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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없이 공공의료 실현 불가능”

조형철
발행날짜: 2003-07-14 13:14:01

서울대 송호근 교수 주장...정부 규제정책 의권침해

시장경쟁 체제 하에서 정부가 의료계에 인센티브 없이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며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사회학 교수에 의해 제기돼 주목되고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는 12일 민주의사회(회장 주괄) 주최 '의료정책의 공백과 지배구조의 와해’라는 주제의 강연회에서 “현 시장경쟁 체제서 정부가 의료계에 아무런 인센티브 없이 일괄적인 공공성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의사들도 일반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행복추구권이 있고 자신이 투자한 부분에 권리를 찾아야 하는 시장경쟁 틀 속에 있다”며 “국민건강을 위해 공공성을 실현해야 하는 것은 의사라는 직업적 윤리 안에서 지켜져야 하는 것이지 정부의 강제적인 정책사안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이어 “정부의 의료 공공성 강화정책은 현재 의사 개개인이 전액부담하고 있는 기자재 구입이나 개원비용 등을 지원하고서야 비로서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며 “이와 같은 엄청난 지원비용을 정부 재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정부 입장에서는 의약분업 이후 현 상황을 유지시키기 위해 재정확보 등을 이유로 급여삭감이나 규제 강화 등이 필수적”이라며 “이러한 상황은 의료계의 갈등을 지속적으로 증폭시킬 것이지만 실정의 책임소재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정부는 국민과 의사와의 불신관계를 조장해 수가를 묶어두고 집중규제를 통해 현재의 분업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정치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는 공공규제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의사의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비합법적 규제”라고 비판했다.

송교수는 정부의 공공성을 앞세운 규제논리에 대해 “교육도 공공재인데 만약 교수인 나에게 강의할 때 말을 빠르게 해라, 느리게 해라, 분필은 뭐써라 등 간섭을 한다면 이는 교권침해”라며 “의사들도 일일이 심평원에 감시당하며 일거수 일투족이 낱낱이 드러나 급여가 삭감되는데 이는 명백한 침해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송교수는 ▲분업 이후 득과 실 ▲의료생태계의 변화 ▲보험재정의 문제 ▲의료정치의 등장 ▲의료개혁과제 ▲의료정책 향방 등을 주제로 강연했고 강의를 듣기 위해 상경한 의사들로 인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개원의들의 걱정과 우려가 담긴 질문이 이어졌으며 한 개원의의 부인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일부 때문에 전체의사가 도둑놈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에 속이 탄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송교수는 여기에 대해 “정부가 도덕성을 잃으면 정책추진에 힘을 잃는 것처럼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의료계가 자정해 국민에게 현실을 알리고 공론화시켜 시민단체를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며 “국민이 의사들의 현실을 모르고 줄기차게 비판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수가제한이나 의료규제를 위해 교묘히 이용할 것”이라고 미진한 자체정화 노력을 지적했다.

또한 의사들은 아직 사회적 이미지가 절망할 수준은 아니라며 노동조합이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십수년이 걸렸던 것처럼 이를 벤치마킹해 의사들도 문제점을 공론화시키고 여론을 얻기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송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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