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이규형 교수가 백혈병환자에게 부모나 자식의 골수를 이식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규형 교수
골수이식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적합성항원(HLA)은 부모나 자식 간에는 절반 밖에 일치하지 않아 골수를 기증하더라도 실패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금기시돼 왔다.
그러나 이규형 교수는 이러한 사실을 뒤집는 이른바 ‘반(半)일치 골수이식법’을 개발했다.
이 교수는 ‘반일치 골수이식’ 치료법을 혈액암 분야의 최고지인 미국골수이식학회지(Biology of Blood and Marrow Transplantation)에 보고해 1월 최신호에 게재됐다.
형제간 골수이식이 가능한 확률은 25%이지만 실제 골수이식이 이뤄지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지금까지 의사들은 백혈병 완치 확률이 가장 높은 골수이식을 위해 먼저 환자 형제들의 조직적합성항원 검사를 하고, 적합하지 않으면 타인에게 눈을 돌려야 했다.
성덕 바우만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이규형 교수는 아주 쉽게 골수 기증자를 구할 수 있는 부모 자식간의 골수이식을 가능하게 하는 치료법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형제간 골수이식 수술 사망률이 전 세계적으로 평균 20%를 기록하고 있는데 비해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51명의 백혈병 환자에게 ‘반일치 골수이식’ 치료법을 시행한 결과 사망률이 13%로 낮아졌다.
또한 백혈병 환자들이 골수이식을 받은 후 자신의 장기를 공격해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이식편대숙주반응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지금까지 성공률이 가장 높은 형제간 골수이식의 이식편대숙주반응 발생률이 40%였던 반면 이 교수의 새로운 치료법은 30%로 낮아 골수이식에 대한 개념을 바꿀 수 있는 치료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교수의 반일치 골수이식의 이론은 골수이식을 위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조직적합성항원 일치이다.
부모로부터 받은 두 가닥의 유전자 가운데 자식은 한 가닥만 물려받기 때문에 부모 자식간 조직적합성항원은 반 밖에 일치하지 않고, 조직적합성항원도 절반밖에 안 맞아 골수이식을 해도 실패가 자명하다.
이를 감안해 이 교수는 백혈병 환자에게 투여하는 항암제의 특별한 배합과 양, 시간 간격을 조절해 성공 조건을 만들어냈다.
즉 골수이식 전 단계에서 강력한 항암제를 투여하는데, 이 항암제의 조합과 투여 방법이 부모로부터 또는 자식으로부터 골수를 기증 받아도 골수이식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노하우를 개발한 것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수많은 백혈병 전문가들이 이 방법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는데 이는 반일치 골수이식을 위한 백혈병 환자의 사전 준비 조건을 만들어 내지 못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성덕 바우만처럼 백혈병 환자에게 맞은 골수를 찾기 위해 수만 명이 넘는 골수 기증 희망자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 것이다.
이규형 교수는 “반일치 골수이식은 부모 자식간 기증자를 쉽게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간 비교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골수이식 성공률에 있어서도 과거 골수 기증 고려 대상 1순위인 형제간 골수이식 성공률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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