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문의 자격 취득자와 전임의 과정 수료자들의 취업 시즌이 도래했다. 안정된 직장과 고소득을 보장받았던 전문의들. 경기침체에다 극심한 개원난에 봉착한 현실 앞에서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메디칼타임즈는 올해 전문의 채용동향을 점검하고, 의사와 의료기관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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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얼어붙은 채용시장, 전임의도 별따기
(중) 몸값도 구조조정 조짐…구인난, 구직난 상존 (하) 기본에 충실한 의사가 살아남는다
“그래도 명색이 의사인데 이렇게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울 줄 몰랐어요”
올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서울의 몇몇 병원에 응시 원서를 접수했다가 번번이 고배를 마신 김 모씨의 말이다. 그는 결국 지방병원행을 택했다.
지난해부터 심각한 경기침체 한파가 몰아치면서 전문의들의 취업문도 좁아지고 있다. 반면 의사를 채용하려는 병원들은 행복한 고민이다.
서울의 A병원 관계자는 “올해 갑자기 전문의를 수월하게 채용할 수 있어서 내심 놀랐다”면서 “예년 같으면 2월말까지도 마땅한 의사를 뽑을 수 없어 수차례 구인광고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올해 안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K씨는 봉직의 자리를 구하지 못해 개원을 하기로 결심하고 좋은 입지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이 역시 상황이 만만치 않았다.
그는 “가는 곳마다 주변에 이미 안과의원이 선점해 있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면서 “전문의 자격을 따면 만사형통일거라고 판단했는데 이제부터 진짜 전쟁이구나 생각하니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취업하려면 ‘의사’ 라는 특권의식을 버려라”
불과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이런 상황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전문의라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봉직의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반면 병원은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극심한 경기침체가 시작된 데다 개원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구직 의사와 구인 병원의 입장이 역전될 조짐이다.
전문의를 모시기 위해 허리를 굽혀야 했던 병원들이 엄격한 채용 잣대와 조건을 들이대기 시작한 것이다.
병원 채용 담당자들은 “의사, 전문의라는 특권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H병원 김모 병원장은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확실히 전문의 지원자가 많아 채용이 수월했다”면서 “일단 이력서를 내지 않은 의사들은 면접조차 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A병원 이모 병원장은 “면접을 볼 때 응시자가 얼마나 성실한 태도를 보이는지 면밀히 관찰했다”면서 “기본적인 서류조차 가져오지 않은 지원자는 일단 채용에서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사람 됨됨이도 중요한 기준”
또한 상당수 병원 인사 담당자들은 면접시 의사의 성품을 중요한 채점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B병원 이모 피부과 과장은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다 하더라도 현장 경험이 부족해 술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어차피 병원에서 다시 교육시키려면 사람의 성격과 성품이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환자에게 잘 응대하고, 편안하고,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취업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환자와 소통하는 의사를 뽑는 게 중요해졌다.
그는 “실제로 경험해보면 환자와 좋은 관계를 맺는 의사들은 의료분쟁도 적지만 대화도 없고 딱딱하게 대하면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이를 감안해 환자 응대 태도를 반드시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라”
이와 함께 병원 관계자들은 다른 구직자들과 차별화된 비전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병원 입장에서 보면 단순히 환자만 진료하는 것보다 무언가 병원 발전 비전을 제시하는 의사를 선호하는 건 당연하다.
C병원 관계자는 “단순히 ‘내가 의사인데 비전이 뭐가 필요해’라는 식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 하루 빨리 깨야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병원간 과열 경쟁이 시작되면서 이제 조용히 자리만 지키며 환자를 진료하는게 전부가 아닌 시대가 왔다”면서 “아직 비전을 갖고 있지 않다면 이를 다듬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한중소병원협의회 권영욱 회장은 “대형병원은 2~3년차 전임의가 더 이상 필요 없고, 중소병원은 경영이 어려워 의료진을 채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어 전문의들이 취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예년에 비해 연봉이 20~30% 가량 하락한 것만 보더라도 채용시장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전문의들은 서울만 고집할 게 아니라 지방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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