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다. 의료계 악재가 줄줄이 터지고 있다. 하나도 채 막지 못했는데 터지고 또 터진다."
최근 의료계를 뒤흔드는 핵폭탄급 악재가 겹치면서 일선 병의원 관계자들은 혼란에 휩싸였다.
27일 일선 병의원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에 대해 불만이 많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문제를 제기할 여력도 없을 정도다.
정부는 건정심에서 DRG확대 시행에 이어 영상수가 인하안을 통과시켰다.
그럴 만도 하다. 최근 정부는 의료전달체계는 물론 의료인력 수급 구조를 뒤흔드는 각종 제도를 쏟아내고 있다.
올해 정부는 7개 질환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확대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응급의료체계에 문제가 있다면서 응급의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지난 26일에는 건정심을 통해 영상장비 수가인하안을 통과시키면서 일선 병의원에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안겨줬다.
앞서 올해 초 의료계 강한 반발을 샀던 의료분쟁조정법과 만성질환관리제는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났다.
수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제도 변화가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일선 병의원 관계자들은 "이제 웬만한 충격에는 놀라지도 않는다. 내년에도 이 상태가 계속되면 견디기 힘들 것"이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특히 삼중고, 사중고를 겪고 있는 중소병원들은 더 심각하다.
지방의 모 중소병원 관계자는 "솔직히 포괄수가제 하나만도 벅찬데 여기에 응급의료법이 시행되고 영상장비 수가까지 인하된다고 하니 가슴부터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부의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계획이 발표되면서 병원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는 등 분석을 진행 중인데 당장 다음달부터 응급의료법이 시행된다는 정부 발표에 또 다시 대책 회의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모 대학병원 보직자 또한 "병의원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보건의료 제도 및 정책이 바뀌는 게 많아 힘들다"면서 "대형병원도 다 수용하기 벅찬 데 중소병원에 미칠 타격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 관계자는 "의료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확대되고 있어 우려스럽다"면서 "건강보험 재정 절감만을 목적으로 의료인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는 단일 공보험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본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앞으로도 정부가 의료에 대해 계속해서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면서 "정부 정책의 이같은 흐름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중소병원협회 한 임원은 "탁상공론식의 정책에 중소병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요즘 회원 병원들은 자포자기 상태다.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극심한 경영난으로 근근이 병원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응급의료법 개정,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은 도저히 수용하기 힘든 제도"라면서 "특히 영상장비 수가 인하 소식에 중소병원들은 멘붕(멘탈붕괴)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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