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사각지대 내몰린 전임의
임상교수가 되기 위해, 보다 전문적인 의료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전임의들. 그러나 레지던트보다 못한 수련환경과 저임금, 불안한 미래에 내몰리고 있다. 수련병원 역시 고급 의료인력을 값싸게 이용할 뿐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전임의들의 현실을 진단하고, 제도개선방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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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공의보다 못한 값싼 노동자
<중>일용직 신세, 순혈은 또다른 벽
<하>불안한 미래…그래도 꿈은 있다
현재 모대학병원 외과 전임의 3년차인 A씨.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임의들이 가고 싶어하는 서울의 모대학병원에서 2년간 근무하다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떠났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A씨는 “유명 대학병원들은 전임의들이 몰리니까 아쉬울 게 없고, 그러다보니 이런 점을 악용해 무급으로 채용한다”면서 “문제는 이렇게 전임의를 하다가 그만두면 경력증명서조차 발급할 수 없어 이력서에 올릴 수 없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무급 전임의는 경력증명도 못한다"
무급 전임의들은 정식 직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A씨는 “내가 아무리 잘나가는 대학병원에서 전임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고, 그냥 백수생활을 한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그러다보니 병원을 나가기도 마땅치 않아 5년이고, 10년이고 전임의를 하는 선배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소화기내과 전임의 2년차인 B씨는 교수직을 미끼로 싼값에 부려먹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전임의라고 못 박았다.
B씨는 “대다수 대학병원들이 점점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니까 정규직 의사나 정식 전임의를 줄이고, 대신 과별 전임의, 무급 전임의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교수직을 미끼로 싼값에 전문의들을 보충하겠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유수 대학병원일수록 이런 행태가 더 심하지만 전임의들은 교수직 하나 떨어질까 싶어 잡일이건 당직이든, 교수 개인비서든,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무급 전임의는 4대보험도 안되고, 일용직과 별반 차이가 없는 월급을 받고 일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 눈 밖에 나 쫒겨나면 할 것도, 불러주는 곳도 없어 나갈 수도, 그렇다고 버틸 수도 없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고 덧붙였다.
"내가 뭔가 제대로 배우고 있는지 의구심 든다
이런 것보다 그를 힘들 게 하는 것은 전임의로서 배워야 할 술기를 배우지 못한 채 모자라는 의사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채용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그는 “전임의 1년차 때 주로 위내시경을 했는데 이 과정은 레지던트 때 배웠어야 했던 것”이라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그보다 내가 뭔가 제대로 배우고 있는건지 의구심이 들 때마다 괴롭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외과학회가 마련한 전임의제도 개선 심포지엄에서는 전문의임에도 불구하고 수술실에서 제1어시스트가 아닌 제2어시스트 역할을 하고 있어 레지던트 때와 바뀐 게 없고, 전공의 생활의 연장이라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의사 사회의 폐쇄성으로 인해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지적도 있다.
외과 전임의 C씨는 “교수를 바라든 그렇지 않든 일단 전임의가 되면 교수가 시키는 일이면 무조건 해야 한다”면서 “모두 선후배, 동문으로 얽혀있는 의사사회에서 대들다가 평판이라도 좋지 않게 나버리면 취직도 어렵고, 학회에서 왕따가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의사 사회 순혈주의는 또하나의 벽
C씨는 일부 대학병원의 순혈주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S대병원이나 Y대병원 등은 타 학교 출신을 따돌리고, 전공의들이 인사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텃세가 심해 클 수가 없다”며 “그러니 혼자 발버둥 치다가 나오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순혈이 아니면 전공의나 간호사들도 무시할 정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임의 D씨도 이런 사례에 속한다. D씨는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전공의 과정을 거쳐 어렵게 전문의 자격을 따고 난 후 진로를 놓고 적잖게 고민했다고 한다.
막상 취직을 하려고 해도 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자 보다 전문적인 의료기술을 배우고, 기회가 닿으면 임상교수에 도전하기로 하고 전임의를 지원했다.
그러나 타교 출신이 교수되기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사실상 포기했다고 한다.
그는 “교수를 채용할 때 공개모집하지만 이미 내정해놓고 형식적인 절차를 밟는다고 봐야 한다”면서 “외국 연수를 다녀오는 등 특출나지 않으면 타교 출신이 교수 자리를 꿰찬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혈주의가 강한 병원일수록 타교 출신들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확신이다. 결국 그가 선택한 곳은 모교였다.
지방대병원에서 전문의를 취득한 후 서울에서 전임의 과정을 밟고 있는 P씨는 “처음 전임의를 시작할 때는 교수가 목표였는데 몇 년 하다보니까 순혈이 아니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그렇다고 3~4년 하기에는 급여가 적어 생활하기도 쉽지 않아 걱정”이라며 동감을 표시했다.
D씨는 전임의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피동적으로, 관성으로 전임의가 되겠다는 생각은 절대 피해야 한다. 개원이 목적이면 성공한 개원의 밑에서 배워야지, 대학교수에게 수련하면 답이 나올 수가 없다. 후배들이 꼭 이 점을 유념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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