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가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감기약 처방의 문제점을 집중조명한 EBS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제작진은 의사들에게 처방한 약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하고 나섰다.
EBS 다큐프라임 ‘감기’를 제작한 황정원 PD는 27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의사협회로부터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어떠한 항의나 문제제기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의협 왕상한 법제이사는 26일 상임이사회에서 “EBS 보도로 한국 의사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약을 쓴다는 오해를 일반 국민들에게 야기할 것이 우려된다”면서 “방송금지 가처분신청, 부작위소송, 반론보도·정정보도 신청,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황정원 PD는 “감기환자에게 약 처방이 많은 것은 의사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의식도 한 몫을 하고 있다”면서 “프로그램을 제작한 의도는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공론화해 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황 PD는 다큐프라임 시청자게시판에도 “다큐멘터리 ‘감기’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약 오남용 실태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기획했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방송에서 외국의 수많은 전문가들은 감기약의 부작용을 절대 무시할 수 없으며, 항생제인 경우 치명적이기까지 하다고 강조했다”고 환기시켰다.
황 PD는 의사와 환자 모두 의식을 바꿔야 건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들은 약을 처방하지 않으면 환자가 진료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진료비 내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불필요하더라도 약을 처방해준다고 말한다”면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이러한 오해가 쌓여 우리 몸은 점점 더 많은 약을 먹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황 PD는 의사들이 약의 득과 실에 대해 환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환자들에게 증상의 의미, 약의 득과 실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무리가 있겠지만 의사로부터 한번 제대로 설명을 들은 환자는 그 기억을 평생 간직할 것이며, 의사가 약이 필요없다고 진단한 질병이라면 다음에 같은 증상이 일어나도 그 환자는 의사에게 찾아오지 않아도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기다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그는 “그런 환자들이 하나둘 늘어갈수록 진정으로 의사의 진료와 조언, 처방을 필요로 하는 중증환자들이 충분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소위 말하는 3분 진료도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불필요하게 처방되는 약값을 줄인다면 건강보험료도 진정으로 약이 필요한 중증환자들을 위해 더욱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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