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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도 놀란 'CT 판결'

조형철
발행날짜: 2004-12-23 12:13:23
올해 초 K한방병원이 CT를 불법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자 서초구보건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의료계는 이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움직임으로 보고 의협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고 이에 영상의학회가 보조참가자로 소송에 참여하게 됐다.

피고측인 서초구보건소나 의료계는 여지껏 시행돼 왔던 정책의 일관성과 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최소한 업무정지가 과하다는 판결이 아니면 승소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변론 과정에서 재판부가 '의사도 대체의학을 다루고 요새 음식도 퓨전인데..'라는 말을 흘리고 모 방송사의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해야 한다'는 보도내용이 준비서면으로 채택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나돌았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1일 선고날 재판정은 구름청중이 몰린 가운데 한의협은 상임이사 2명과 직원들이 판결을 직접 참관했으나 의협은 직원 2명만이 참여,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날 재판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의료계에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을 재판부는 여러 다른 사건들과 함께 판결했으며 시간관계상 선고는 단 몇마디로 끝났다.

"의료법인 K의료재단건, 한의사의 방사선사를 통한 CT기기 사용이 면허받은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사건의 처분은 위법하다. 따라서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한다. 탕탕탕"

선고가 끝나자 청중석에서 일순 웅성거림이 들려왔고 이내 다음 사건으로 차례가 넘어갔다. 판결이 끝난 후 재판정 밖에서 삼삼오오 모인 청중들은 각자 판결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판결은 당연한 것으로 아직 판결문을 보지 못해 어떤한 사유로 취소처분이 내려진지는 모르겠지만 한의사의 CT사용이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의협 관계자는 "아직까지 판결문이 나오지 않아 판결문을 읽어본 후에야 재판부의 진의를 알게될 것"이라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나 업무정지가 과다하다는 판결일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버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판결문이었다. 그러나 재판을 담당한 형사5부는 계속 개정 중이었고 기다리다 못한 청중들은 하나둘 자리를 떴다. 소송을 담당한 변호사 사무실 직원까지 철수한 가운데 판결문을 입수하기 위해 기자 2명만이 대기하고 있었다.

어렵사리 판결문이 입수됐고 기사는 곧바로 타전됐다. K한방병원의 변론을 담당한 신현호 변호사에게 판결문을 보내 의견을 물어보니 곧 놀라운 답변이 되돌아왔다.

신 변호사는 "처음 의도는 K한방병원의 업무정지 처분이 과하다는 시각에서 접근, 재량권 일탈로 승소할 것을 예상했으나 기대이상으로 판결이 나왔다"며 "이번 판결은 한의사의 면허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더불어 이번 행정소송과 함께 제기된 위헌 소송에 대해 "이번 판결이 기대이상으로 나온 이상 위헌소송은 더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혹시 의료계에서 이번 판결에 항소해 대법원까지 가서 확정판결이 난다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료계는 판결이후 의료일원화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항소여부는 법리적 판단이 우선이겠지만 재판부의 한방의료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었던 이번 판결을 대법원까지 끌고가려면 지혜로운 처신과 논리개발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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