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밀번호 변경안내 주기적인 비밀번호 변경으로 개인정보를 지켜주세요.
안전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변경해주세요.
※ 비밀번호는 마이페이지에서도 변경 가능합니다.
30일간 보이지 않기
  • 전체
  • 일반뉴스
  • 오피니언
  • 메타TV

장기기증자, 그 익명의 헌신을 생각하며

메디칼타임즈=박정현 은평성모병원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0회] 장기기증자, 그 익명의 헌신을 생각하며박정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교수(간담췌외과) 여느 때처럼 앰뷸런스를 타고 장기를 구득하러 갑니다. KONOS(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리스트에 올라온 바로는, 00세 남자가 뇌사 판정을 받았으며 본인의 간을 기증했으니, 간 공여를 기다리고 있는 응급환자가 있는 병원의 의사는 하던 일을 미루거나 제치고 장기구득을 하러 오라고 합니다. 삐뽀삐뽀 귀를 따갑게 자극하는 앰뷸런스 싸이렌 소리에 몸을 싣고 근무지인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뇌사자 발생 병원으로 달려가는 동안, 손에 든 뇌사 장기 기증자의 의료 데이터 정보를 보다가 언뜻 상념에 잠깁니다. 기증을 한다는 것. 사전적으로는 거저 주다 혹은 대가 없이 내놓는다는 뜻입니다. 쉽지 않은 행위입니다.유사 이래로 남을 위해 무언가를 내어주는 행위에는 찬사가 따라붙는 것이 당연할지 몰라도, 자신의 신체 일부를 내준다는 말은 실현의 경험이 없이 그 기저에 흐르는 숭고한 뜻만 있을 뿐! 의학이 발달하기 전 인간사에, 거저 주는 일은 사람의 몸에는 해당되지 않던 일임에는 틀림이 없었을 것입니다. 주어서 도움이 되지 않았을 테지요. 근대 의학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도 실제 장기를 이식해 잠시라도 기능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건 20세기 초중반이 되어서였습니다. 기술적인 문제, 면역반응, 합병증 등을 논하기에는 지면은 짧습니다.요새는 간, 신장, 췌장, 심장, 폐 등 여러 장기를 기증자에게서 받아서 필요로 하는 수혜자에게 제공합니다. 기증자에게서 받는 장기는 장기별로 소위 골든타임 내에 이식을 해야 제대로 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고가 되어 있고, 그를 위해 의료진은 최선을 다합니다. 그 긴박한 와중에 수술을 진행하고 기증자 가족을 다독이고 사연을 들어가며 일을 진행시키는 것은 사실 일개 직장인의 업무입니다. 물론 그 직장인이 늘상 겪는 일이라기에는 들어 알게 되는 사연들이 너무나도 다양하고 절절합니다. 뇌사의 원인도 가족관계도 단편적으로 알게 된 뇌사 이전 공여자의 삶도… 혼자 외롭게 일상을 보내다 우연히 이웃에 의해 의식불명인 채로 발견된 경우, 힘든 하루를 보내고 귀가하다 발생한 교통사고, 집에서 자다가 갑자기 발생한 뇌출혈,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한 모진 선택, 가족과 일상을 보내다가 눈앞에서 의식을 잃거나, 회사에서 일하다가 생긴 급작스런 발병 등등 어느 하나도 쉽게 견디지 못할 불운을 겪은 분들이며, 그럼에도 자신의 신체를 기증하여 모르는 이에게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이러한 기증을 하는 기증자의 몸에 손을 대고 수술을 집도하고 장기를 구득하는 나는 그냥 ‘직장인’이어도 되는 것인가. 전공의 때부터 훈련되어온 환자를 치료하는 수술이 아닌, 환자를 결과적으로 심장사에 이르게 하는 수술을 하는 행위를 나는 진실로 성스러운 마음으로 대해본 적이 있던가. 상념은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결국에는 내가 아닌 기증자의 마음에 다가섭니다.내 것을 정해진 누구에게 주는 것이 아닌, 내 것을 ‘어느’ 누구에게 주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환자 혹은 그런 결정을 하는 가족의 마음은 어떨지. 대가 없이 남에게 준다는 윤리의 극한에서 실현되는 장기기증은 의학의 힘을 입어 궤도에 올라서고 다시 윤리로 향합니다. 오늘 이 수술은, 안타깝지만 다음이 없게 된 사람의 뜻을 이어받아, 다음이 있을 사람을 위해, 오늘을 사는 사람이 하는 거룩한 행위인 것이 아닌가. 마른 침을 한번 크게 삼킵니다. 그러한 마음에 보답하는 길은 내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어야겠구나.생각의 나래는 되돌아와 귀에는 아까 듣던 삐뽀삐뽀 앰뷸런스 소리가 여전합니다. 한낱 직장인일 뿐인 장기이식 전문의의 마음속에는 장기이식 수술이 단순한 수술이 아니라 기증자의 바람과 윤리를 실현하는 행위라는 자부심이 스며듭니다. 뇌사기증자를 대하며 경건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오늘의 수술은 좀 더 경건한 마음으로 집도하게 될 것임에 분명해집니다.  *한국에서 가장 최근 통계정보인 2022년 한 해 뇌사 기증자는 총 405명이었고 장기를 수혜 받은 환자는 1641명이었습니다. 뇌사 기증자 1인당 평균 4인의 환자에게 새생명을 선물하고 사망하신 것으로-보건복지부 KONOS 2022통계연보-, 뇌사 기증자의 명복을 빕니다.
2024-07-01 07:43:26오피니언

국내 췌장이식술 선구자, 일송학원 윤대원 이사장 영면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국내 최초 췌장이식수술을 성공시킨 장본인이자 한림대의료원을 굴지의 대학병원으로 일군 윤대원 학교법인 일송학원 이사장이 별세했다.한림대의료원은 윤대원 이사장(향년 79세)이 지난 25일 오후 4시 20분 경기도 안양시 한림대학교성심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국내 최초 췌장이식수술을 성공시킨 장본인이자 한림대의료원을 굴지의 대학병원으로 일군 윤대원 학교법인 일송학원 이사장이 별세했다.■타고난 외과의사, 국내 최초 췌장이식수술 성공…의학발전에 공헌고인은 1945년 6월 23일 평안남도 용강군에서 윤덕선 학교법인일송학원 설립자의 첫째 아들로 태어나 용산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가톨릭의과대학에서 의학 석·박사를 마치고 1979년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외과학교실에서 장기이식과 첨단의학 연구를 섭렵했다.1980년 귀국 후 그는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외과에서 환자를 돌보며 1985년 한림대학교의료원 최초로 신장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1987년에는 국내 최초로 췌장이식수술에 성공해 당뇨병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한국 의학 발전에 공헌했다.■‘정직’ 신념으로 의술보급 위한 대학병원 개원… ‘한림대의료원’의 완성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장, 한림대학교의료원장을 거치며 의술보급에 매진하고 경영철학을 새겨오던 윤대원 이사장은 1989년 학교법인일송학원 2대 이사장에 취임하며 한림대학교의료원, 복지관, 한림대학교, 한림성심대학교,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를 본격 지휘한다.그는 아직 의술 보급이 원활하지 못한 국내에 더 많은 환자를 돌보기 위한 대형병원 건립을 추진했다. 1997년부터 시작된 IMF외환위기 속에서도 꿈을 좇으며 1999년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개원하고 이후 2013년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을 개원했다.이후 학교법인일송학원 산하 한림대학교의료원은 5개 대학병원(한림대학교성심병원,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을 지닌 대규모 기관으로 성장한다.또한 배움이 국력과 인류 행복 추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론 하에 1990년 한림과학원 설립, 1997년 한국컨벤션산업경영연구원 개설, 2004년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해 인재 양성에도 힘썼다. 그의 국가 공헌에 대한 노력은 1992년 보사부장관 표창장 제15927호 수상으로 돌아왔다.짧은 시간 동안 내실을 챙기며 외연을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경영신념인 ‘정직’에 있었다. 그의 경영을 함께하던 능력자들과 뜻을 모으고 그들을 설득할 때 적용하던 그만의 원칙이었다.생전 윤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자주 말해왔다. “내가 정직하면 된다. 자신에게 엄격해지도록 정직하면 스스로 자유롭다.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에는 어떤 방패나 울타리도 필요하지 않다. 거짓없는 정직만이 나를 자유인으로 만들어준다. 결국 정직은 행복을 불러온다.”■‘한없는 인간애’ 기반으로 의료사회복지 대폭 확장어렸을 때부터 생물과 자연에 경외심을 느끼고 인간을 포함한 생명에 깊은 애정을 느꼈던 그는 경영기간 동안 의료사회복지 확대에 특히 집중했다. 1974년 성심자선병원이 개원했을 때 부원장으로서 영세민을 위한 무료진료를 시행한 것을 시작이었다.1991년부터 한국노인보건 의료센터, 성심복지관(현 신림종합사회복지관), 안양복지관 등을 설립 및 개관했다. 또한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화성시 나래울종합사회복지관, 동탄노인복지관 위탁운영 등을 시행했다. 이 기관들은 학교법인일송학원 품에서 20년 넘도록 활발히 운영 중이다.IMF외환위기 당시에는 노숙자, 영세민, 결식아동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2000년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민을 위해 2000만원을 희사했는데, 이 금액이 종잣돈이 돼 ‘SOS 기금회’설립으로 이어졌다. 이는 2006년 정부가 ‘긴급복지지원법’을 제정해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는 제도 시행에 초석이 됐다.■적자에도 인술 기반으로 화상치료 지속… 해외화상환자 무료진료비 18억2430만원한림대학교의료원 소속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은 국내 화상치료의 메카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화상전문병원이며 입체적 치료를 시행하고자 화상환자만을 위한 화상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를 운영하고 있다.화상은 경제적 수준이 높아질수록 발생률이 낮아지는 질환이다. 우리나라 환자도 점차 줄고 있다. 그러나 한 번 당하면 그 흉터가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으며 회복을 위한 수술 및 치료가 수십 년간 필요할 수도 있다. 그래서 윤대원 이사장은 지속 적자를 기록하는 중에도 인류의 행복과 인술을 위해 꾸준히 투자와 관심을 쏟았다.윤 이사장은 생전에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의 존재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곤 했다. “생명을 방치할 수는 없다. 생지옥 같은 화상치료를 누군가는 해야만 한다. 아무도 안 하니까, 우리라도 계속할 수밖에 없다.”화상환자는 급한 치료 후에도 일상회복까지는 재활 등 긴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히 생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윤대원 이사장은 2008년 화상환자 사회복지만을 위한 한림화상재단을 설립한다.환자의 치료비 후원은 물론, 소아 환자가 흉터와 치료 탓에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해 학업을 이을 수 있는 화상병원학교를 운영한다. 화상병원학교 이용자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1만2755명에 달한다. 현지 의료기술 및 장비의 한계로 치료받지 못하는 해외 환자를 위해 현지에서 또는 해외 환자를 국내로 초청해 무료치료를 시행하기도 했다. 2018년까지 베트남 등 8개국 화상환자에게 지원된 진료비는 18억2430만원에 달한다.■‘응전자’ 윤대원, 병원 스마트화 및 대학 글로컬화 실현윤대원 이사장은 ‘시대의 강력한 응전자’로서 기능할 것을 지속 추구했다. 2003년 ‘마이티 한림(Mighty Hallym)’을 선포하고 최고의 진료, 연구, 교육기관으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세부 프로젝트를 다수 시행했다.지난 2019년에는 4차산업혁명 아래 디지털 전환 시대에 부응키 위해 법인 산하 기관별 10년간의 발전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병원의 ‘스마트화(smartization)’를 통해 시대 변화를 선도했다. 그의 가치 아래 학교법인일송학원은 각종 의료 예측모델을 개발하고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을 이용한 미래 의료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또한 21세기 대학 교육의 대변혁을 주도하며 한림대학교에서 지역과 대학이 함께 발전하는 K-고등교육모델을 선도해 2023년 교육부의 ‘글로컬 사업’에 최종 선정, 1000억원을 지원받았다.■세계로 눈을 돌린 ‘마이티 글로벌 플레이어’동시에 세계화 시대를 선도하고 혁신하기 위해 윤 이사장은 차별적 수월성으로 전문화 수준을 높여 ‘마이티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리란 비전을 품었다.이는 2004년부터 미국 콜롬비아의과대학, 코넬의과대학, 뉴욕프레스비테리언병원, 조지워싱턴 의과대학, UCLA(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일본 나가사끼 대학,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등과 긴밀한 의료학술 파트너십으로 실현됐다. 이후 학교법인일송학원은 매년 파트너 대학들과 국제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양국 최신의료지론을 공유하고 기술발전을 위해 협력해왔다.국제 파트너십 확장에 대한 결과로 윤 이사장은 2023년 웁살라대학교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린네 골드메달’을 수상한다. 이는 스웨덴과 뚜렷한 학술교류가 없던 2000년대 당시 윤 이사장이 이끄는 한림대학교 및 의료원 팀이 스웨덴과 학술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한편, 고 윤대원 이사장의 빈소는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지고 장례는 학교법인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장례가 끝난 후 고인은 경기 남양주시 금곡면 선영에 안장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장남 윤희성 학교법인일송학원 상임이사, 차남 윤희태 도움박물관 관장, 장녀 윤은주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있다.
2024-06-26 08:29:03병·의원

장기기증과 이식의 정신심리학적 관점들

메디칼타임즈=박민현 은평성모병원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9회] 장기기증과 이식의 정신심리학적 관점들 박민현 교수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정신건강의학과) 장기이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존 기증자와 이식 수혜자는 모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간단한 진료 및 평가를 거치게 됩니다. 장기이식과 정신건강의학과는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기증과 이식을 시행하기 전에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대상자들을 만나봐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첫째는 대상자의 정신건강상태가 기증과 이식에 적합할지 평가하는 것이고, 둘째는 생존 기증자의 기증 의사가 자발적인 것인지 평가하는 것입니다.먼저, 우리나라의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언급된 정신건강의학적 측면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법률의 제3장 11조는 ‘장기등의 적출・이식의 금지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이중에서도 특히 생존 기증자의 정신건강상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장기적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사항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자・지적(知的)장애인. 다만,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본인 동의 능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그러하지 아니한다.*마약ㆍ대마 또는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된 사람법률이 이런 금기사항을 두는 이유는 정신질환자나 지적장애인의 경우 의사결정 능력, 현재 증상의 안정성, 예후와 관련된 위험성 등이 장기기증과 이식의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신질환자나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별표1의 제6호에 따른 지적장애인인 경우에는 기증의사를 밝힌 본인이 동의 능력을 갖추었다는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의 소견서를 지참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법률에 언급된 것처럼 마약・대마 또는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된 사람의 장기 적출도 금기사항입니다. 음주의 경우 국가별로 다른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데, 생존 기증자의 음주에 대해 미국에서는 이를 금기사항으로 보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음주의 정도에 따라 금기사항이 될 수 있고, 캐나다에서는 절대적 금기로 되어 있는 등 국가에 따른 차이가 있습니다.  생존 기증자의 자발적 의사에 대해서는, 법률에 정해진 바는 아니지만, 여러 문헌들에서 생존 기증자가 장기기증에 대해 양가감정을 가질 때는 금기사항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즉, 기증자가 장기기증에 대해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변의 강요나 애원 등에 의해 마지못해 기증하기로 결심하였다면, 그러한 결심이 완전히 자발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장기이식 전후로 생존 기증자는 물론 수혜자도 우울, 불안 등을 경험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 언제든지 정신건강의학과에 도움을 요청 할 수 있으며, 또한 생존 기증자의 경우 자발적 의지로 언제든지 기증 의사를 철회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장기이식 절차에 수반되는 정신심리학적 평가체계를 정립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고, 사전사후 기증자 평가 및 스트레스 관리도 강화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역시 장기기증과 이식의 과정에 정신건강의학과가 함께 참여해 정신심리학적 시각에서 대상자들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안전한 이식 환경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는 중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정신심리학적 평가에 대한 자료를 모니터링하거나 공식적으로 통계화 하고 있지는 않으며, 통일된 지침 등도 부재하여 장기이식을 시행하는 기관별로 상이하게 정신건강의학적 평가 및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국내에서도 점차 장기이식 절차에 수반된 정신심리학적 문제에 관심이 증대되고 체계적인 추적관찰이 이루어지기를 고대해 봅니다. 
2024-06-17 05:00:00오피니언
[장기이식병원 칼럼]

"눈 장기기증, 수입 각막에 의존하는 게 현실"

메디칼타임즈=가톨릭대 이현수 교수(장기이식병원)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8회] “눈은 마음의 등불” 김수환 추기경과 각막이식ⵈ수입 각막에 의존하는 현실이현수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교수(안과)각막이식수술은 안구에서 유리창 역할을 하는 투명한 각막에 영구적으로 혼탁이 생겨서 실명에 가깝게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 혼탁한 각막을 건강하고 투명한 기증 각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입니다.  각막 전층을 이식하고 봉합하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안과 수술 중 난이도가 높은 편이며, 최근엔 각막 혼탁의 위치와 범위에 따라 병변이 있는 부분만 이식하는 부분층 각막이식수술도 많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푹스이영양증이나 수포성각막병증과 같이 각막내피세포에 병변이 있어서 각막에 물집이 잡히고 부으면서 혼탁해지는 경우에는 부분층 각막내피이식수술을 시행하는데, 전층 각막이식에 비해 수술 후 시력 회복이 빠르고 이식 거부반응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봉합으로 인한 난시 및 합병증 발생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은 2019년 개원 직후 안은행과 각막이식팀을 꾸렸으며, 같은 해 7월 1일 양안 시력을 잃고 어둠 속에서 생활 중이던 80대 여성 환자의 우안 각막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양쪽 눈 모두 실명 상태여서 3~4년 전부터 각막이식을 권유받았으나 국내기증 각막 부족 및 경제적 이유로 수술을 받지 못하다가 본원 사회사업팀과 하나금융나눔재단으로부터 수술비를 지원받아 다시 세상을 보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잘 보고 계십니다.  수술 후 이틀 만에 시력을 회복하기 시작한 환자는 “밝은 세상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가족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어서 기쁘다”라며 거듭 고마움을 표시하시고, 보호자로 오신 할아버지도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알고 계시는 것처럼 국내 인구 100만 명 당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9.3명으로, 미국 44.5명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권에선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신장, 간, 폐 등의 다른 장기는 기증하더라도 안구는 기증하길 꺼려하는 경우를 의료 현장에서 종종 보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국내기증 각막의 부족으로 이어져 국내에서 기증된 각막을 이식 받으려면 평균 대기기간이 8년(장기조직혈액관리원 2022년 장기이식 현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 하버드의대에서 시행된 유전자가 조작 돼지의 신장을 이식하는 사례처럼 돼지의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이식이나, 인공적으로 제작된 각막을 이식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실제 인체 각막과 비교할 때 임상적으로 만족할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막이식 대기자 중에 양안 실명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나 감염이나 외상으로 안구파열의 위험성이 큰 경우에는 외국에서 기증된 각막을 수입해 이식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은평성모병원에서 시행한 각막이식 통계를 보면 이식에 사용된 각막은 수입한 외국기증 각막이 국내기증 각막보다 3배 이상 많았습니다. 수입 각막은 복잡한 프로세스 및 고가의 운송비용이 추가되어 환자에게 큰 경제적 부담을 줍니다. 더구나, 코로나19 유행기간에는 외국기증 각막조차 수급이 쉽지 않았고 항공 운송비마저 크게 올라서 각막이식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故김수환 추기경은 1990년 “앞 못 보는 이에게 빛을 보여주고 싶다”고 헌안 서약을 한 이후 2009년 2월 16일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씀과 함께 안구를 기증하고 선종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울렸던 故김수환 추기경의 선한 마음과 몸소 실천한 숭고한 생명 나눔 정신은 그해 장기기증 서약을 크게 증가시키는 선순환을 가져왔습니다. 어둠에 갇힌 환자뿐만 아니라 옆에서 함께 힘들어하는 환자 가족들에게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각막기증에 대해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사후 각막은 땅에 들어가면 죽지만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가게 되면 다시 살아나고 또 다른 생명으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장기이식은 가장 고귀한 생명의 나눔이며, 인간에 대한 사랑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의지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처럼 장기기증문화가 더욱 활성화되고, 기증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가 더욱 높아지면 장기기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24-06-03 11:41:36학술

긍정적인 기증문화 확산을 위한 의료진의 작은 약속

메디칼타임즈=반태현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7회] 긍정적인 기증문화 확산을 위한 의료진의 작은 약속반태현 가톨릭대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교수(신장내과) 어느 가족의 자녀, 어머니, 아버지, 누군가의 친구, 직장동료로서 관심과 사랑을 주고받던 사람을 갑자기 보내야 하는 그런 아픔 속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의료진이 있습니다.이들에게 장기기증을 위한 언급을 하기도 어렵고, 가족 사이에 함께 충분한 논의를 하고 결정을 하기에도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리면, 의료진은 그 뜻이 헛되지 않도록 장기기증을 위하여 거쳐야 하는 모든 단계와 순간마다 신속하고 오차 없이 절차를 진행하고자 노력을 기울입니다.이 과정에서 가장 가슴 아픈 시간은 가족들이 이별을 받아들이고 말이나 글로 보내는 편지입니다. 연세가 많은 기증자의 부모님부터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어린아이의 글에 이르기까지, 마주하는 순간마다 먹먹해짐을 느낍니다.서울성모병원 근무를 거쳐 2019년부터 새롭게 진료를 시작한 은평성모병원에 합류하면서 서울과 경기 서북 지역에 장기이식을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신생병원이자 이른바 Big5 병원이 아니라는 점은 개원 초기 은평성모병원이 헤쳐 나가야 하는 일종의 장애물이었으며, 어떻게 해야 장기이식과 기증에 대한 숭고한 의미를 지역에 긍정적으로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새롭게 시작하는 병원에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며 장기이식과 관련된 공간을 꾸며보고 싶었습니다.먼저, 생체 신장이식 분야에서, 이식 환자를 만나는 과정은 주로 신장을 기증받아야 하는 수혜자가 이식을 준비하고, 이식 후에 신장의 기능을 지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치료하는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생체 이식의 과정은 다소 수혜자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기증자가 느낄 수 있는 소외감과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하는 고민은 언제나 의료진에게 숙제처럼 남습니다.뇌사 기증자들과 마찬가지로 생체 기증자들 역시 가족이나 지인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 자신의 몸과 삶의 일부를 기증했다는 점은 같습니다. 생명나눔이라는 숭고한 뜻을 실천한 살아 있는 기증자들인 셈입니다. 하지만 생체 기증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생체 기증자들의 숭고한 뜻에 보답하기 위해 의료진이 할 수 있는 것은 남은 콩팥을 지키며 평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실 수 있도록 관리해 드리는 일입니다. 이 같은 배경에서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은 ‘신장이식 공여자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기증자께 오랫동안 건강을 지켜드리기 위하여 비뇨의학과와 함께 연 1-2회 정기적으로 안부를 나누면서 신장 기능의 추이를 확인하는 검사와 함께 기초적인 혈압, 혈당, 고지혈증 등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콩팥을 주고받으며 서로 깊은 유대감과 사랑 역시 나누었지만,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여전히 사회에서는 뇌사 기증자와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감사함을 표하는 많은 움직임이 있습니다. 뇌사 기증자들의 남은 가족들은 모임을 활성화해 서로 위로를 주고받으며 고인의 뜻을 기리고 새로운 삶의 동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그러나 이러한 자리에 의료진이 함께 하기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대신에 많은 가톨릭 의료기관들은 매년 11월 위령성월에 장기기증자를 기리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는 1991년부터 ‘장기기증자 봉헌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년에 한 번 오는 이 시간은 멀리 떠난 그리운 가족을 만나기 위하여 그들을 보낸 공간으로 오는 시간입니다.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병원은 이 시간을 조금 더 확대하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추모공간도 만들었습니다. 뇌사 기증자를 추모하고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한 ‘기억의 벽’(Wall of Remembrance)입니다. 장기기증자의 남은 가족들이 이 공간을 찾아오는 날은 가족들에게 언제나 ‘오늘’입니다. 기억의 벽은 가족들에게는 그리운 이름을 기릴 수 있는 공간이며, 고귀한 뜻을 의료진과 내원객이 함께 나누는 공간이기도 합니다.생명을 나누어주신 분들과 그 생명으로 힘차게 살아가는 분들을 보며 우리 모두는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장기기증과 이식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장기기증을 몸소 실천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 모든 기증자들을 위해 마음속 ‘기억의 벽’을 세워 봅니다.
2024-05-20 05:00:00오피니언

은평성모병원 개원 5주년 "늘 환자 곁을 지킬 것"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지난 5년간 환자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들이 은평성모병원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언제나 환자와 함께하는 흔들림 없는 의료체계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동반 성장과 의료문화를 선도하며 더 큰 기쁨을 선물하겠다"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병원장 배시현)은 5월 9일 오전 개최한 개원 5주년 기념식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환자 곁을 지켜온 교직원들을 격려하고, 병원을 믿고 끊임없이 신뢰를 보내준 환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수도권 서북부 첫 대학병원으로 2019년 진료를 시작한 은평성모병원은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과 의료 접근성 개선에 기여하며 5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중증・응급질환 거점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배시현 병원장배시현 병원장은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개원 첫해의 긴장감, 환자를 가장 먼저 생각했던 세심함, 그리고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우리 교직원들만의 열정적인 원팀(One-Team) 문화가 오늘의 은평성모병원을 있게 했다"고 돌아봤다.은평성모병원은 개원 직후부터 의료기관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심뇌혈관질환, 장기이식, 혈액질환, 암 등 중증 질환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으며, 응급의료센터를 비롯해 필수 의료체계를 지탱하는 안정적인 진료 시스템을 바탕으로 권역 내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최종 치료를 책임지는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에 나서며 새로운 의료문화를 선도하고 있다.최근에는 장기이식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뇌사자 공여 신장 로봇이식을 성공한데 이어 개원 5년 만에 신장이식 100례를 달성했으며, 혈액질환 분야에서는 연간 조혈모세포이식 전국 6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중증 질환 치료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린 바 있다.더불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도하는 심뇌혈관질환 인적 네트워크 시범사업 모든 분야에서 핵심 거점병원으로 선정되는 등 급성심근경색, 급성대동맥증후군, 뇌졸중을 비롯한 응급질환 24시간 골든타임 사수에 나서는 중이다.은평성모병원은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과 함께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 안전망 구축과 지역사회 동반 성장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교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발족한 '은평성모자선회'를 기반으로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식자재 및 생활 보조비 지원, 청년 자립 지원, 입원 및 외래 의료비 지원, 지역사회 기관 후원 사업을 전개하는 중이다.또, 뜻을 함께하는 기관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경제적인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없도록 치료안전망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자선진료 및 무료 이동진료를 통해 연 평균 15억여 원의 기금을 사회에 환원하며 은평성모병원과 함께하는 환자들이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배시현 병원장은 "모두가 함께한 지난 5년의 시간을 발판삼아 은평성모병원은 다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한다"며 "여러 가지로 어려운 의료 환경 속에서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들도 많이 있지만 지난 5년처럼 교직원 모두 화합하고 도전한다면 앞으로의 시간도 행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한편, 은평성모병원은 개원기념식에서 21명의 모범직원과 62명의 장기근속 교직원에대한 표창을 수여했으며, 이에 앞서 원내 성당에서 개원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2024-05-09 11:28:38병·의원

공여 장기 부족 극복 위한 의학적 노력–이종장기이식

메디칼타임즈=황정기 병원장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6회] 공여 장기의 절대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의학적 노력 – 이종장기이식황정기 병원장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2022년 초부터 장기이식에 획을 긋는 이종(異種)장기이식 연구결과 보도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첫 번째가 사람에게 돼지의 심장이식을 시행한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보도자료 제목을 기억하시는 분도 많으실 겁니다.  ‘세계 최초, 인간 몸에 돼지 심장이식 성공…획기적 돌파구’‘돼지 심장이식 환자, 두 달 만에 사망…거부반응 탓인지는 불분명’,‘돼지 심장이식, 세기적 실험 환자가 흉악범이었다니, 자격있나 논란’최초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이종간의 심장이식이었음에도, 심장이식을 받은 환자가 젊은 시절 총기사고로 친구를 반신불수로 만들었다는 것이 더 논란거리가 되기도 하였습니다.얼마 지나 2022년도 1월 말에는 ‘이번엔 돼지 신장 인체이식 - 3일간 체내서 정상 기능’의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이 내용은 미국이식학회지(American Journal of Transplantation) 2022년도 4월호에 자세히 발표되었고, 요약하면 교통사고로 뇌사판정을 받은 환자에서 양측 신장을 제거한 뒤 유전자 조작 돼지 신장을 이식한 것입니다. 수술 23분 만에 이식된 돼지 신장에서 소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77시간 동안 기능을 했지만, 이식 신장의 기능을 평가하는 사구체 여과율의 회복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다행히 그 시간 동안 돼지 바이러스가 혈액 내에서 검출되지 않았고, 초급성 거부반응도 없었으며, 이식 신장의 혈관과 혈류의 안정성(Vascular Integrity of Graft)도 잘 유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뇌사자에 이식을 하여서인지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수술 3일째 혈액응고장애, 과다출혈로 환자는 숨졌다고 발표되었습니다.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올해 초에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한 후 환자가 건강하게 2주 만에 퇴원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뇌사자나 원숭이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하던 것에서 진일보하여 살아있는 사람에게 이식한 처음의 성공 사례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사람과 가장 비슷한 크기의 장기를 가진 '유카탄 미니돼지'를 이용하였고, 유전자 가위(CRSPR-Cas9) 기술을 이용해 10개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60세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던 남자에게 이식했으며, 신장 기능이 잘 회복되어서 2주 만에 건강하게 퇴원하였다는 것입니다.또 지난주에는 심부전과 만성콩팥병을 겪던 54세 여성에게 기계식 심장펌프 이식수술 후에 돼지 신장을 이식하여 성공한 것이 보도되었습니다. 이처럼 이종장기이식은 눈부시게 발전하여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만성장기부전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한편에선 장기를 얻기 위해 유전자 조작 동물을 이용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비판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종장기이식에 대한 연구와 발전은 공여 장기의 절대적 부족현상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2021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기인체조직 기증 활성화 기본계획”도 장기의 절대적 부족을 해결하고자 다음과 같은 배경에서 출발했습니다.“1999년 장기이식법이 제정된 이후, 정부와 유관기관은 공공재로서 장기 등에 대한 인식 확립, 공정하게 장기이식을 받을 수 있도록 분배 기반을 마련해 왔습니다. 또한, 2017년에는 비급여로 수혜자가 부담하던 장기이식 비용을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환자 부담을 경감하는 등 지원정책을 펼쳐왔습니다. 그러나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 수는 지속 증가하는 반면,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 등은 그 추세를 따라오지 못하여 뇌사기증이 부족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이 심화되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이는 올바른 방향이고, 필수적인 조치입니다. 또한, 공정한 장기 분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하여 의학계 내에서도 많은 노력이 있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2008년 세계이식학회와 세계신장학회가 주관한 이스탄불선언입니다.  이스탄불선언의 핵심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모든 나라는 장기기증 및 이식을 관리하는 법적이고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춰야하며, 이 시스템은 기증자와 수혜자의 안전을 담보하고 국제적 기준을 준수하며 비윤리적 행위를 금지하는 투명한 규제, 감독체계를 포함해야 한다. 2) 각국은 장기 부전을 예방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각 국가의 국민 내에서 또는 지역적 협력을 통해 지역 거주자들의 이식 요구를 적절히 맞출 수 있도록 장기를 제공하는 공정한 프로그램을 담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3) 뇌사자 장기기증은 각국이 필요로 하는 범위 내에서 신장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에 있어서도 최대화 되어야 한다. 뇌사자 장기이식을 시작하고 증대시키려는 노력은 생체 기증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4) 현재 뇌사자 장기이식의 충분한 증가를 방해하는 오해, 의혹과 같은 여러 장벽들을 다루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이식 대기자 수와 뇌사자 장기기증자 수의 괴리는 매우 크기 때문에 공정한 분배와 뇌사기증자 증대 노력, 인식개선 교육 프로그램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절대적인 장기기증 부족에 대한 의학적인 노력은 무엇이 있어 왔고 발전해 왔는지 이종이식을 포함하여 알아보겠습니다.첫 번째는 교환이식(Donor exchange program)입니다. 교환이식 프로그램은 선정된 장기기증자와 수여자 간 혈액형 및 적합성이 다르거나 이식가능 여부를 판정하는 중요한 검사인 림프구 교차 검사에서 양성판정으로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에 같은 처지의 이식 대기자 가족 또는 타 의료기관에 등록된 이식 대기자 정보와 대조하여 이식을 연결하는 매칭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 이식을 준비하는 커플 간에 공여자를 서로 바꾸는 2쌍의 교환이식은 물론 3각, 4각 릴레이 교환 장기이식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두 번째는 혈액형이 서로 맞지 않는 공여자와 수혜자 간의 이식, 즉 ‘혈액형 불일치 이식’을 통한 생체 공여자 확대입니다. 신장이식의 경우로 살펴보면, 혈액형 불일치 신장이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식 전에 항 ABO 항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혈액형이 서로 다른 사람 간에 수혈이 이뤄져서는 안 되는 이유는 항 ABO 항체가 적혈구 표면의 ABO 항원과 반응해 적혈구를 파괴하는 용혈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인데, 마찬가지로 항 ABO 항체가 이식 받은 콩팥의 혈관 내피세포와 세뇨관 세포 표면에서 ABO 항원과 반응해 이식 받은 콩팥을 손상시키는 항체 매개성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혈액형 불일치 신장이식 시행 전에 항 ABO 항체를 측정한 후 이식이 가능한 수준까지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인 절차이고, 항체를 제거하기 위한 전 처치 요법으로 혈액 중 이미 존재하는 항체를 제거하는 혈장 반출술(Plasmapheresis)과 항체생산 면역세포의 효과적인 파괴를 통해 추후 항체의 생산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리툭시맙(Rituximab)이라는 약제를 투여하는 방법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이뤄왔습니다.국립 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 시행된 생체 신장이식 1499례 중 30%에 이르는 440례의 이식이 혈액형 불일치 이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는 과거 혈액형이 일치하는 공여자가 없어 이식을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이식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합니다.세 번째는 순환 정지 후 장기기증, 즉 DCD(Donation after Cardiac Death)입니다. 이는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여 이루어지는 장기기증과 다르게 심장사 후에 진행됩니다. 심장사 후 장기기증은 뇌사 후 장기기증보다 더 촌각을 다투기 때문에, 사망선언을 어떻게, 어느 곳에서, 어느 의사가 할지 결정하는 것부터, 장기기증을 위한 수술 준비까지의 절차에 대한 의학적, 법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신중한 조정과 협력이 필요하겠습니다.마지막으로 앞에서 살펴본 이종장기이식입니다. 이종장기이식은 서로 다른 종간의 이식을 말하고, 사람 간의 동종이식과는 전혀 다른 해결해야 할 점들이 많이 있었지만, 조금씩 그 장애를 잘 극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이처럼 다양한 의학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장기기증과 이식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와 협력, 그리고 국민의 인식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이 모든 노력이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하겠습니다.
2024-05-07 05:00:00오피니언
[김수환 추기경 기념 기획칼럼]

‘잊혀짐’...하늘의 별이 된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메디칼타임즈=홍석진 팀장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5회] ‘잊혀짐’...하늘의 별이 된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홍석진 팀장(간호사)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운영팀장기기증과 이식의 현장에 근무하면서 뇌사 기증자의 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잊혀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죽음이라는 전제가 있음에도, 가족과 많은 사람들은 영원한 이별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래오래 기증자를 기억하고자 노력하지만 안타깝게도 하늘의 별이 된 그들은 서서히 잊혀져간다.뇌사 기증자가 되어 본인의 장기를 기증함으로써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대가없이 생명이라는 고귀함을 선물하는 진정한 사랑의 실천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그 감사함을, 숭고함을, 가족의 슬픔을 우리 모두는 얼마나 깊이 공감하고 이해하였을까.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은 2021년 진료를 시작한 국내 최초의 장기이식병원으로, 설립의 큰 목적 중에 하나도 바로 하늘의 별이 된 그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그들의 숭고한 사랑을 널리 알리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장기이식병원 운영팀은 운영팀장과 3명의 장기이식코디네이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기기증 및 이식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타부서와 다양한 부분에서 협업하며 생명나눔의 최전선에서 노력하고 있다.가톨릭 영성을 바탕으로 설립된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은 뇌사 기증자 예우를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기증자를 기억하고 추모한다. 장기기증과 이식을 시행하고 있는 다른 의료기관 역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테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는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이 어떻게 기증자들을 기억하고자 노력하는지 간략히 소개해보고자 한다.종교병원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병원에 상주하고 계시는 수녀님과 신부님께서 기증자와 가족을 함께 어루만져 주심으로 우리들의 기증자 예우 프로그램은 시작된다. 이 시기에는 종교의 유무, 다름이 중요하지 않다. 기증자와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을 기억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뇌사 기증자가 장기적출을 위해 수술실로 출발하기 전까지 장기이식병원 운영팀은 원목팀 수녀님과 함께 가족들과 기도를 한다. 가족이 원하지 않을 경우 장기이식병원 운영팀과 수녀님만이 할 수도 있다. 병원이 개원을 한 후 주말, 휴일, 야간에 상관없이 모든 뇌사 기증자를 위해 함께 기도를 하였다. 감사와 위로를 담아......중환자실에서 수술실로 출발할 때는 짧은 거리이지만 장기이식병원 운영팀이 동행한다. 외국에서 ‘Honor Walk’으로 불리는 이 의식에는, 외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장기이식병원 운영팀이 동행하고 생명나눔을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는 기증자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인사를 하며 작별을 고한다.수술실 입실 후에는 은평성모병원만의 고유한 기도문을 경건한 마음과 자세로 낭독하고 수술을 시작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감사한 마음으로 적출수술을 하고 모든 것이 끝난 후 가족에게 시신을 인도한다.장기적출수술이 끝났다고 기증자 예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 또 다른 방법으로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한다.수술이 끝나고 슬픔에 잠겨있는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장기이식코디네이터는 전화방문을 드리고 안부를 묻는다. 감사하게도 가족들은 그 짧은 위로에 힘을 내고 다시 일어설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말해준다.‘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에는 기증자를 기억하는 추모공간이 있다. 기억의 벽(Wall of Remembrance)이라고 불리는 이 공간에 기증자의 이름을 새겨 그들을 기억하고, 가족들은 그 이름을 통해 다시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자주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을 찾고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가족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를 한참 쳐다보며 쓰다듬는다. 그 시간에 우리들은 침묵하며 기다려주고 가족과의 인사가 끝나면 서로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하며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기도 한다.매월 장기를 기증하신 기증자 가족들에게 감사엽서도 보내고 있다. 엽서를 보내기 전에 전화방문을 드리고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다른 위로를 전하려고 한다.종교적 색채가 강한 예우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가장 의미 있는 일은 매년 11월 위령성월에 장기기증자를 추모하기 위해 기증자 가족, 수혜자 및 가족을 모시고 드리는 위령미사일 것이다.시간이 흘러도 가족들은 떠난 기증자를 기억하기 위해, 수혜자는 그 감사함을 잊지 않기 위해 많은 분들이 멀리서도 참석해 준다. 그리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잊지 않아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에서 우리는 우리의 업무에 사명감을 더욱 느끼게 된다.여기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 꽃을 봉헌하는 경건한 시간, 기증자를 추모하는 노래가 울려 퍼지는 순간을 경험한 많은 분들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눈물이 나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들 웃으며 내년을 기약한다. ‘꼭 내년에도 참석하겠어요’, ‘감사합니다’, ‘위령미사 해마다 꼭 열어주세요’ 등등 서로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우리의 역할과 소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장기이식 관련 업무를 하면서 수많은 딜레마를 겪고 휴일도 없이 일해야 하는 힘든 업무가 대부분이지만 건강해진 수혜자를 볼 때 마다, 또 장기기증을 통해 생명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과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생명의 봉사자임을 늘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짐 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생명나눔을 실천하는데 앞장서고자 노력할 것이다. 
2024-04-22 05:00:00오피니언

장기기증의 넛지: 옵트인·옵트아웃 그리고 유도된 선택

메디칼타임즈=황정기 병원장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4회] 장기기증의 넛지: 옵트인(명시적동의)/옵트아웃(추정동의) 그리고 유도된 선택황정기 병원장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오늘은 제목에서 나열한 용어들을 하나씩 알아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넛지’(Nudge)라는 단어는 본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가 저술한 베스트셀러 '넛지'(2008)를 통해, 이 용어는 사람들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영리하게 유도하는 방법이나 그러한 행위, 장치, 정책을 지칭하는 용어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는 '선택의 폭을 제한하거나 특정 선택을 어렵게 만들지 않고도 타인의 결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부드럽고 섬세한 개입'이라고 요약될 수 있습니다.일상에서 볼 수 있는 넛지의 예로는, 지하철에서 '쩍벌남' 현상을 줄이기 위해 의자 앞바닥에 그려진 발 모양의 그림이나, 남성 화장실 소변기에 그려진 파리 그림이 있습니다. 이 파리 그림은 소변의 낙하 목표 지점을 특정하게 함으로써 바닥으로 소변이 튀는 것을 70% 이상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넛지가 어떻게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의 선택을 현명하게 유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저희 은평성모병원에서는 최근 인근 지하철역에 ‘기부하는 건강계단’을 새롭게 설치했습니다. 은평구청과 협력하여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계단을 이용할 때 마다 10원이 적립되어, 그 기부금을 취약계층을 위한 ‘무릎인공관절 수술비’로 쓰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건강을 돌보는 동시에 기부할 수 있는 유익한 방법의 넛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어서, ‘옵트인’(opt-in)과 ‘옵트아웃’(opt-out)이라는 용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이 두 개념은 주로 정보의 수집, 사용, 광고 발송 등의 상황에서 사용되며, 사용자의 선택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에 대한 방식을 나타냅니다. 옵트인은 사용자의 명시적 동의를 필요로 하는 반면, 옵트아웃은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이상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는 추정동의 상황을 의미합니다.옵트아웃이라는 용어는 프로스포츠, 특히 야구에서도 선수계약에 적용됩니다. 야구를 좋아한다면,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 영화를 기억할 것입니다. 이 영화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놀라운 20연승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빌리 빈 단장이 팀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선수계약, 트레이드, ‘스토브리그’라 불리는 시즌 사이의 활동 등 프로야구의 냉정한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의 개막전이 한국에서 열려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일본 출신의 천재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LA 다저스로 이적하며 큰 주목을 받았는데, 이 이적은 스포츠 역사상 최고 금액이었으며, 그의 계약 조건 중 '옵트아웃' 조항에 필자는 눈길이 갔습니다. 야구에서 이 조항은 선수가 계약 기간 중 특정 조건 하에 계약을 종료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옵트인/옵트아웃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옵트인은 사용자가 동의를 위해 특정행위(예: 체크박스를 체크하는 것)를 해야 하는 상태를, 반면 옵트아웃은 이미 체크가 되어 있어 추가 동의가 필요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웹사이트 가입 시, 개인정보 수집 동의나 바탕화면에 바로 가기 앱 설치 문구, 광고 수신 동의 체크 박스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체크가 되어 있다면 옵트아웃, 체크를 해야 한다면 옵트인이 됩니다. 따라서, 야구 계약에서의 옵트아웃은 이미 동의된 상태이며, 별도의 협상 없이 선수가 자유롭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의미합니다.장기기증의 옵트인/옵트아웃 제도도 이와 비슷한 개념을 따릅니다.옵트인 방식에서는 장기기증을 하고자 하는 경우, 기증자가 생전에 명시적으로 동의를 해야 합니다. 장기기증 등록 서류에 체크를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은 미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등에서 사용되며, 기증 의사를 밝힌 사람만이 장기기증이 가능합니다. 반면, 옵트아웃 방식에서는 모든 국민이 기본적으로 장기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장기기증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만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스페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 등이 이 방식을 채택하여,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모든 국민을 장기기증 대상자로 간주합니다.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 명당 기증률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낮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이 단지 우리나라가 옵트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만 일까요? 사실 옵트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증률을 기록하고 있고, 일부 주는 스페인을 능가합니다. 이는 장기기증률을 높이기 위해 기본 설정을 옵트인에서 옵트아웃으로 변경하는 것이 강력한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실제로 오스트리아나 싱가포르는 강력한 옵트아웃(추정동의) 제도를 적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장기 적출 전에 반드시 뇌사자의 가족과 협의 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강력한 옵트아웃 정책을 시행하는 스웨덴에서도 기증자가 생전에 적극적으로 장기기증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가족이 기증을 거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기증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옵트인이든 옵트아웃이든, 유도된 선택, 즉 넛지의 대안적 접근 방법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옵트인 방식을 채택한 경우에는 장기기증희망등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넛지가 필요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모든 주에서는 운전면허증 갱신 시 기증 의사를 묻는 절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투표장을 활용하였고, 뉴욕을 비롯한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유권자 등록을 할 때 장기기증자 등록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인센티브나 디센티브를 활용하는 넛지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최소 3년 전에 장기기증자로 등록한 사람에게 장기이식이 필요할 경우 대기자 명단에서 우선권을 부여합니다. 옵트아웃 방식을 시행하는 싱가포르에서는 장기기증을 명시적으로 거부한 사람이 나중에 장기이식 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 대기자 명단의 맨 아래쪽에 놓일 것이라는 경고를 받게 됩니다.우리나라에서는 장기기증에 관한 등록과 뇌사자 및 사망자의 장기적출 제도가 다음과 같이 정해져 있습니다.먼저 장기기증등록 절차는 첫째, 장기 등 기증을 희망하는 사람이 생전에 신청할 수 있는 장기 등 기증희망등록과, 둘째, 장기기증을 하고자 하는 사람, 뇌사자 및 사망자의 가족이나 유족이 신청할 수 있는 장기 등 기증등록이 있습니다. 뇌사자나 사망자의 장기 적출은 본인이 생전에 장기기증희망등록을 한 경우에는 가족이나 유족이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경우에 가능하며, 본인의 생전 동의나 부동의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는 가족이 장기기증에 동의하는 경우에 한하여 적출할 수 있습니다.이 제도에서 볼 수 있듯, 옵트인 방식을 채택한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의 동의가 장기기증과 적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법제처에서 발간한 ‘장기이식법’ 입법 동향을 살펴보면, 현재 계류 중인 법률안 중에서는 “가족·유족이 본인 의사와 달리 장기 등 적출을 거부할 수 없게 하는(현행 제22조 제3항 관련)” 항목이 있습니다. 이는 본인이 생전에 장기 기증에 동의한 경우, 가족의 의사와 관계없이 장기 등을 적출할 수 있도록 하려는 법안입니다. 이러한 법안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장기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해 명령과 넛지가 결합된 강제된 선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우리나라에서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의 신청 기회를 넓히기 위해 넛지 방법을 적용한 법안들이 활발히 제안되었지만, 아직 계류 중인 상황이어서 안타깝습니다. 이 법안들은 주민등록증의 발급 및 재발급, 운전면허 시험 응시자와 운전면허증 발급, 여권 및 선원 신분증 발급 과정에서 장기기증희망등록의 의사를 확인하거나 안내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또한,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들의 운전면허증과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자격 관련 자료에 장기기증 희망자임을 명시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유도된 선택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장기기증에 있어서 효과적인 넛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장기기증희망등록 제도와 그 활성화 방안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이 내용은 주로 '넛지(파이널 에디션, 2023)'의 13장, '장기기증: 기본설정 해법에 대한 환상'에서 많이 인용하고 참조했습니다. 추가로, '넛지(파이널 에디션)'의 서문에서는 저자들이 장기기증 방식에 있어 '추정동의(presumed consent)'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는데, 이는 선택의 자유를 더욱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은 장기기증희망등록과 적출에 대해 어떤 의견이나 선택을 가지고 계신가요?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 칼럼이 조금 더 긍정적이고 선한 방향으로 여러분의 선택에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24-04-08 05:00:00오피니언

갑자생 의사와 한국 최초의 신장이식

메디칼타임즈=황정기 병원장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3회] 갑자생 의사(李容珏)와 한국 최초의 신장이식황정기 병원장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아들에게 두 번의 생명을 주신 어머님에게 우리는 머리를 숙입니다!” 1969년 4월 4일 제작된 대한뉴스 720호의 마지막 멘트는 이러한 감동적인 메시지로 마무리됩니다. 40대 이상의 독자라면, 영화 상영 전 극장에서 흘러나오던 대한 뉴스의 긴장감 있는 성우 목소리를 기억하실 겁니다. 이 자막을 보고 여러분은 어떤 상상을 하시나요? 잘못된 길로 가는 아들을 위해 끝없는 사랑으로 회개하게 만든 어머니의 눈물겨운 신파이야기를 떠올리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뉴스가 전하는 이야기는 그 이상입니다.  그 대한뉴스의 내레이션을 처음부터 옮겨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치료에 손을 못 대던 신장 중환자가 우리나라 성모병원에서 사상 최초의 수술을 받고 제 2의 생명을 즐기게 됐습니다. 외과의 이용각 박사를 주장으로 해서 내과의 민병석 박사 등 20명의 전문의사와 일급 간호원 최수자 양 등 간호원 만도 20여 명이 동원된 이 수술은 어머니의 건강한 신장 한쪽을 떼서 그것을 병든 아들의 신장으로 이식한 것입니다. 수술은 세계기록으로 20여 분 만에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어머니로부터 두 번이나 육신의 생명을 받은 아들은 이제 건강한 모습입니다. 아들에게 두 번의 생명을 주신 어머님에게 우리는 머리를 숙입니다!”이 뉴스는 아들에게 한쪽 신장을 떼어 줌으로써 실제 두 번의 생명을 주신 어머니의 이야기이면서, 한국 최초의 신장이식 성공을 보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1969년 당시 한국 상황에서 모자간 신장이식의 성공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이는 세계 장기이식의 역사를 조금만 살펴봐도 쉽게 이해가 갑니다. 195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혈관외과 술기와 이식면역이 발전하면서 장기이식 분야가 태동을 하였고, 드디어 세계 최초의 신장이식이 1954년 미국의 하버드대학에서 일란성 쌍둥이 형제간에 시행되었습니다. 영국에서도 첫 번째 신장이식이 1960년에서야 일란성 쌍둥이에게 성공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 들어서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의학 수련을 마친 의학자가 신 의료기술을 임상에 적용하기 시작하던 단계로 의학의 꽃인 장기이식 수술을 따라가기에는 의료 환경이 매우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1969년 명동성모병원에서 만성콩팥병을 앓던 환자에게 국내 최초 신장이식을 성공한 것입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신장이식수술 이후 15년 만에 이루어 진 일로 그 당시의 의학수준으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역사적인 성과였습니다.오늘은 한국 최초의 신장이식을 성공적으로 이끈 외과의사, 이용각 교수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국내 최초 다학제 진료로 신장이식을 동반 성공시킨 인산 민병석교수님에 대해서도 추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할 기회가 있으리라 기대합니다.)‘묻지마라 갑자생’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는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그것을 하고 싶어진다’는 인간의 심리를 의미하기도 하고, 1924년 태어난 갑자생들의 고난과 역경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용각 교수님도 바로 그 1924년, 육십갑자의 시작인 갑자년에 경기도 남양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이 해에 태어난 갑자생들은 1945년까지 일제 식민지 21년, 1948년까지 미군정시대, 대한민국 출범과 6.25전쟁, 그리고 민주화 격변기 등 역사의 큰 전환점을 경험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식민지 시대의 절대적인 빈곤으로부터 오늘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경제번영기의 중심에 그들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이용각 교수님의 삶도 이 시대의 중요한 순간들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며 정면으로 통과했습니다.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일본군의 첫 징집대상이 되어 관동군에 편입되었고, 해방 후에는 가까스로 만주에서 벗어나 대학의 세균학연구실에서 근무 하시던 중, 6.25전쟁이 발발하였습니다. 미 육군 7사단에 합류하여 장진호 전투 이후 미 해병대의 야전병원에서 외과 임상의를 시작하셨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교수님께서 1958년 미국 휴스턴 베일러의대 Dr. Debakey 교수에게서 외과 전문의 수련을 받으며 혈관이식외과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용각 교수님의 의사 인생 50년을 다룬 자서전 제목도 ‘갑자생 의사(甲子生 醫師) – 나의 人生 70年 醫師 50年’입니다. 필자는 병원에서 근무하시는 이용각 교수님을 직접 뵌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선생님을 뵈었던 것은 전임의 3년차 시절, 최초의 신장이식을 기념하는 3월의 정기모임에서였습니다. 그때의 선생님 모습을 생각해보면, 키가 다소 작으시고, 목소리가 까랑까랑하면서도 힘이 느껴졌으며, 말씀하시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고 유쾌하셨습니다. 88세 미수(米壽)의 얼굴에는 인자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으며, 후배들에게 위트 넘치는 농담을 건네시기도 하고, 손을 잡아 주시며 외과의사로서의 자부심을 당부하시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다시 신장이식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자서전 ‘갑자생 의사’에서 한국 최초의 신장이식에 관한 내용을 발췌해서 여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1969년 초 어느 날 민병석 내과 교수가 내방을 찾아와서, ‘우리 신장이식을 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묻는 것이었다. 내용인즉, 미국에 이민간 OOO(33세)라는 사람이 있는데 말기 신부전증으로 시카고시의 마이클 리스 재향군인병원에 입원하고 있는데, 그 병원도 신장이식을 막 시작하는 중이어서, 대기환자가 많고, 한국인에게 돌아갈 여가가 없어서 고향으로 되돌려 보낸다는 것이었으며, 이 말을 전해들은 환자의 형님이 서울시내의 여러 대학병원을 찾아 다녀 문의한 결과, ‘한국에서는 아직 이르다’ 말을 듣고 마지막으로 우리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장기이식 성공의 첫 번째 요소는 혈관을 정확히 그리고 신속히 이식환자의 혈관에다가 봉합해서 붙이는 것이다. 우리 가톨릭 외과는 이 방면에 독보적 기술을 축적하고 있었으니 나의 지도아래 외과의 모든 식구가 일당백이었다. 면역 거부반응의 치료는 이식이 성공한 다음의 일이다. ‘WHY NOT?’ 나는 민 박사와 한국최초의 신장이식을 하기로 제안하였다. 우리는 내과, 외과, 비뇨기과, 마취과, 정신과, 병리과, 미생물면역과의 의사들과 미국서 인공신장기(혈액투석기)를 배워 온 소아과의사 등 30여 명의 이식팀을 구성하였다.(이것이 한국 의학계 최초의 팀 치료였다).드디어 환자가 김포공항에 산소마스크를 달은 체 심한 호흡곤란상태로 도착하였고 곧바로 앰뷸런스로 명동성모병원에 입원하였다. 소변을 못 만들어서 온몸이 오줌 물로 홍수상태이고 심장의 심낭도 물이 꽉 차 있는 상태이어서, 인공신장기나 복막투석도 위기를 막는데 역부족이었고, 곧바로 이식수술을 하자는 것이었다. (중략) 드디어 D-Day를 1969년 3월 25일 토요일 오후로 삼았다. (중략) 수술실 문을 굳게 잠그고 환자 어머니의 콩팥을 떼어다가 아들의 우측 하복부 혈관에다 문합 부착시키는데 단 18분밖에 안 걸렸다. 얼마 안 있다가 이식한 콩팥이 힘차게 오줌을 배설하기 시작하였고 숨을 죽이고 있던 우리 팀의 의료진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처음 보는 신기한 현상이었다. 첫날에 32,000cc의 오줌이 수돗물처럼 나왔고 우리는 밤새도록 30병의 링겔을 정맥에다 퍼부었다. 환자는 기적같이 회복하여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민병석 교수는 ‘새로운 의학이다’라고 흥분하였다.』이용각 교수님과 여러 선생님들은 최초의 신장이식에 앞서,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장기이식이 가능할 것을 대비하여 동물을 이용한 신장·간이식 연구와 혈관외과 술기 연습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각 교수님은 그 역사적 순간을 ‘Beginner’s luck’ 이라며, 자신의 공을 주변 사람들에게 돌리고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오늘, 2024년 3월 25일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장이식 성공 55주년을 맞이하는 날입니다. 장기이식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는 은평성모병원을 비롯해 지금의 대한민국 고형장기이식 수준은 지식과 술기, 시스템 모두에서 세계최고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는 1969년 3월 25일, 그 갑자생 의사의 강단 있는 결단이 우리나라 장기이식의 초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용각 교수님께서는 2016년 3월 16일,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선생님께서는 만성콩팥병으로 돌아가시기 전에는 혈액투석을 받으셨습니다.  신장이식 성공 55주년이 되는 오늘! ‘Surgeon’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책임감을 다하라는 이용각 교수님의 까랑까랑한 목소리를 깊이 새겨봅니다.  
2024-03-25 05:00:00오피니언
인터뷰

"디지털 트윈 기술, 의사 진단‧처방 보조 GPS 기대"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최근 글로벌 제약‧헬스케어 시장에서 주목 받는 기술로 꼽히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개인의 고유한 유전 정보를 디지털화해 질병 예방과 의약품 처방 시 의료진의 임상적 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 받고 있는 기술이다.이 가운데 최근 국내 의료현장에서도 이 같은 '디지털 트윈' 기술 활용 움직임이 포착돼 주목된다. 북미 스타트업으로 본격 국내 시장에도 진출을 추진 중인 '프리딕티브'가 대표적이다.왼쪽부터 프리딕티브 윤시중 CSO, 윤사중 대표 겸 존스홉킨스 겸임교수다. 프리딕티브는 유전자 데이터를 활용 중인 '메디컬 트윈'(의료적 디지털 트윈) 전문 업체로 최근 국내 임상현장 진출을 모색 중이다.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서울성모병원에서 프리딕티브케어(이하 프리딕티브) 윤사중 대표와 윤시중 CSO를 만나 보유한 디지털 트윈 기술과 이에 따라 변화될 임상현장 의료서비스를 들어봤다.전 진료과목서 활용 가능한 '디지털 트윈'디지털 트윈은 현실세계에서 수집한 다양한 정보를 가상세계에서 분석하고 방안을 도출해 이를 기반으로 현실세계를 최적화하는 지능화 융합 기술을 말한다.이 같은 디지털 트윈이 제약‧헬스케어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개인 고유한 유전 정보를 디지털화해 미래 예상 가능한 질병과 의약품 처방 시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프리딕티브도 이 같은 이유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에 주목했다.프리딕티브 유전자기반 의료적 디지털 트윈은 현재 손톱 또는 구강상피세포 채취 방식으로 2만여 개 유전자를 분석해 2만 2000여 개 질병, 210여 개 약물 민감도를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리딕티브는 최근 미국 의료진 대상 베타 테스트를 마친 가운데 미국, 영국, 싱가포르, 태국,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 등 기업 및 국가기관과 사업 협력을 논의 중이다.여기에 프리딕티브는 국내 의료현장 진출도 본격 모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의 스타트업 양성조직인 D2SF(D2 Startup Factory)로부터 투자도 받았다.윤사중 대표는 "치료제의 경우 같은 약을 처방해도 그 효과와 이상반응은 환자마다 다를 수 있다"며 "동시에 유전적으로 자신에게 잘 맞는 치료제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일상적으로 테스트하지는 않는데 저희가 개발한 기술을 통해 이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전했다.그는 "환자 혈액이나 손톱, 구강상피세포 채취 방식으로 얻은 DNA를 분석, 이를 안내하는 것"이라며 "약물 민감도를 예측해 환자에게 적합한 성분의 약물을 추천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200명 대상으로 임상시험 성격의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이를 토대로 미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진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함께 자리한 윤시중 CSO는 약물의 성분 분석뿐만 아니라 외과계열 진료과목에서도 기술 활용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윤시중 CSO는 "정형외과 인공관절 수술 등에서도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접목이 가능하다"며 "수술을 하더라도 활동에 제한이 있을 수 있는데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최선의 치료와 예후를 예상할 수 있다"고 활용 가능성을 기대했다.그는 "현재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병원과의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심장이식 시 실패율을 낮추기 위한 연구"라며 "특정 유전자를 보유할 경우 이식 실패율이 올라가는데 이에 대한 연구를 함께 진행하며 디지털 트윈 기술의 활용 폭을 늘려나가기 위한 노력을 병행 중"이라고 말했다.제약사 임상시험 활용에도 'OK' 여기에 프리딕티브가 보유한 디지털 트윈 기술의 경우 제약산업에서의 활용도 기대되고 있다.실제로 북미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프리딕티브도 제약업계로부터 투자를 권유받았다고.윤사중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 2곳에서 협업 제안을 한 바 있다"면서도 "제약사 산하로 들어가 특정 분야에 치우치기보다 투자를 받아 다양한 분야에 기술 접목을 추진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말했다.그렇다면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제약 산업에서 관심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최근 치료제 개발 트렌드가 개인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시장이 대표적이다.윤시중 CSO는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치료제 개발 트렌드로 환자 개인별 맞춤 치료제 개발이 한 분야로 인식된 지 오래"라며 "디지털 트윈 기술 플랫폼이 치료제 임상시험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그는 "앞으로 국내 대형병원과의 협업을 적극 모색하기 위해 국내 지사도 설립했다"며 "궁극적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을 바탕으로 한 AI가 의료진의 진료와 처방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환자 유전자에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진단과 처방을 보조하는 임상현장 GPS 혹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2024-03-14 05:30:00제약·바이오

[기획칼럼]국내 장기기증 스페인의 1/5 수준(2회)

메디칼타임즈=황정기 병원장 황정기 병원장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2회] 장기이식과 숫자(數字)최근에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의 주요 장면과 대사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인데, 그 내용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2000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한 시골 마을이 크롬에 의한 수질 오염 문제로 대기업과 법적인 싸움을 벌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주인공, 에린 브로코비치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장부 정리를 담당하는 말단 직원으로, 두 번의 이혼을 경험하고 세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입니다. 영화는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지만, 영화 평론가가 꼽은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다소 의외였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에린의 옆집에 이사 온 ‘조지’라는 남자가 에린에게 데이트 신청하면서 나누는 대화였습니다.            조지: 정식으로 데이트 신청을 하고 싶어요. 당신의 번호를 알려줄 수 있나요?에린: 번호를 달라고요?조지: 네, 번호를 알고 싶어요.에린: 어떤 번호를 원하죠? 조지.조지: <중략> 번호가 몇 개나 되길래요?에린: 수도 없이 있어요. 예를 들어 10 !조지: 10?에린: 그래요, 그건 내 딸아이의 개월 수죠.조지: 딸아이가 있나요?에린: 네, 반할만 하죠? 이 숫자는 어떄요? 6! 이건 다른 딸의 나이고, 8은 아들의 나이 에요. 2는 이혼한 횟수고, 16은 통장에 남은 돈의 액수, 850-3493이 내 전화번호에요. 내 숫자들을 다 들었으니 당신이 전화할 확률은 0일걸요.  평론가들이 이것을 최고의 대사로 선정한 이유는 우리의 인생을 삶의 노력과 무게 등에 따라 다양한 번호와 숫자(數字)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그러면 장기이식을 숫자로 표현해보면 어떻게 될까요?혈액투석을 하다가 신장이식을 받은 경우에는 숫자 3과 4, 주 3회 각 4시간의 혈액 투석으로부터의 해방감에 그 숫자를 생각할 수 있고, 뇌사자 신장이식 분야에서는 수혜자 선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6개의 조직적합성항원(Human leukocyte antigen, HLA) 일치 여부를 나타내는 6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뇌사자 신장이식 수혜자를 선정하기 위한 점수에서는 이식 대기 기간이 매우 중요한데, 종종 조직적합성항원 6개가 뇌사 공여자의 것과 모두 일치하는 경우 그 순서가 앞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뇌사자 간이식의 경우 대상자를 선정하는 응급도를 숫자로 나타내는 ‘MELD score’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환자의 신장기능수치, 황달수치, 혈액응고수치 등을 토대로 계산되며, 40점이 최고 점수가 됩니다. 또한, 감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뇌사 장기기증의 수혜자가 된 경우에는 행운의 7을, 숭고한 희생과 사랑을 실천한 뇌사 장기기증자와 가족에게는 죽음(死)과 발음이 같은 숫자 4가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이 문을 연 2021년 3월, 보건복지부에서는 ‘정부, 생명나눔문화 확산과 장기기증 활성화 나선다’라는 제목으로 장기·인체조직 기증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이 내용은 추후에 더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이 계획은 민관협력으로 생명나눔 문화를 확산하고 기증 희망 참여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 생명나눔 교육 내실화와 의료기관 뇌사기증확대 지원, 생존 기증자의 권리보호와 기증자 예우 및 유가족 지원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3년이 지나가는 현재 시점에서 어느 정도 진척이 되었는지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오늘은, 이러한 것은 일단 논외로 하고 이 기본계획에 포함된 장기이식과 관련된 숫자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명당 뇌사 장기 기증자 수는 2019년 8.68명이고, 외국의 경우 스페인은 49.6명, 미국 36.8명, 영국 24.8명, 독일은 11.2명이라고 보고 하였습니다. 2025년까지 기증자 숫자를 15명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이 계획의 목표치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증자 숫자가 적은데, 이는 외국의 경우에는 뇌사 기증자 뿐 아니라 심장사 후 기증자도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심장사 후 기증에 대한 법적,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뇌사 공여자 한 분이 공여할 수 있는 장기와 인체조직은 장기법과 인체조직법에 각각 16종과 11종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한 분의 뇌사자가 장기를 모두 공여한다면 안구, 심장, 폐, 간, 신장, 췌장, 소장 등 7종의 장기가 해당되며 안구와 신장은 각각 2명에게, 간과 폐도 분할 공여한다면 총 11분에게 새 생명을 드릴 수 있습니다.하지만, 이렇게 모든 장기를 공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뇌사 공여자는 뇌사(腦死, brain death) 판정이 될 때 까지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여러 장기에 손상을 입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뇌사 공여자 한 분이 기증해 주시는 장기는 평균 3.58의 숫자가 되고 이러한 숭고한 희생을 통하여 장기이식 수혜를 받는 이식 대기자의 평균 대기시간은 3년 4개월, 신장은 6년까지 늘어납니다.희망적인 숫자를 하나 더 소개해보자면 우리나라의 뇌사 공여자 신장이식 후 5년 생존율은 90%에 이릅니다. 이러한 희망적인 숫자가 더욱 늘어날 수 있도록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의료진들은 ‘오늘’도 소중한 순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4-03-04 05:30:00정책
[장기이식 인식개선 특별기획 칼럼]

대기자만 5만명…생명나눔 필요한 이유(1회)

메디칼타임즈=황정기 병원장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회] Pro Vobis et pro multis(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가톨릭교회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다룬 두 편의 영화가 최근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첫 번째 영화인 "두 교황"은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가 주연을 맡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사임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계 과정을 그렸습니다. 이 작품은 콘클라베 과정을 통해 전통과 개혁 사이의 갈등과 해소를 긴장감 넘치게 전개합니다. “전통을 지키려는 자와 개혁을 이루려는 자의 진지한 대화”라고 평론되기도 하는데, 전통을 지키려는 자는 교황직 사임과 후임 추천이라는 개혁의 실천 방법을 통해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려는 깊은 노력을 드러냅니다. 개혁을 요구하던 자도 그런 뜻을 이해하고, 가톨릭교회의 가치를 위해 추기경 사임을 하지 않고 중대한 소임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전통의 빨간 구두 대신 검은 구두를 선택한 새 교황의 모습은 이러한 개혁의 변화와 소신을 상징적으로 보여 줍니다.다른 영화 "탄생"은 조선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역경과 순교를 다룹니다. 이 영화는 박해를 받는 동안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 산속으로 숨어든 조선의 가톨릭 신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신앙의 힘으로 서로를 지탱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 줍니다. 특히, 천주교 신자들의 옹기 마을을 배경으로 한 산속 미사 장면은 공동체의 응집력과 희생정신을 잘 표현합니다.이 영화들을 보며 생각나는 인물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입니다!그는 자신을 '바보'라 칭하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실천했습니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데, 그것이 쉽지 않다고 얘기하면서도 본인은 끝내 모든 것을 내어주신 분이었습니다. 사목 표어였던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가 이를 대변하고 있습니다.김수환 추기경의 생애와 정신은 ‘바보야’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도 잘 그리고 있습니다. 이 제목은 추기경께서 그리신 자화상에 ‘바보야’ 하고 쓰신 글귀에서 따온 것입니다. 추기경이 선종하신 2009년 2월 필자는 군 대체 복무 3년째를 맞아 병원 복귀를 앞두고 강남성모병원을 가끔 방문하였고, 그 때마다 추기경님의 건강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회복을 기원하던 병원 교직원들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많은 독자들이 아시겠지만, 추기경님은 선종하시면서 각막을 기증하셨습니다. 더 많은 것을 내어주고 싶었지만, “나이가 많아서 안된데” 라며 웃으시는 모습이 다큐 영화에 잘 담겨있습니다.2009년 김수환 추기경님 선종 직후로 돌아가 보면, 그 해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신청하신 분은 18만 4천여 명까지 급격한 증가를 보였습니다. 2008년도 장기기증 희망등록자가 7만여 명이던 것을 생각하면, 추기경께서 보여주신 생명 나눔 정신의 선한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장기이식 대기자수 4만 8459명에 이르지만,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턱없이 부족한 442명 이었습니다. 많은 이식대기자들이 가족이나 친지의 장기 공여로 생체 이식을 시행 받고 있지만, 생체 기증자가 없는 경우 뇌사 장기기증을 기다릴 수밖에 없고 그러는 동안 하루에 5.8명이 사망하는 것이 현재 실정입니다.오늘! 2024년 2월 16일은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15주년 되는 날입니다. 추기경님의 숭고한 사랑과 생명나눔 정신을 확산하고, 장기이식문화를 선도하고자 필자가 근무하는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을 2021년 3월에 설립하였습니다. 앞으로 이 지면을 빌어 장기이식 관련 이야기, 장기이식병원의 생생한 얘기를 기술하려고 합니다. 장기이식병원의 현장 이야기가 잘 전달되어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뜻이 널리 확산되길 바라면서 연재 칼럼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의 문을 열고자 합니다.
2024-02-16 05:30:00정책

중앙대광명병원, 부부간 생체 간이식수술 성공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중앙대학교광명병원(병원장 이철희)이 부부간 혈액형 불일치 생체 간이식수술에 성공했다.개원 이후 처음으로 시행된 생체 간이식수술로, 중앙대광명병원이 고난도 수술을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을 증명했다는 평가다.중앙대학교광명병원(병원장 이철희)이 부부간 혈액형 불일치 생체 간이식수술에 성공했다. 46세의 김미숙씨(가명)는 간경화 환자로, 한약을 복용 후 독성간염이 겹쳐 간상태가 악화됐다.이후 회복이 되지 않아 간이식이 필요한 상황이 됐고, 배우자로부터 간이식을 받기로 했다. 환자와 배우자의 혈액형이 달라 한달간 전처치 후 지난 11월 1일 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3주가 지난 뒤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다.간이식은 혈액형이 다른 경우 수혜자 몸에 존재하는 항체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혈액형 불일치 생체 간이식수술은 간을 이식할 기증자와 수혜자가 꼭 혈액형이 맞지 않아도 간을 이식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치료법이다.수술에 앞서 B 림프구를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투여하고 혈청 응집소를 줄이기 위한 혈청 교환술을 실시하는 전처치가 필요하다.기존의 수혜자와 기증자 간 수혈이 가능한 혈액형일 경우에만 간이식을 시행했던 한계를 뛰어넘어 기증자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간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는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평가받고 있다.혈액형 불일치 생체간이식 수술은 준비 과정에서부터 진단검사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의 의료진과 장기이식 전문인력이 투입되야 한다.또한 적절한 시술과 투약이 필요하고, 간이식 수술 자체를 완벽하게 끌어내야 한다. 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혈청 응집소 역가의 감시, 면역억제제 및 특수 약제를 사용해야 하는 등 복잡한 치료 과정이다.따라서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병원이 실력 있는 의료진과 진료과 간의 원활한 협진, 선진화된 의료시스템 등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수술을 집도한 외과 서상균 교수는 ”진단검사의학과, 성형외과,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중환자실 등 타 진료과의 의료진과의 탄탄한 협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번 간이식수술 성공을 통해 앞으로도 많은 환자분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1-31 12:41:25병·의원

분당서울대 첫 전문약사시험 44명 합격…최다 배출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분당서울대병원은 제1회 전문약사 자격시험에서 44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분당서울대병원(원장 송정한)이 국가 공인 법제화 이후 처음 시행된 '제1회 전문약사 자격시험'에 44명이 합격해, 최다 합격자를 배출했다고 밝혔다.전문약사는 감염, 장기이식, 종양 등 해당 분야의 약물요법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춘 임상약사다. 이번 시험에 합격한 분당서울대병원 약사는 총 8개 분과 44명으로, ▲감염 4명 ▲내분비 4명 ▲노인 13명 ▲심혈관 9명 ▲소아 2명 ▲장기이식 2명 ▲영양 2명 ▲종양약료 8명이다.이로써 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는 약사의 약 50%가 전문약사 자격을 보유하게 돼,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수준 높은 약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특히, 병원 내 환자 안전을 위한 다학제적 접근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약사들이 다학제 팀의료에 참여해 맞춤형 약물요법, 복약 상담 등 전문적인 임상약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한편, 제1회 전문약사 자격시험은 한국병원약사회로부터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 중 전문약사 응시일 기준으로 직전 5년 이내에 '해당 전문과목 분야에 1년 이상 종사한 자'에 해당하는 특례 적용자에 한해 응시가 가능했으며, 이번 시험에는 최종 481명이 합격했다.남궁형욱 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장은 "병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 그리고 이번 시험을 준비한 약사들의 노력으로 전문약사 44명 합격이라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전문성과 역량을 바탕으로 병원 약제 업무의 질적 향상과 환자의 만족도 증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2024-01-26 15:22:09병·의원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기간별 검색 부터 까지
섹션별 검색
기자 검색
선택 초기화
이메일 무단수집 거부
메디칼타임즈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방법을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