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명절 때마다 제약사 영업사원들로 북적이던 병의원이 올해는 크게 한산한 모습이다.
현재 시행되는 공정경쟁규약으로 제약업계가 의원에 명절 선물을 제공하는 것을 부당 판촉행위로 간주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개원가에 전화로 문의한 결과 추석 선물을 주는 제약사 영업 사원은 없다는 게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동작구에 위치한 O 내과 원장은 "리베이트로 선물을 주는 영업사원은 아예 없다"고 추석을 앞둔 개원가 풍경을 전했다.
과거에는 영업사원이 상품권이나, 선물세트를 사들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지만 올해는 법적 규제안이 만들어져서인지 전혀 그런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선물을 받으면 처방할 때 조금 신경쓰이는 게 사실이지만 안 받으니까 그런 고민할 필요가 없어져 오히려 속 시원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공정거래규약 상 이번 추석만 선물 주는 게 안 되지만 다음부터 허용되더라도 아예 안 받기로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다.
전북에서 이비인후과를 하는 E 원장도 "선물 주고 받는 일이 아예 없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명절을 앞두고 마음의 뜻을 담을 소정의 선물을 주고 받는 게 미덕일 수도 있지만, 현재 리베이트로 시끌시끌한 상황에 괜한 선물로 말썽 일으키느니 안 받는 게 편하다"는 밝혔다.
예전부터 리베이트를 안받으려 했지만, 선물을 책상에 놓고 가거나, 택배로 보내오는 일도 있을 땐 난감했다는 E 원장은 "이번 추석엔 그런 일도 아예 없어 한결 마음이 가볍다"고 했다.
한편 경기도에 위치한 M 이비인후과 원장은 선물이 오가는 풍경이 사라져 약간은 삭막해 진 것 같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예전에는 소정을 선물을 영업사원에게 받으면 답례로 식사를 대접하곤 했는데 이번엔 영업사원이 먼저 "내부 방침 상 올해 선물은 힘들어 양해를 바란다"고 전해 서로 암묵적으로 주지도 받지도 않는 그런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인 의사가 가급적 선물을 안 받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법적 규제 때문에 인간적 유대가 사라지고 영업사원과 기계적인 관계만 만드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드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영업사원들은 개인적 판단하에 명절 선물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나친 기우일 수 있지만, 자칫하면 거래처 유지에 변수가 생길수도 있다는 일말의 불안감에 타 업체 영업사원들의 선물 제공을 앉아서 지켜볼 수 만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이다.
국내 중소 A사 영업사원은 "명절 선물이 금지됐지만, 안 하는 영업사원이 있나 모르겠다"며 "(처방액이 많이 나오는) 주요 거래처는 사비를 들여 관리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이 영업사원은 "회사에서도 원칙적으로 명절 선물 금지라고 말하고 있지만, 뒤에서는 이번 추석만은 알아서 관리하라고 했다"며 "오늘도 두 군데 병의원에 선물을 제공했다. 비싼 것은 아니고 작은 선물"이라고 귀띔했다.
국내 상위 B사 영업사원도 "이번 추석 선물 제공 여부는 영업사원 개인별 역량"이라며 "개인적으로 주는 것은 문제될 것 없다고 본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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