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영진 의원이 처방전 리필제 시행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지 하루만에 철회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처방전 리필제는 의사가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자들에게 처방전을 발행하면, 이후에는 의료기관으로부터 다시 처방전을 발급받지 않더라도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만성질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이들 상당수가 노인들인데 매번 의료기관을 방문해 똑같은 처방전을 발급받아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도록 하는 것은 환자들의 불편만 가중시킨다는 논리다.
특히 처방전 리필제를 시행하면 의료비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게 김영진 의원의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의료기관 접근성이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용이한 나라에서 처방전 리필제를, 그것도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이다.
무엇보다 만성질환자들은 어차피 같은 약을 장기 복용하는데 의사가 굳이 진단과 추적관찰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의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법안을 하루만에 철회할 정도로 암암리에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전혀 활동한 바 없는 김 의원이 이런 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은 약사회의 로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약사회는 의료계가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를 주도했다며 당번의원 실시, 처방전 재사용, 성분명 처방 도입 민원 제기 운동을 펴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민주당 이낙연 의원실이 처방전 리필제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자 검토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지만 김 의원은 이런 사실조차 모르는 듯하다.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지만 이보다 환자의 안전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상식을 국회의원들이 간과한다면 국민의 대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처방전 리필제 법안 발의 이후 또다시 엄청난 논란이 벌어진만큼 김영진 의원은 약사회의 로비가 있었는지, 법안을 왜 철회했는지 의료계에 해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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