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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업체들 악덕상술에 개원가 "기가막혀"

발행날짜: 2009-01-19 06:50:17

모 업체, 수익 안나면 환불해준다 약속해놓고 말바꿔

"원장님, 1년 내에 의료장비 액수만큼 수익이 없을 경우 환불해드립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구매하시죠."

강남의 A성형외과 K모 원장은 영업사원의 확언에 지난해 초 제모 장비와 모공축소 레이저 등 총 2개를 의료기기를 구매했다.

총 3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해 다소 부담이 됐지만 1년 내 원금회수를 못하면 환불해준다는 말에 선뜻 장비를 들여놨다. 행여라도 잘 안될 경우 환불을 해주고 리스료까지 대신 납부해준다는 얘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침체 여파로 레이저 시술 건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시술 건수가 기대에 못미쳤고 결국 수익이 의료기기 원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자 가슴이 철렁했다.

K원장은 급한데로 당시 계약을 체결했던 영업사원에게 연락해 조심스럽게 환불 얘기를 꺼냈다가 영업사원이 얼굴을 바꿔 환불을 해줄 수 없다고 하자 다시 한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 바꾼 영업사원에 가슴 '철렁'

이처럼 최근 제모 의료기기업체로 알려진 A업체의 무리한 영업방식으로 개원의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일단 의료기기를 설치해주고 1년 안에 장비 원금만큼 수익이 없을 경우 반품해주겠다면서 개원의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각 영업사원들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약정서를 작성토록 해 신뢰감을 주고있다.

약정서 내용에는 반품에 대한 조항과 함께 앞서 1년간 납부한 리스료(대출이자)까지 대신 부담해주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그 중에는 타인에게 알렸을 경우에는 모든 것을 무효로 한다는 독소조항도 있어 피해 개원의들을 꼼짝 못하게 하고 있다.

K원장은 "위의 독소조항이 마음에 걸려서 다른 원장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혼자서라도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와 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B성형외과 L원장은 "해당 업체는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사기성 짙은 상술을 펴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피해 건수만해도 10여건 정도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를 입은 개원의들과 연대해 법적대응을 하고 싶어도 약정서에 적힌 독소조항 때문인지 속시원히 나서는 개원의가 없어 답답하다"며 "더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업체 "영업사원 책임 묻을 것"

이에 대해 의료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A업체가 공동구매 등 편법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다수의 개원의들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들은 바 있다"며 "옆에서 볼 때 우려스러웠던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해당 A업체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이같은 사실에 대해 들은 바 있지만 앞서 계속돼 왔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회사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개원 입지가 좋아 수익에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그렇게 말한 것 같다"고 해명한 뒤 "일단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만약 모든 것이 사실이고 해당 영업사원이 누구인지 밝혀지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해고조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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