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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자유가 없는 나라

안용항
발행날짜: 2007-08-06 08:27:42

안용항 대한의사협회 인천이사

'선택의 자유가 없는 나라'

제목만 보면 공포 영화에 나오는 독재자 나라 이야기 같다. 하지만 공포 영화 속의 가상 국가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이야기이다. 죽어가는 성모병원의 암환자와 보호자들이 ‘비급여 선택권 달라’라고 요구했다 한다. 정부의 경직되고 철지난 치료기준을 벗어나 새롭고 더 낳은 치료기준에 따라 치료받고 싶다는 ‘죽어가는 인간들의 조금이라도 더 살려고 하는 절규’이다.

생명은 정부 권력(이하 정권)의 것일 수 없다. 자신의 생명은 우주의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에 어떠한 권력도 생명을 맘대로 해서는 안 된다. 정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생명 보호임은 수많은 철학자들이 언급해왔다. 정권을 위해 생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생명보호를 위해서 정권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엉터리 질병치료기준 때문에 죽거나 고통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면 정권은 자신들의 존재 목적을 상실했다고 단언할 수밖에 없다.

정권이 치료기준을 정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이야기다. 사람의 몸은 모두 다르다. 유전자부터 몸의 외형까지 다르다. 또한 사람은 자신의 몸을 각기 다르게 가꾸고자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몸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가꾸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각기 다른 존재임을 부정하고 같은 기준으로 처리하려는 정권은 인간을 국가라는 커다란 기계속의 조그마한 부품으로만 보는 것 같다.

인간은 선택할 자유를 원한다. 죽음과 같은 큰 공포에 직면할수록, 죽음을 극복할 확실한 방법이 없을 때일수록 ‘선택할 자유’를 소망한다. 자신의 죽음은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지 않겠는가?

성모병원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비급여 선택권 달라’라고 요구한 반면에 암치료 후에 죽은 환자 보호자들은 정부 치료기준을 벗어난 진료비(부당진료비라는 이상한 이름을 붙임)를 돌려 달라고 요구한다고 한다. 살아있는 환자의 보호자와 죽은 환자의 보호자의 목소리는 180도 다르다. 정권은 죽은 환자의 보호자 손을 들어주었다. 죽은 환자는 말이 없고 살아있는 보호자들은 이성적 선택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선택했다. 만약 이 보호자들의 환자가 다시 살아난다면 또 다시 선택권을 요구 할지도 모른다.

누가 도덕적인가? ‘비급여 선택권 달라’는 살아있는 환자의 보호자들인가? 아니면 정권의 기준에 따른 부당진료비를 돌려달라는 죽은 환자의 보호자들인가? 아니면 환자의 생명치료와 관계없이 비용이 적게 드는 자신의 방법을 따르라는 정권인가? 고통스러워하는 환자와 정권의 칼 앞에 떨고 있는 의사들인가? 누가 도덕적이던 간에 가장 큰 무기를 든 자는 정권에 속해있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에 의해 비도덕적이든 도덕적이던 간에 정해질 것이다.

민주주의 시대 정권 최대 단점은 표퓰리즘의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성인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민주주의의 표결이 만든 뼈아픈 결과이다.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와 정권의 비합리적 진료기준사이에 갈등하는 의사들은 표퓰리즘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이 소크라테스처럼 성인도 아니지만, 소크라테스처럼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도 아니지만, 소크라테스처럼 어리석은 다수가 반대하는 ‘진리를 선택’했다는 죄명으로 처단되는 세상에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 사회에서 ‘선택권’이 살아남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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