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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장기기증, 수입 각막에 의존하는 게 현실"

가톨릭대 이현수 교수(장기이식병원)
발행날짜: 2024-06-03 11:41:36 업데이트: 2024-06-03 11:46:30

가톨릭대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이현수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

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8회] “눈은 마음의 등불” 김수환 추기경과 각막이식ⵈ수입 각막에 의존하는 현실

이현수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교수(안과)

각막이식수술은 안구에서 유리창 역할을 하는 투명한 각막에 영구적으로 혼탁이 생겨서 실명에 가깝게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 혼탁한 각막을 건강하고 투명한 기증 각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입니다.

각막 전층을 이식하고 봉합하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안과 수술 중 난이도가 높은 편이며, 최근엔 각막 혼탁의 위치와 범위에 따라 병변이 있는 부분만 이식하는 부분층 각막이식수술도 많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푹스이영양증이나 수포성각막병증과 같이 각막내피세포에 병변이 있어서 각막에 물집이 잡히고 부으면서 혼탁해지는 경우에는 부분층 각막내피이식수술을 시행하는데, 전층 각막이식에 비해 수술 후 시력 회복이 빠르고 이식 거부반응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봉합으로 인한 난시 및 합병증 발생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은 2019년 개원 직후 안은행과 각막이식팀을 꾸렸으며, 같은 해 7월 1일 양안 시력을 잃고 어둠 속에서 생활 중이던 80대 여성 환자의 우안 각막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양쪽 눈 모두 실명 상태여서 3~4년 전부터 각막이식을 권유받았으나 국내기증 각막 부족 및 경제적 이유로 수술을 받지 못하다가 본원 사회사업팀과 하나금융나눔재단으로부터 수술비를 지원받아 다시 세상을 보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잘 보고 계십니다.

수술 후 이틀 만에 시력을 회복하기 시작한 환자는 “밝은 세상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가족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어서 기쁘다”라며 거듭 고마움을 표시하시고, 보호자로 오신 할아버지도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알고 계시는 것처럼 국내 인구 100만 명 당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9.3명으로, 미국 44.5명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권에선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신장, 간, 폐 등의 다른 장기는 기증하더라도 안구는 기증하길 꺼려하는 경우를 의료 현장에서 종종 보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국내기증 각막의 부족으로 이어져 국내에서 기증된 각막을 이식 받으려면 평균 대기기간이 8년(장기조직혈액관리원 2022년 장기이식 현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 하버드의대에서 시행된 유전자가 조작 돼지의 신장을 이식하는 사례처럼 돼지의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이식이나, 인공적으로 제작된 각막을 이식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실제 인체 각막과 비교할 때 임상적으로 만족할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막이식 대기자 중에 양안 실명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나 감염이나 외상으로 안구파열의 위험성이 큰 경우에는 외국에서 기증된 각막을 수입해 이식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은평성모병원에서 시행한 각막이식 통계를 보면 이식에 사용된 각막은 수입한 외국기증 각막이 국내기증 각막보다 3배 이상 많았습니다. 수입 각막은 복잡한 프로세스 및 고가의 운송비용이 추가되어 환자에게 큰 경제적 부담을 줍니다. 더구나, 코로나19 유행기간에는 외국기증 각막조차 수급이 쉽지 않았고 항공 운송비마저 크게 올라서 각막이식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故김수환 추기경은 1990년 “앞 못 보는 이에게 빛을 보여주고 싶다”고 헌안 서약을 한 이후 2009년 2월 16일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씀과 함께 안구를 기증하고 선종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울렸던 故김수환 추기경의 선한 마음과 몸소 실천한 숭고한 생명 나눔 정신은 그해 장기기증 서약을 크게 증가시키는 선순환을 가져왔습니다. 어둠에 갇힌 환자뿐만 아니라 옆에서 함께 힘들어하는 환자 가족들에게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각막기증에 대해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사후 각막은 땅에 들어가면 죽지만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가게 되면 다시 살아나고 또 다른 생명으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장기이식은 가장 고귀한 생명의 나눔이며, 인간에 대한 사랑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의지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처럼 장기기증문화가 더욱 활성화되고, 기증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가 더욱 높아지면 장기기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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