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7개 질병군(수정체, 편도, 충수, 탈장, 항문, 자궁, 제왕절개 수술)에 대해 포괄수가제 적용이 의무화됨에 따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산부인과는 산과 주요 수술인 제왕절개와 자궁부속술이 모두 포함됐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메디칼타임즈는 17일, 포괄수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분만병원과 그렇지 않은 곳을 직접 찾아가 제도의 장단점에 대해 살펴봤다.
포괄수가제-행위별수가제 병원 시설은 동일
먼저 찾아간 곳은 행위별수가제를 적용하고 있는 린산부인과병원(서울 동대문구 소재). 병원과 연결된 주차시설이 구비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주차를 돕는 직원 3명이 따로 있어 편리했다. 신관 지하에는 환자들을 위한 카페가 있어 아늑함을 더했다.
S산부인과병원 내부. 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
이어 방문한 곳은 포괄수가제를 도입한 S산부인과병원(경기도 군포시 소재)으로 이곳 또한 주차요원이 따로 있어 주차에 어려움이 없었다. 병원 내부에는 엘리베이터와 함께 층마다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편리했고, 병원 로비에선 라이브로 피아노 연주가 울려퍼졌다.
두 병원에서 외관상으로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두 곳 모두 최근 산모들의 취향에 따라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와 안락한 휴식공간이 눈에 띄었다. 병원이라기 보다는 호텔이나 백화점에 가까웠다.
보험 제도에 따라 달라지는 의료서비스
그러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니 두 병원은 의료서비스에서 격차가 벌어졌다.
린 산부인과병원의 한달 평균 분만 건수는 150여건 안팎. 이 곳에선 제왕절개, 자궁근종술 등 모든 수술시 사용하는 수술복부터 수술포, 소위 말하는 캡거즈(수술대에 사용하는 거즈)까지 일회용으로 사용한다.
환자 한명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린산부인과병원 신봉식 원장은 "우리 병원은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수술 중 출혈이 심각한 경우 고가이지만 효과가 높은 자궁수축제 약을 사용해 출혈을 최소화하고 있다. 환자 회복도 빨라 환자 만족도 또한 높다고 했다.
약 원가만 5만~6만원 선으로 고가이고 비급여이지만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대신 환자에게는 약 원가 그대로 받는다"고 했다.
제왕절개 수술 후 영양제 투여를 원하는 산모에게는 2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영양제를 투여해 산모의 회복을 돕는다.
그는 "산모가 원하는 경우에 한해 영양제를 투여한다. 산모에 따라 비싸더라도 효과가 좋은 영양제를 먼저 찾는다"고 전했다.
약 8천만원(주변장비 포함)을 호가하는 단일공 복강경 장비를 도입했다. 타 장비에 비해 고가이지만 수술 흉터가 적기 때문에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포괄수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S산부인과병원의 월 평균 분만 건수는 400~500건. 이곳 또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제한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일단 수술복, 수술포는 일회용이 아닌 전문세탁업체에 맡기고 있다. 행위별수가라면 비용을 별도로 산정할 수 있지만 포괄수가제에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S산부인과병원 강모 원장은 "세탁비용만해도 월 수백만원에 달하지만 일회용으로 사용할 경우 비용이 더 발생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수술 후 일반 거즈 대신 흉터가 남지 않는 반창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보험 적용이 안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퇴원 후 따로 흉터 제거 약을 구입해서 사용할 것을 권한다.
수술에서도 차이가 났다. 린 산부인과에선 제왕절개술과 함께 난관결찰술(피임수술)이나 자궁근종수술을 실시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산본제일병원에선 규제가 따랐다.
제왕절개술 1건에 대한 수가는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수술을 하면서 난관결찰술이나 자궁근종술을 한다고 해도 이에 대한 수가를 별도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강 원장은 "제왕절개술과 난관결찰술을 동시에 하면서 한가지 수술에 대한 수가만 인정받고 있다"며 "환자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고 있지만, 자궁근종술의 경우 최소한 조직검사비는 보상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하다 못해 수술 후 통증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사용하는 근골격이완제도 보험적용이 되는 약만 사용한다고 했다.
강 원장은 "요즘에는 부작용도 적고 효과가 뛰어난 약이 많이 나왔음에도 비급여이기 때문에 줄 수 없으니 답답할 뿐"이라고 한탄했다. 포괄수가제가 의학기술의 발달에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 야간 및 공휴일 가산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병원 경영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병원은 직원들에게 야간 및 휴일 당직에 따른 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포괄수가제는 야간 및 공휴일에 진료에 대한 부분이 수가로 반영되지 않아 동일한 수가를 받는다.
직원에게 지불해야하는 당직 수당은 고스란히 병원의 몫이다.
"보험청구 편리하고 빠른 대신 비급여 인정 못 받아"
그렇다면 S산부인과병원은 왜 포괄수가제를 적용하고 있을까.
강 원장은 "분만 건수가 월 400~500건쯤 되면 행위별수가로 청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급여청구가 간단하고 보험심사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했다.
그는 "분만 건수가 많은 산부인과에서 급여 청구가 간편하고 보험심사에 따른 삭감이 적다는 것은 상당한 강점"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불만이 많아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S산부인과병원은 보험청구 후 10일이면 진료비가 지급되는 반면 린산부인과는 적어도 20일 이상이 소요됐다.
한편, 당장 오는 7월부터 포괄수가제로 전환해야하는 린산부인과병원 신봉식 원장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뜻 밖에도 그는 포괄수가제로 적용되더라도 현재와 같은 의료서비스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비급여로 받던 것은 못받겠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서비스를 안해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당분간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경영상에 어려움이 커지면 장담할 순 없을 것"이라면서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자궁근종술에 주로 사용하는 단일공 복강경 시술 또한 재료대가 비싼데 포괄수가제로 되면 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신 원장은 "어차피 행위별수가나 포괄수가제에 따른 보험료 지급 비용은 비슷한 수준인데 굳이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의료소비자도 자신의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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