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 4개월을 맞고 있지만 여전히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경쟁관계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고, 요양전달체계는 구호에 그치고 있다. 또한 요양병원들은 진료비 출혈경쟁을 벌일 정도로 무한 생존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반면 노인의료의 질은 위기 신호가 들어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의 실태를 분석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편)돈 없어 치료포기하는 노인들
(2편)요양병원 ‘의료의 질’ 위기신호
(3편)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
(4편)일본 개호보험의 교훈
“요양병원에 1년 정도 부모님을 모셨습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요양등급을 받고 나니 효심이 절로 생기더군요. 요양병원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서 결국 비용이 싼 요양시설로 모셨습니다. 간병인이 한층에 1~2명뿐인데 밤에는 5층 건물에 1명만 남아 기저귀만 갈러 다니더군요. 이중으로 불효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된 지 3개월이 경과했지만 요양시설 입소노인들이 의료의 사각지대에 처해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이 요양병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최근 요양병원 원장 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요양병원 80% "노인장기요양보험은 현대판 고려장"
설문조사 결과 요양병원 원장들은 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노인의료의 질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45명 가운데 36명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시각에 동의했다. 이중 17명은 동의한다고 응답했고, 19명은 일부 동의를 표시했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반응은 8명에 지나지 않았다.
요양병원장들은 왜 이 같은 시각을 갖고 있을까?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재활이나 치료가 필요한 환자군은 병원에서 케어를 받고 단순요양 노인들이 요양시설에 입소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이 같은 선순환 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요양병원 관계자들은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노인환자들이 요양시설로 몰리고 있으며, 이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증 환자들이 요양시설로 가고 있다"
요양병원장 45명 모두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후 계속 입원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이 퇴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전체 입원환자에서 퇴원한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을 묻자 원장 가운데 20명은 6~10%라고 대답했고, 11명은 1~5%, 6명은 11~15%, 4명은 16~20%라고 적었다. 21% 이상이라는 응답도 4명이나 됐다.
A요양병원 원장은 “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면서 한달에 2~3명에 불과했던 퇴원환자들이 10명 정도로 크게 늘었고, 퇴원을 하겠다는 노인환자들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요양병원장 45명 중 37명은 요양병원을 퇴원한 노인환자들이 주로 요양시설이나 요양원으로 전원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계속 치료를 포기하고, 퇴원하는 노인들의 건강상태는 어떨까?
요양병원 원장들에게 복수응답하도록 하자 '의료고도' 상태라는 응답이 2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의료중도(18명)', ‘의료최고도(13명)’, ‘문제행동군(7명)’, ‘인지장애군(6명)’, ‘기능저하군(3명)’ 등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기능저하군→인지장애군→문제행동군→의료중도→의료고도→의료최고도로 갈수록 중증도가 높다. 일례로 의료최고도는 와상 상태를 말한다.
요양시설로 전원하는 게 타당하지 않은 환자군이 어떤 것이냐고 묻자 35명은 ‘의료최고도’를, 33명은 ‘의료고도’를, 20명은 ‘의료중도’를, 18명은 ‘문제행동군’을, 6명은 ‘인지장애군’을, 1명은 ‘기능저하군’을 각각 거론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노인 상당수가 현재 요양시설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B요양병원 원장은 “요양시설로 옮겨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군이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환자 상태를 설명해도 퇴원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최고도나 의료고도 환자들이 병원에서 지속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요양시설로 간 환자 중에는 상태가 급속히 악화돼 큰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들 노인들이 요양시설로 전원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요양보험이 노인건강 위협"
응답자 중 44명은 요양병원의 간병비를 포함한 과도한 진료비 부담 때문에 퇴원했다고 생각했다.
요양시설에 환자를 둔 보호자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김 모씨는 “진료비 부담이 너무 커 요양시설에 모시기는 했지만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요양등급 판정을 받았는데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고 해서 간병비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효자병원 한일우 원장은 “환자들도 자신이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불안감을 가진 채 요양시설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올바른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요양병원 원장들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노인들의 건강한 노후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데 회의적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노인들의 건강한 노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14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3명에 불과했고, 일부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24명이나 나왔다.
C요양병원 원장은 “정부가 요양시설에서도 의료적 처치가 가능하다고 홍보하며 환자들을 혼란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인요양병원협회 박인수 회장은 “환자들이 요양시설로 이동하는 이유는 간병비 부담 때문”이라며 “요양등급 1-2등급으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하더라도 간병비를 지급해 치료를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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