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밀번호 변경안내 주기적인 비밀번호 변경으로 개인정보를 지켜주세요.
안전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변경해주세요.
※ 비밀번호는 마이페이지에서도 변경 가능합니다.
30일간 보이지 않기
  • 정책
  • 제도・법률

의료사고 배상책임 대란이 다가온다<3-完 >

전경수
발행날짜: 2004-04-01 06:54:04

"단순 공공논리는 위험"...'의사소유보험회사' 대안 부각

|기획|의료사고 리스크 관리방안을 모색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의료사고분쟁조정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것이 벌써 1994년이니, 기간으로만 10년이고 회기로는 14대부터 16대까지 3대를 거치도록 이 법안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곧 16대 회기가 끝나면 이원형 의원이 제출했던 법안도 자동폐기된다. 국가 차원의 의료사고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이같은 상황에서 의사들이 그나마 자구책으로서 의존하고 있는 의협 공제와 민간보험사의 의료배상책임보험이 지닌 문제점들을 진단해 보고 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제1부|외면받는 의협공제...배상보험 선호
|제2부|의료배상 책임보험의 허실(虛實)
|제3부|의료사고 리스크 관리의 새로운 접근
----------------------------------------
10년 넘도록 표류하고 있는 의료분쟁법
지금까지 의료사고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방안들은 주로 ‘의료분쟁조정법’의 제정이라는 쟁점을 둘러싸고 이뤄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벌써 14대 국회부터 16대 국회까지 3번이나 법안이 제출됐음에도 불구하고, 무과실사고의 보상, 형사처벌특례,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의무화 등의 쟁점에 부딪혀 매번 좌초됐고 앞으로도 이같은 매듭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의료분쟁법의 이같은 내용들이 민간의료비중이 절대적인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지 않고 시장경쟁원리를 심하게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이처럼 국가적인 차원의 해결책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의료사고 관련 소송은 매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의협공제나 민간보험들도 문제점 투성이다.

따라서 보험학계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이같은 전반적인 상황이 1970년대 중반 미국 의료계를 휩쓸고 지나간 ‘의료사고 배상책임 대란’과 같은 사태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 70년대 '의료사고 배상책임위기’직전과 유사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국민의 권리의식이 상승하면서 의료사고를 법적분쟁으로 끌고 가는 비율이 급증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미 1970년대에 이와 유사한 사태에 직면했다.

미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의료사고의 리스크 관리를 전적으로 민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1970년대에 의료사고 건수가 급증하고 엄청난 보상액 판결들이 속속 터지면서 민간보험사들이 두 손을 들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손해율을 견뎌내지 못하고 의사배상 책임보험시장에서 상품을 거둬들이거나 줄줄이 퇴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손해율이나 가입율에서 취약하기 그지없는 우리나라의 의료배상보험도 이같이 붕괴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국내 의사배상보험을 실질적으로 모두 관리하고 있는 재보험사 코리안리 관계자는 “국내 의사배상보험 시장의 전망이 결코 밝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면서 “보험사들의 입장에서는 수익이 나오는 다른 보험상품에 비교하면 이 분야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일단 최근 3년 사이에 보험료가 무려 150% 정도 올려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전체 보험 재정이 위태롭다는 단적인 증거다. 업계에 따르면 이 기간의 보험료 상승은 대부분 손해율을 벌충하기 위한 조치들이었기 때문이다.

코리안리 특종보험부 김준식 대리는 “민간보험사들이 수익성이 안 좋은 의사배상보험에서 발을 빼는 것은 사실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한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 상품을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과 보험요율이나 손해율을 비교할 자료를 찾기 어려울 만큼 이 분야가 보험업계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현실”이라고 그는 말한다.

"의사들이 만드는 배상보험이 필요하다"
보험의 기본취지에도 위배되는 민간배상보험

재정적 기반은 차치하고서라도 국내 민간보험사들의 서비스가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점들도 보험상품의 존속이유를 퇴색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의사배상보험 상품들이 무과실 의료사고를 보상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과, 국내 보험사들이 의료사고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분석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청년의사 이왕준 대표는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구제가 자동차보험이나 화재보험 등 다른 상품과 달리 현재 민간보험에서 전혀 보상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의사가 직면할 지도 모르는 불가항력적인 위험에 대한 보상이 보장돼야만 보험의 근본취지에 맞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병준 대구경북상임대표는 “자동차 보험의 경우 모든 가입자에 대해 사고경력 등 정보가 축적되고 이것이 보험료산정의 기초가 되듯이, 의료인들의 분쟁기록 등에 대한 정보 분석과 평가가 이뤄져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정하고 의료의 질을 높이는 작업에 까지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먹구구식으로 미국의 보험료 산정방식이나, 재보험사의 산정방식을 그대로 갖다가 사용하기때문에 안정적인 보험관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입률 자체가 낮아서 보험료를 높게 받을 수밖에 없고, 보험료가 높아지면 다시 가입률이 낮아지는 악순환도 가장 치명적인 결함으로 지적되고 있다.

"손쉬운 공공의 칼날은 위험"

이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될 수 있는 ‘손쉬운 유혹’의 하나는 역시 여기에 공공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이다.

의료분쟁조정법안에서 추진되었듯이 의료배상공제조합을 만들거나 모든 의사가 배상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법제화를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게 되면 일순간 보험재정의 파이가 확보되고 일순간에 보험료는 내려가고 보장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로 민간자본에 의해 형성된 우리나라의 의료에 또다시 그같은 공공의 규제를 들이대는 것은 중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병준 상임대표는 "이 경우 공제조합이 독점 서비스 공급자로 등장해서 의사들은 보험료가 비싸거나 서비스가 불량해도 다른 보험자를 선택할 수 없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가입을 거부할 수 없는 등 시장질서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재 건강보험의 독점적 체제가 갖고 있는 폐해들이 의사배상보험에도 또다시 고스란히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인 것이다.

#i5#유력한 대안 '의사소유보험회사'

이같은 상황에서 자유시장원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민간보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보험학계 내부에서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대안의 하나가 바로 '의사들이 직접 만드는 의사배상보험 전문회사'이다.

이는 실제로 1970년대 중반 미국의 배상책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처음 생겨난 형태로서, 의료사고는 급증하는데 보험을 가입할 수 없게 된 많은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의료배상책임보험만을 판매하는 보험사를 설립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를 ‘의사소유보험회사’라고 하는데 보통 주식회사 형태보다 보험계약자인 의사들이 직접 소유주가 되는 상호회사의 형태로 해서, 보험계약자인 의사들이 소유권과 경영참여권을 직접 행사하는 기업형태가 된다.

목원대학교 금융보험학과 이정호 교수는 의사소유보험회사를 의료배상의 리스크 관리방안의 유력한 대안의 하나로 제시하면서 다음과 같은 장점들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의사소유보험회사는 “가입자들의 위험을 평가하는데 일반 보험회사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큰 의사들의 보험료를 높이는 등 효율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의사들은 의료 전문가인 동료의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거나 확보하기 쉽기 때문에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리스크 관리에 매우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의사소유보험회사는 일반 보험사에 비해 경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요인들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다.

일단 상호회사의 형태가 되면 보통 비영리조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세금혜택이 가능해 진다. 또 전문의료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므로 의료사고발생시 책임소재 규명에 직접 나서므로 별도의 인건비용이 들지 않는다.

기존 민영회사들은 보험상품판매를 위해 직원이 직접 판매를 하거나 모집인, 중개인, 대리점을 이용해야 만하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의사소유보험회사는 의료인 사회에 이미 형성돼 있는 기존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된다는 장점도 있다.

이정효 교수는 다만 경영기술이나 법률문제 등에 대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으므로 아웃소싱 형태로 다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으로 보완을 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조언한다.

의료사고 대처법 지도할 전문가조차 없는 현실

민간 배상보험이나 의협 공제상품 외에 별다른 의료사고의 리스크 관리방법이 없는 의사들이 당장 할 수 있는 것이라면 평소에 의료사고의 예방과 대처법에 대해 충분히 숙지를 하고 조심하는 것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의 추산에 따르면 전체 보험재정규모가 1,700억원 정도에 그칠 만큼 워낙 보험계 내에서도 그 비중이 작다보니 당장 국내에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조차 많지 않은 형편이다.

소위 말해 '돈이 되지 않는 분야'다 보니, 뚜렷한 연구실적도 없고 전문가들도 양산되지 않아 제대로된 교육도 힘들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지평 김성수 변호사는 “먼저 의과대학 교육과정이나 의사들의 보수교육에서 의료법이나 의료윤리등 교육이 보강돼야 하고, 각 협회차원에서도 의료사고 발생시 대처방법 등에 대한 연수교육 프로그램을 가능한 많이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이뤄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일순간 눈앞에 닥쳐올 지도 모르는 의료사고 배상책임의 '대란'사태를 내다보면서 이제는 의료계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부터 심각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댓글
새로고침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
더보기
이메일 무단수집 거부
메디칼타임즈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방법을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