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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수가제 폐지해야 한다

송우철
발행날짜: 2010-04-12 06:41:08

송우철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애초 차등수가제의 도입 목적은 적정진료를 통하여 의료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고 환자 편중 현상을 완화하고자 하는 것에 있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일본의 경우 2000년부터 재진 횟수를 줄이는 목적으로 재진에 한해 월간 체감제를 도입하였으나 3년 만에 제도를 폐지한 바 있으며, 대만의 경우 71명 이상의 경우에는 체감제를 적용하고, 50명 이하의 구간과 산간벽지 등 의료취약 지역에서는 오히려 체증제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이 제도는 이미 지난 1991년부터 1994년까지 의사 1인당 일일 15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할 경우 진찰료의 50%만 지급하는 것으로 운영되었다가 1994년 폐지되고 2001년부터 현행 차등수가제도가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이 제도는 현행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과, 한의과, 치과 및 약국에만 적용되고 있는데, 이 제도의 도입 취지와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병원급 의료기관에도 적용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배제하고 있으나 대만의 경우에는 나름대로의 formula를 만들어 병원에도 시행하고 있다.

게다가 종별 차이를 무시하고 일괄적으로 같은 적용함으로써 치과, 한의원 및 약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차등수가를 적용받는 의료기관의 비율이 현저히 높은 의원에 대한 형평성에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의과내에서도 진료 과목의 특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든 진료 과목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 진료시간대나 초재진의 구분을 두고 있지 않아 초진이 많은 경우에는 불리하다는 점 등의 논란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진료 과목의 특성에 무관하게 모든 과의 진찰료가 동일하다는 보험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제도의 개선 방안을 연구한 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2009년 10월)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환자 1인당 평균 진료시간이 거의 변동하지 않아 차등수가제와 평균 진료시간의 상관관계는 낮음을 알 수 있으며, 내원 환자가 많은 의료기관이 적은 의료기관보다 처방일수가 상대적으로 길게 나타나 환자를 더 많이 진료하기 위해 유인하는 경향이 없음을 입증하고 있고, 내원 일당 총진료비 역시 환자가 많은 의료기관의 진료비가 오히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연구 결과는 차등수가제도는 진료의 질 적정성과 무관하며, 의료기관이 처방일수를 짧게 하여 환자를 유인하고 있다는 가설은 옳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연구는 차등수가제 도입으로 환자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있다고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즉, 현실적으로 75명 이상의 환자가 진료 혹은 조제를 위해 요양기관을 방문한다고 하여 다른 요양기관으로 안내하기란 불가능하므로 이 제도의 적용이 환자를 분산시키기 위한 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환자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면 다른 제도적 기전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처럼 차등수가제 적용이 적정진료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이 제도의 존치 여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제도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은 실상 차등수가제를 도입함으로 절감되는 약 840억원의 진료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명백히 의료기관 및 요양기관에 지급되어야 할 비용이나, 지난 9년간 7천억원 가량의 진료비가 이른바 차등수가제도란 명목으로 지급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교묘한 방법으로 요양기관의 급여비를 빼앗는 것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차등수가제의 폐지는 여러 차례 논의되었으나, 가입자 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들의 반대는 건강보험 재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되나, 이 제도를 건보 재정을 메우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해서는 안 되며, 더욱이 지난 건정심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 수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합의를 한 바 의료공급의 지속 가능성을 감안하고 의사의 진찰권, 환자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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