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말기암환자에게 연명치료 선택권을 부여하겠다며 사실상 1단계 존엄사를 사실상 허용하자 병원계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다소 신중한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
대다수 대학병원들은 세브란스병원 존엄사 사건 판결 등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서울대병원이 공론화를 시도한 것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지금은 결정이 아니라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며 진중한 답변을 내어놨다.
존엄사에 가장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세브란스병원은 우선 판결을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대법판결이 가지는 무게감만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보직자는 18일 "서울대병원의 시도보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곧 가이드라인이 되지 않겠냐"며 "의료계가 계속해서 고민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난제이니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른 병원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대법 판결을 앞두고 있는데다 찬반논쟁이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교수도 "세브란스병원 사건 등으로 존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이를 공론화 시키기 위한 서울대병원의 행보는 분명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현재 병원의 입장을 표현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이어 "몇일 앞으로 다가온 세브란스병원의 판결도 존엄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도, 병원계 안에서도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다수 병원계 인사들은 존엄사에 대한 합의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병원계는 물론, 정부와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대의료원의 한 교수는 "병원계가 혹은 의사들이 앞서나간다고 존엄사 허용문제가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현안은 아닌 만큼 전문가로서 국민들은 물론, 정부와 충분한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그는 "보라매병원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 동안 간헐적인 논의만 이뤄져 온 것이 사실 아니냐"며 "다시 한번 공론화가 시작된 만큼 이번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존엄사에 대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 의학계의 발전과 환자들의 권익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등 종교재단 병원들은 더욱 신중한 입장이다. 가톨릭주교 등은 존엄사는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병원 교수들은 의견을 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이다.
서울성모병원의 한 교수는 "물론 CMC내에서도 각자 자신들이 생각하는 의견은 있겠지만 지금은 그러한 의견을 말할 단계도 아니며 말하는 것도 의미가 없는 일"이라며 "세브란스병원 사건의 판결이 방향을 잡아주지 않겠냐"고 말을 아꼈다.
존엄사에 대한 대법 판결을 앞두고 서울대병원의 공론화로 존엄사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대법원이 21일 세브란스병원 사건에 어떠한 판결을 내릴지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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