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의료사고 발생시 의료행위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의 주체를 환자에서 의료인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최근'의료사고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을 동료의원 12명의 서명을 받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요지는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인의 과실과 의료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도록 했던 기존의 틀을 바꿔 의료인 및 의료기관 개설자 자신이 의료행위에 과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한 것이다. 최영희 의원은 "의료소송의 경우 다른 손해배상소송과는 달리 증거가 의료진 쪽에 편중되어 있고, 의료사고에 수반되는 의료행위 또한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라는 이유를 댔다.
입증책임을 의료인으로 전환하는 법안 발의는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차례 강조했지만 심각한 방어 진료를 유발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얼마 전 만난 한 의대 교수는 "요즘은 학생들에게 최대한 방어진료를 하라고 가르친다. 이러는 내가 너무 싫지만,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반대를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의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사장됐는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이 법안은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의료사고법과도 내용이 서로 다르다. 심 의원은 의료사고의 입증책임을 환자와 의사가 반반씩 지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이다. 의료계는 이 법안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인들이 잇따라 의료사고법을 발의하는 것은 분명히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사고 입증책임을 의료인에게 지우는 것은 신중히 고려해 볼 문제다. 워낙 민감한 문제여서 국회를 통과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은 이 점을 명심해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부디 다른 방안을 강구하기를 바란다. 환자를 위한다고 만든 법안이 오히려 방어진료를 조장한다면 그것은 환자에게 해가 되는 것이다. 그런 법을 만들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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