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술을 개발해서 임상에 적용하기까지 엄격한 '윤리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의료윤리학회가 대한의학회의 연구용역을 받아 신의료기술을 임상에 적용하기까지 필요한 윤리적 절차에 대한 지침을 만들기 위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것.
한국의료윤리학회와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은 17일 가톨릭의대에서 '새로운 의료기술의 임상적용 시 윤리적 절차에 관한 지침(안)'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는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의 수술법인 카바수술에 대한 윤리적 논란이 계기가 됐다.
연구 책임자인 울산의대 고윤석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과거와 달리 다양한 조합의 새로운 시술방식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피험자 안전, 의학 발전, 연구개발자 보호를 위해서 신의료기술 개발 시 윤리를 지키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책임을 정당하게 나눠가지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의료기술의 임상적용 시 윤리적 절차에는 신의료기술의 안전성 유효성을 판단하기 위한 '심사'가 들어갔다. 신의료기술에 대해 전향적 또는 후향적 심사, 관련 전문학회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
심사의 주체는 연구자가 속한 기관의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이해상충관리위원회, 피험자보호위원회, 국내 또는 국외 임상연구등록시스템 등이다.
고 교수는 "임상시험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는 등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 알리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가에서 하든지, 국제적 등록시스템을 이용하는 기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침안은 해당시술이 표준진료행위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해당 전문학회의 인정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평가를 의뢰받은 전문학회는 신의료기술과 이해상충이 없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정한 절차를 통해 심사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외과적 신기술 검증하는 위원회 필요"
하지만 지침안에는 수술을 하는 외과 전문의들의 의견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고윤석 교수는 "11명의 전문위원이 8차례에 걸쳐서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구상하는 회의를 했다. 하지만 위원 중에는 서전(surgeon)이 없어 추가적 의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외과영역에서 신기술에 대한 정의 자체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동료들간의 피어리뷰, 관련 전문학회의 개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의대 이동수 교수는 "새로운 술기가 도입돼 널리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관련 학회를 통한 피어리뷰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학회를 통해 의학자들끼리 상호 검증을 거치고 여기서 해결이 나지 않으면 학회들을 아우르는 의학회에서 중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안혁 교수도 "외과 수술에서 혁신이라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외과 혁신 윤리 쟁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 안전한 방법인가, 효과가 어느정도인가이다. 이를 위해서는 피어리뷰가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신의료기술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 정책과 법률적인 백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의학회 임태환 학술이사는 수술을 하는 사람에게 신기술이라는 개념은 약이나 의료기기와는 다르기 때문에 이를 심사하기 위한 전문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 이사는 "서전은 매일 수술을 하면서 혁신(innovation)한다라고도 한다. 서전의 신의료기술을 미리 심사할 수 있는 '서전 위원회(Committee for Surgeon Institute, CSI)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 이사는 단계적인 CSI 설치를 주장했다. 신의료기술개발자가 속한 기관, 관련 전문학회 CSI를 거쳐 중립적 단체인 대한의학회내에 CSI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
그는 "우리나라 신의료기술은 문헌적 증거를 쌓을 기회가 없다. IRB까지 가기전에 수술이 유효하다는 위험 요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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