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을 옹호하는 것입니다."
그의 순수성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지난 해 9월 <과학이 한의학에 반대하다>는 도발적인 타이틀로 첫 백서가 출간됐을 당시 그는 한의학 치료법의 과학적 평가라는 부제를 내세워 순수성을 강조했다.
한의학이 가진 허구를 과학으로 풀어내겠다는 도전적인 주제의식에 의료계에서는 박수를 보냈지만 한의계가 보는 시각은 달랐다.
'과학'을 내세워 한의학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과 시대가 외면하는 진실에 용감히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인물.
바로 과학중심의학연구원 황의원 원장의 이야기다.
▲ "미래소년 코난처럼 좌충우돌 살고 있습니다"
황 원장은 자신의 필명 '근대소년 코난'과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만화영화 '미래소년 코난'의 주인공 코난이 미래의 첨단 도시에서 좌충우돌하며 탐험을 펼치는 것처럼 그 역시 근대로 설정된 과거와 온몸으로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황의원 원장
그의 약력을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철도대 운전기관과를 나와 외국계 철도기업을 거쳐 지방 지하철 공기업에 재직했다.
현재 본업은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원장이며 주간 미디어워치 과학부장과 김미화 씨 논문 표절 혐의를 잡아낸 연구진실성검증센터 센터장도 지내고 있다.
남들은 잘 나가는 공기업을 때려치고 돈 안되는 연구원을 한다며 타박하고 있지만 그의 순수성은 오해를 사기 일쑤다.
의학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다 의료계의 후원을 받는 단체에서 한의학의 허구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20대부터 정치, 지식권력의 문제에 관심이 많아 잘못된 부조리를 보면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성격이 한의학의 근본 문제에 파고 들게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의료계의 후원은 사실상 자료 구입과 기자재 구입 등에 쓰면 한푼이 안남을 정도입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원장이 된 동기에는 호기심 많고 불의를 참지 못한다는 성격이 한몫했다.
안정된 직장까지 때려치고 연구원장을 본업으로 선택한 마당에야 아주 확실히 잘못된 사이비 의료를 바로잡아야 겠다는 오기가 불타올랐다.
2010년부터 해외의 한의학 관련 논문을 파고들었다. 논문에 파묻혀 살다보니 과학이 근거가 되지 않은 치료는 믿음에 불과하다는 지론도 한층 강화됐다.
고생한 보람도 있었다. 몇달간 공들여 침술과 뜸술, 부항, 한방물리요법의 치료효과 검증과 부작용을 다룬 논문을 모아 백서를 공개했을 때 일반인들의 반응도 화끈 달아올랐다.
▲사이비 의료 문제 공론화 "총대 멨습니다"
화법도 직설적이다.
침술편의 결론에서 그는 "실재성을 믿기 힘든 경혈, 경락을 전제로 하는 한의학적 원리상 침술의 효과는 전혀 믿을 수 없다"고 방점을 찍었다.
그는 이어 "침술의 효과를 지지할 만한 과학적 근거는 없으며 이 치료법에 대해 의학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의 냉정한 시선이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박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참고문헌에는 수십편에 달하는 논문을 꼼꼼하게 달아놓는 치열함도 보인다.
국내에 만연한 사이비 의료의 폐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시작한 개인적인 일이 백서를 출간하고 홈페이지를 오픈하자 공적인 업무로 바뀌어버렸다.
일주일 간격으로 한의학의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의학비평과 논문 번역을 공개하는 작업에 매달리게 되면서 빼도박도 못하게 연구원의 삶을 살게 됐다.
지난한 싸움에서 아쉬움 점도 털어놨다.
"왜 과학자들이 한의학의 치료 효과 검증 작업에 나서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려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수용하고 아닌 것은 배척하는 지성이 필요한 때에 이를 실천할 주체들이 오히려 침묵하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사이비 의료의 검증에 나서야할 과학계가 계속 침묵을 하고 있는 한 그의 싸움은 혼자만의 각계 전투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의료계 편을 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서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다원주의와 자유주의, 개인주의를 기본으로 권력에 의한 사실왜곡과 싸울 뿐이지 특정한 당파나 이념은 없다"면서 "한의학을 중심으로 다루지만 수돗물 불소농도조정 반대나 미국산 소고기 파동 등의 주제도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의사를 변호하는 게 아니라 의학을 옹호하고 있을 뿐이라고.
가장 시급한 한의학 문제가 정리되면 신의료기술 등 사이비 의료에도 철저한 검증 작업을 하겠다는 것이 황 원장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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