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을 외치면서 앞만 바라보지 말고 뿌리도 더 깊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쉽지 않지만 초심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성애병원 양전자컴퓨터단층촬영(PET-CT)센터 박용휘 소장(82, 가톨릭의대 명예교수)은 앞만 보고 달려가는 후배의사들에게 '초심'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의학의 가장 기본인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병리학, 전자공학, 물리학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끊임 없이 연구에 매진해온 그는 최근 독일 슈프링어 출판사를 통해 '뼈와 관절질환에 대한 핵의학적 진단(Combined Scintigraphic and Radiographic Diagnosis of Bone and Joint Diseases)'이라는 의학서적 네번째 개정판을 펴냈다.
정년퇴임 1년을 앞두고 1994년 초판을 낸 데 이어 615쪽의 묵직한 4판까지 18년이 걸렸다.
여기에는 40년 넘게 매진해온 그만의 아이디어 감마카메라에 '핀홀(바늘구멍 조준기)'을 단 새로운 핵의학 영상진단법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방사선 진단기기인 감마카메라에 핀홀을 달아 관절이나 뼈의 손상된 부위를 확대해 0.1mm까지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박용휘 교수는 "핀홀 하나로 현미경만큼이나 자세하게 손상부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골절과 종양은 물론 타박, 부종, 출혈까지 정밀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년을 목전에 두고 그의 아이디어가 책으로 담긴 것은 먼저 학계에 알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의 새로운 영상진단법은 1987년 '미국 핵의학저널(Journal of Nuclear Medicine)' 4월호에 처음 실렸다. 이후 초판본을 낸 1994년까지 7년간 8편의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지금도 그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한 논문을 준비중이다. 동물실험을 통해 진단법을 더 단단하게 발전시키려고 하고 있다.
박 교수는 "퇴임 한지 17년, 성애병원에서 근무한지도 13년이 지났다. 이제 여행도 좀 하면서 쉬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만 3평 남짓한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고 있으면 희열을 느낀다"며 웃었다.
이어 "마치 우리가 아름다운 보석을 보고 기뻐하는 마음과 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교수는 고가영상장비를 앞다퉈 들이고 홍보하고 있는 의료현실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X-ray, CT, MRI, 초음파 모두 특성이 다르고 판별할 수 있는 질환이 다르다. 엑스레이에서 볼 수 있는 질환을 CT에서 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 엑스레이의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 고가영상장비의 특성을 잘 알고 선별적으로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휘 교수는?
전남대의대 졸업. 1962년 가톨릭 의대에 부임해 가톨릭대 대학원장, 대한방사선의학회장, 대한핵의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1999년부터 성애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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