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항생제로 알려진 반코마이신을 사용해 결국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가 생기게 한 의사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이 내려졌다.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부장판사 이인복)는 최근 척추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은 A씨가 수술 후 VRSA가 발현된 책임을 물어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30일 판결문을 통해 "의사는 수술 전후에 항생제를 그 용도와 용법에 맞도록 적절하게 사용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의사가 이러한 주의의무를 소홀히해 환자에게 악영향을 끼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1차 수술에서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는 강한 항생제를 사용해 이후 생겨난 염증에 항생제를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든 책임이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척추수술시에는 세파졸린 등 1차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이 병원은 가장 강한 항생제인 반코마이신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코마이신은 일반적으로 타 항생제에 대해 내성이 생기거나 MRSA와 같은 독한 균주에 사용하는 마지막 항생제"라며 "이러한 병원의 과실로 환자가 보균하고 있던 포도상구균이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인 VRSA로 발현됐으며 이후 항생제 치료도 불가능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1차 수술시 반코마이신을 사용한 것이 척추감염시 치료가 힘든 MRSA감염에 대한 예방조치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척추외과학 교과서를 보면 예방적 항생제요법으로 반코마이신 1g을 수술 전후 12시간 간격으로 사용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하지만 병원의 처치를 보면 반코마이신의 용량과 횟수, 그 사용기간이 교과서에서 권유하는 바와 크게 다르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병원이 환자에게 외부의 MRSA를 감염시킨 것은 아니며 1차 수술 후 경과관찰을 소홀히했다는 것도 인정하기 힘들다"며 병원의 책임비율을 60%로 제한, 총 4434만원의 배상책임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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