴 복수면허자다.

L교수는 이후 내과 전문의와 의학박사학위를 취득해 현재 경희한의대 조교수로 재임중이다.

이와 함께 L교수는 의대 부속병원에서 한방병원 중환자실로 파견돼 응급환자 처치 및 처방을 맡고 있다.

하지만 L교수는 내과 전문의이지만 의대 부속병원 내과가 아닌 신경과에서 파견한 일반의 신분으로 한방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의대 부속병원 전문의들은 한방병원에서 파견근무하길 꺼리지만 한방병원은 응급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반드시 의사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복수면허자인 L교수가 적격이지만 내과에서 임용하길 거부해 부득이하게 신경과에 적을 올린 채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 신분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L교수는 한방병원 의료진들 역시 한의학적 처방을 내는 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자 오로지 부수적인 양방 처방만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L교수는 20년 이상 근무해 선택진료의사 자격이 되지만 의대 부속병원에서도, 한방병원에서도 인정하지 않아 만년 일반의 신세다.

그는 “20년 이상 일반의로 진료할 수밖에 없는 복수면허자의 고충에 대해 누가 알겠느냐”고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 복수면허자의 양방, 한방 의료행위가 모두 인정되면 기본권리를 찾지 않겠느냐”면서 “이렇게 되면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장점을 살려 치료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의대 민병일(생리학교실) 교수도 L교수보다 먼저 그 험한 길을 걸었다.

민 교수 역시 경희한의대와 경희의대를 졸업한 복수면허자이며, 인턴 과정을 거쳐 L교수가 근무하던 한방병원 중환자실 파견의사로 3년여간 근무했다.

민 교수는 “한방병원에 적용하려고 무지 애를 썼지만 안되더라”면서 “부속병원에서는 한의사로 취급하고, 한방병원에서는 의사로 간주해 그야말로 왕따나 다를 바 없었다”고 떠올렸다.

특히 민 교수는 의학과 한의학을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복수면허를 취득했지만 막상 두 개 면허를 따보니 개업을 하거나 한방병원 중환자실에 남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자 민 교수는 신경생리학을 전공하기 위해 일본 규슈대 유학길을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민 교수는 일본 규슈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테니시 주립대 박사후과정을 거쳐 경희한의대와 경희의대 교수로 뒤늦게 당당히 입성했다.

민 교수는 “공부를 더 한 것을 바보로 취급하는 게 복수면허”라면서 “우리는 잘못된 제도와 편견의 희생양이다”고 못 박았다.

복수면허자로 개원한 J원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J원장은 “공부해서 양쪽 면허를 딴 건데 한쪽을 못하게 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느냐”고 지적하면서 “양방은 한방에 대해, 한방은 양방에 대해 모르니까 서로 무시하거나 신비화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까지 복수면허자들은 소수이다보니 부당한 취급을 받아도 참아야 했고, 의협과 한의협, 의사, 한의사들 눈치를 보면서 마치 박쥐처럼 살아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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