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한 결과 다수 병원에서 위법을 적발했지만 자의적 기준에 따라 일부 병원만 선별해 현지조사를 하고,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복지부가 지방의 P요양병원에 대해 5억 5천여만원 과징금 처분을 한 것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복지부는 그 해 11월 말부터 12월 4일까지 전국의 무려 298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의료자원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복지부는 이 중 122개 요양병원이 의료인력 수를 부풀리거나 병상수를 허위로 기재해 입원료차등제 가산을 받아온 사실을 적발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부당청구가 확인된 122개 요양병원 가운데 부당수급률이 10% 이상인 7곳과 실태조사 과정에서 날인을 거부하거나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6곳을 대상으로 현지조사를 벌였다.
복지부는 이들 13개 요양병원에 대한 실사 결과를 토대로 진료비 환수 뿐만 아니라 부당비율에 따라 과징금 처분을 한 바 있다.
반면 현지조사에서 제외된 109개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부당이득금 환수처분만 내렸다.
P요양병원은 현지조사 대상으로 분류됐고, 2010년 2월 실사에서 실제 운영 병상수보다 적게 신고하는 방식으로 의사, 간호인력 등급을 실제보다 높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당시 입원료 차등제는 직전 분기 평균 병상수(심평원에 신고하는 병상수와 실제 운영 병상수 중 많은 것) 대비 상근 의사수, 평균 간호인력 수에 따라 의사등급과 간호인력등급을 산정해 등급에 따라 수가를 차등지급했다.
복지부 실사 결과 P요양병원은 이런 방법으로 2009년 1분기 의사등급을 3등급으로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4등급인 것으로 확인됐다. 간호등급 역시 실제보다 1~2등급 높았다.
그러자 복지부는 부당금액의 5배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을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P요양병원은 "병원 확장 공사가 지연되면서 허가병상수를 늘리지 못했고, 이 때문에 신고병상수도 늘리지 못해 신고 병상수와 실제 운영 병상수에서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고의로 병상수 신고를 게을리해 급여를 부당 수령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특히 P요양병원은 "298개 요양병원 실태조사에서 적발된 122개 요양병원 중 109개에 대해서는 환수조치에 그쳤지만 원고를 포함한 13개 병원에 대해서만 현지조사를 실시해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P요양병원은 "13개 현지조사 대상 병원의 선정은 아무런 기준 없이 이뤄진 것이어서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면서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했다.
재판부는 P요양병원 주장을 받아들여 복지부가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결론 내렸다.
복지부는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신고 병상수를 기준으로 입원료 차등제 등급을 산정했지만 2010년 4월부터 실제 운영 병상수로 개정했다.
재판부는 "원고 또한 이와 같이 운용상 혼선을 초래할 수 있는 개정 전 고시 시기에 병원 증설공사가 지연되면서 신고병상수의 증가가 이뤄지지 않던 상태에서 관행대로 신고병상수를 기준으로 요양급여를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사정은 과징금 산정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된다"고 못 박았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현지조사 및 과징금 부과대상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복지부가 부당수급률을 산정한 기간은 2008년, 2009년 상반기, 2009년 3분기, 2009년 4분기에 걸쳐져 있는데 유독 2009년 상반기의 부당수급률만을 기준으로 현지조사 및 과징금 부과대상으로 삼았다.
재판부는 "이렇게 할 특별한 사유를 발견할 수 없었다"면서 "P요양병원의 부당수급률은 6.57%로 10%에 미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단순 환수대상이 되느냐 과징금 대상이 되느냐에 따라 불이익의 정도가 현저하게 달라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과징금 대상이 되면 부당금액 환수와 함께 부당금액의 2~5배를 납부해야 한다.
재판부는 "복지부가 임의로 설정한 획일적 기준은 그 자체로서 대상자와 비대상자 사이의 현저한 차별을 정당화할만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복지부 입장에서 나름대로 일정한 기준을 설정해 선별적 제재를 할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획일적 기준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형평성 논란을 과징금 처분 감경 기준에 따라 보다 완화할 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부는 "복지부의 현지조사 및 과징금 대상 선정 과정에서 합리성이나 형평성을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이 사건 과징금 처분은 재량권 일탈 남용에 해당한다"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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