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존스병을 앓고 있는 9살 박지훈군이 엄마에게 고통을 호소하며 하는 이야기다.
지훈군이 앓고있는 스티븐 존스 병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로 인한 피부혈관의 이상반응 질환으로 40도의 고열로 입안에 수포가 생겨 음식을 먹을 수도 없고, 출혈성 발진이 나타나 화상환자 같이 피부가 벗겨지는 병이다.
현재 지훈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면서 화상을 당한 것처럼 온몸의 95%가 빨갛게 익어 검게 타오르고 진물이 줄줄 흐르는데다 귀까지 일그러져 있는 상태다.
발병한지 3개월 째. 음식을 씹을 수도 삼킬 수도 없어 주사기로 물만 먹고 살아가고 있단다.
몸에 열이 나서 손톱이 녹아내릴 정도로 심하게 아파 엄마한테 "엄마, 이만큼 아팠으면 나 죽어도 돼?" 라고 물었던 그 지훈이가 네티즌의 격려가 담긴 편지와 그림, 답글을 들으면서 거짓말처럼 호전돼 힘을 내고 있다는 반가운 뉴스를 봤다.
뉴스에서는 '살아있는 것만도 기적'이라고 말한 의료진이 이런 '호전 상태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반기고 있다'고 더불어 전해주었다.
지훈이의 의료진은 지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너무도 궁금하다.
너무 이례적이고 희귀한 병명인지라 희귀난치성질환협회에도 등록되지 못한 드문 희귀사례성 질환으로 바라볼까? 애처로운 9살난 의지력강한 꼬마아이로 바라볼까?
취재를 다니면서 '의료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여기는지' 만나는 의사마다 생각을 묻고 싶어지곤 한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될 수 도 있겠지만 그 의사 자체의 현실감각과 윤리의식을 대변하지 않나 싶어서다.
그러나 질문하기에는 신중해진다. 대답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너무도 냉철한 대답을 듣게 될까봐 묻지 않게 되는 지도 모른다.
지훈이의 경우를 포함해서 의료진, 특히 의사가 어떤 생각을 가지느냐에 대한 정답은 없다.
너무 감정적으로 환자를 대한다고 해서 실력이 발전하거나 기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냉정하고 신속한 대처와 처치가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전의 경우 침착하고 기계적인 냉철한 판단과 실력만을 갖춘 의사라면 최소한 나는 그 의사에게 우리 가족의 진료를 맏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는 왠지 차가움을 넘어선 한기로 가족을 치료하면서도 외롭고 쓸쓸하게 만들 것만 같다는 억측 때문이었다.
하지만 취재다니면서 느낀 현실은 의사들도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제반 환경이 갖춰지고 안정적인 상태에서라야 남(환자)을 돌보고 살피는 여유와 웃음도 나올 것인데 특히 전공의들이 처한 현실은 과중한 업무와 시간, 잠과의 투쟁에 쫒기는 의사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따뜻한 의사도 좋지만 잠도 못자고 일에 쫒기는 현실 속에서 억지춘향이 웃음을 지어야 하는 현실이라면 차라리 냉철한 의사가 되라고 응원하고 싶어질 정도다.
의료에 뜻을 지닌 채 고생스럽고 험난한 의사라는 길에 뛰어든 젊은 그들이 의료현장의 구조에 짓눌려 금속성의 의사가 되어가지 않기를, 지훈이가 더 호전돼 9살난 아이다운 말과 행동으로 돌아갔다는 뉴스를 읽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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