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34·가명) 개원예정의가 개원을 앞두고 부담스러운 것 중 하나는 '내가 과연 직원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선배 개원의 얘기를 들어보면, 말도 없이 출근을 안하는 직원 때문에 진료에 차질이 생기고, 퇴사하면서 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해 낭패를 보기도 했다. 평소 인간관계는 잘 해왔다고 자부했지만, 개원의와 직원간에 관계는 간단치 않아 보였다.
<메디칼타임즈>는 이영훈씨와 같은 개원예정의에게 직원관리의 노하우를 제공하고자 장기근속 직원이 많은 이비인후과 선배 개원의 4명(이의석 원장(유니언 이비인후과), 홍성수 원장(성남 연세이비인후과), 안재신 원장(한마음 이비인후과), 신광철 원장(미래 이비인후과)에게 직원관리의 비결에 대해 직접 물어봤다.
이들은 개원가의 숨은 고수로 평균 5년 이상의 장기근속 직원과 함께 하고 있으며 간혹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도 있다. 개원연차는 최소 10년~최대 20년 이상이다.
일단 장기근속 직원이 많은 비결이 궁금하다.
이의석 원장 직원이 오래 근무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근무조건이 좋고 원장과 호흡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 그만두지 않는다. 직원이 오래 일하길 원한다면 근무조건은 어떤지, 직원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일례로 인간적으로 대한다고 너무 편의를 봐주면 지각도 늘고 핑계를 대고 결근을 하는 직원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칙을 정해둬야 한다.
홍성수 원장 원장이 직원을 그냥 월급 주고 부리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직원도 역시 월급 받고 그 만큼만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묘한 것은 월급이 많다고 해서 꼭 직원이 장기 근속을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바로 직원과 원장과의 인간적 관계이다.
회식이 중요한 이유는 근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일상적으로 하지 못한 이야기를 편하게 말하고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적인 고민을 들어주고 진심으로 충고를 해주면 인간적인 신뢰가 쌓여서 직원이 장기 근속하기 마련이다.
안재신 원장 현재 직원 12명 중 11년 근속 직원이 4명, 10년 근속 직원이 1명, 9년 근속직원이 1명, 6년 근속 직원이 4명이다. 직접 물어보지 않아서 솔직한 이유를 알 순 없지만, 일단 근무 여건이 다른 곳보다 낫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싶다.
급여도 중요하지만, 사실 월등히 높은 편이 아니어서 그것보다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규정을 준수하는 게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2012년 7월 1일부터 월차제도가 폐지되고 생리휴가도 유급에서 무급으로 바뀌었지만 월차, 생리휴가를 주고 연차, 주40시간 근로, 연장근로수당, 휴일수당, 근로자의 날 근로 수당, 퇴직연금제도 등등 법에서 정한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나의 이런 의지가 직원들에게도 전달되는 게 아닐까.
또 병원운영에 치명적이거나 위협적인 과실이 아니라면 가능한 직원들을 징계하거나 혼내지 않고 격려해준다.
신광철 원장 요즘에는 환자가 병원에 와서 간호직원들을 하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직원들을 보호해야 한다. 병원 이미지만 생각해서 모든 책임을 해당 직원에게 전가하면 원장과 신뢰를 형성하기 힘들다. 결정적인 순간에 직원 편을 들어줘야 한다.
또 병원 경영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연차 등 휴가나 명절날 떡값을 지급한다. 연차 때문에 직원 한명이 빠지면 환자 서비스에 큰 차질이 생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더라. 출산 및 육아휴직도 마찬가지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쉴 땐 쉬게 해주는 게 오히려 좋다.
하지만 직원을 친가족으로 생각하지는 말라고 하고 싶다. 괜히 상처받을 수 있다. 가이드라인을 정해두고 그에 따르는 게 좋다.
이와 함께 병원 경영을 투명화해 관련 업무를 직원들에게 맡기는 것도 서로간에 신뢰관계를 형성하는데 좋다. 가령, 퇴직금이나 세금 등을 투명화하고 직원들에게 맡기는 식이다.
혹시 직원을 해용할 때 나름의 선정 기준이 있나.
이의석 원장 첫인상을 보고 채용했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답이 없다는 생각이다.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줬던 직원 상당수가 나중에 안좋게 퇴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번은 초반에 성실하게 일도 잘하고 인상도 좋은 직원이 있었다. 그래서 근무조건도 잘해주고 임금도 높여줄 생각이었는데 어느날 호주로 유학을 간다며 그만 둔다고 하더라. 공부한다니 잡을 수 없어서 환송회까지 해서 보냈는데 몇주 후에 다른 개원의가 연락이 왔더라.
그 직원이 이력서를 냈는데 어떤지 나에게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씁쓸했다.
이런 경험을 수차례 하다보니 원칙도 답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연차가 쌓이면서 터득하는 건 어떤 상황에서든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성수 원장 첫번째 태도, 두번째 자기관리 능력(특히 시간), 세번때 성격(밝은 표정), 네번째 자기능력 개발 의욕, 다섯번째 가정환경 등을 두루 본다.
예전에는 처음부터 내 스타일, 내 사람을 만들기 위해 간호학원생 아르바이트로 초임 대상자를 선호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나이 지긋한 유경력자, 기혼자가 책임감도 있고 환자와의 관계도 더 원만하더라. 그래서 선호도가 조금 바뀌었다.
안재신 원장 최근 몇 년 새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진료과를 제외한 이비인후과를 포함한 많은 의원들이 직원 채용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원장이 '갑'이 아니라 '을'의 입장이 된지 오래다.
즉, 직장을 구하려는 간호조무사 인력보다 직원을 구하려는 병의원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개원의 입장에서는 직원 선택에 있어서 매우 제한적이고 또 불리하다. 직원이 근무만 해준다면 감사할 정도다.
하지만 직원 채용이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화를 잘 내거나 환자들과 불화가 자주 있는 직원은 근무 시작 초기에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업무숙련도도 중요하지만 원만한 성격과 성실성이 가장 중요하다.
신광철 원장 얼마 전 한 개원의가 쓴 글에서 많을 걸 배웠고, 공감했다. 그는 선착순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그 사람의 성격과 특성을 고려해 업무를 배치한다고 했다.
직원을 여러명 채용하다보니 참 맞는 말인 것 같다. 누굴 채용하느냐 보다 그 직원에게 적합한 업무를 주면 되는 거였다.
다만, 직원을 채용하고 당부하는 것은 있다. 한 개인의 업무 능력이 뛰어난 것보다 팀웍을 깨지 않는 직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꼭 한다.
10년 이상 개원하다보면 직원들과 갈등도 있었을텐데 어떻게 해결했나.
홍성수 원장 간단하다. 오픈마인드로 면담시간을 갖고 설득할 부분이 있다면 설득한다. 그리고 안 되면 근무 규정에 따라 단호하게 조치한다.
안재신 원장 인근 병원에서 생긴 일인데, 직원이 점심시간에 무단퇴사했다. 원장은 오후 진료 시작 직전에서야 이를 알아챘고, 환자대기실에 이미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진료를 못해 쩔쩔매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이처럼 생각지 못하는 갈등이 언제라도 있을 수 있다. 또 직원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직원들이 환자나 보호자들과 불화가 있거나 업무의 숙련이 더디거나 업무수행중 실수가 있는 경우 그 원인을 직원의 잘못에서 찾기 보다는 병원운영의 시스템에서 찾아야한다.
예를 들어 직원간 갈등이 있으면 근무위치나 부서를 조정하는 식이다.
또 처방과 다른 엉뚱한 주사를 환자에게 투여해 부작용을 유발했을 땐 주사투약이나 검사시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더블체크(double check)하는 체크리스트(check list)를 만들어 활용하는 등 시스템을 바꾸면 된다.
이밖에도 수납금액이 맞지 않거나, 환자를 동명이인으로 접수하는 등의 문제도 직원을 일방적으로 다그치거나 교육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신광철 원장 사실 나 또한 배워가는 입장이다. 개원 초에 이런 일이 있었다. 진료시간이 끝나가는데 남자 환자가 욕설과 고성을 지르며 왜 진료가 안되느냐며 협박을 했다.
나는 '빨리 진료를 마치고, 진료해 주면 되겠다'고만 생각했는데 다음날 직원들이 '병원에 남자라곤 원장님 뿐인데 접수창구에서 욕설과 협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나와보지 않을 수 있느냐. 섭섭하다'고 얘기하더라. 그 이후론 시끄러운 일이 생긴 것 같으면 바로 나가본다.
또 임금에 대한 불만을 가진 직원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때는 직설화법이 최고다. 돌려서 얘기하기 보다는 구체적으로 콕 집어서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어디까지 해줄 수 있는지 말해주는 게 좋다.
매일 지각하는 등 기본적인 부분을 안지키는 직원에 대해선 어떻게 조치하나.
이의석 원장 오래 있을 자격이 안된다고 판단되는 직원은 경고를 주고 권고사직처리한다. 이 내용은 계약서에 기재해뒀다.
홍성수 원장 수간호사 혹은 선배 간호직원이 신입 직원을 관리하는데, 출근 정시에서 10분 이내, 11분에서 20분, 21분 이상으로 나눠서 매일 차등 지각비를 받고 이는 간식비로 사용한다. 또 지각 횟수, 지각비 총액을 월말에 나에게 보고해 매월 지각비가 가장 많이 나온 직원은 경고를 준다.
사전 통보된 사유가 합당한 결근은 연중 휴가 일수에서 제하고, 무단 결근의 경우는 당일 오전 중으로 연락이 안 되면 이유를 불문하고 자동 퇴직처리한다.
안재신 원장 개업해서 16년 동안 그런 직원은 거의 없었는데 과음으로 다음날 일어나지 못해서 지각하는 직원이 있긴 했지만 얼마 못가서 본인 스스로 사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근무계약서에 지각에 대한 규정을 뒀다. 예를 들어 지각이 3회 이상이면 월차, 연차에서 차감을 하거나 급여지급일을 하루 늦추는 식이다. 이는 직원에게 미리 고지했지만 다행히 그런 직원이 없어서 실제 적용한 사례는 아직 없다.
신광철 원장 솔직히 그런 직원은 함께 일하기 어렵다. 그런데 함께 일하는 직원도 마찬가지다. 그런 직원은 다른 직원과도 못 어울려서 왕따를 당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직원 관리 어떨 때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지. 또 그럴 때 어떻게 위기를 넘겼나.
이의석 원장 별로 어려운 게 없다. 앞서 밝혔듯 이런 저런 경험을 해서 심각한 문제가 아니면 그러려니 한다. 어렵다고 생각하고 고민해봤자 소용이 없다.
홍성수 원장 수년간 직원들과 함께 해오고 있지만, 지금도 직원들 내부의 편가르기 특히 정규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의 갈등이 발생할 때 참 어려운 것 같다.
안재신 원장 직원 개인적인 잘못이나 부족한 부분은 교육과 대화로 개선되는 경우가 많지만 직원 상호간의 갈등은 원장이 나서서 해결하기 어렵더라.
직원이 2~3명이면 어렵겠지만 직원이 많아지면 중간관리자를 두면 부담을 덜면서도 직원 관리의 효율성을 높힐 수 있다.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면 피해가기 보다는 성실하고 진솔한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는게 좋다.
또 요즘은 노동시장이 수요보다는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직원을 채용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사직시키기는 더욱 어렵고 함부로 사직시키면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나 급히 채용하지 말고 직원채용시 신중하게 선택할 것을 당부한다.
신광철 원장 나도 개원 2년차 때 직원 한명 빼고 다 나간 적이 있었다. 환자도 많을 때였는데 직원 한명 데리고 2~3주간 진료하는데 정말 힘들었다. 그땐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몰랐고, 배려심도 없었던 것 같다.
결국 학습을 통해서 배우는 것 같다. 경험을 통해 '아, 이러면 안되겠구나'하면서 조금씩 노하우가 쌓이게 된다.
직원들과 회식은 어떻게 하나. 회식을 통해 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비결이 있다면.
이의석 원장 한달에 한번은 하려고 한다. 밥 먹고 노래방까지 함께 한다. 그래야 공감대를 형성할 시간도 되고 좋은 것 같다. 회식 이외에도 가끔 점심시간에 전직원에게 짜장면도 사주면서 얘기도 나누곤 한다.
이런 시간을 통해 친밀함을 공유하는 것도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홍성수 원장 1년에 두번 1박 2일 직원 MT를 가고, 매월 1회(설, 추석 있는 달 제외) 정기적으로 회식을 하고 장소와 음식은 직원들이 정하도록 한다.
안재신 원장 매달 근무시간에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주도록 한다. 회식장소는 개방된 공간보다는 직원들끼리 사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예약한다.
회식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음주를 강압적으로 권하지 않고, 회식장소를 매번 바꿔가면서 신경쓰는 편이다. 회식장소는 회식 전에 사전답사해서 음식맛이나 분위기를 나름대로 알아본 후에 결정하고 평소에는 가까운 곳에서 하지만 연말에는 압구정의 째즈클럽, 홍대의 퓨전일식요리, 호텔뷔페 등을 가기도 한다.
또 일년에 한번, 6월 첫째주 주말은 전직원 1박 2일 MT를 간다. 밤에 술을 많이 마시기 보다는 포켓볼도 하고 레크레이션을 하면서 서로 편한 마음으로 웃고 즐기는 시간도 갖는다. MT를 마치면 좀 더 가족적인 분위기로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신광철 원장 회식은 한달에 한번씩 꼭 한다. 그리고 퇴사한 직원도 가끔 오라고 한다. 출산하면서 그만 둔 직원도 아기까지 데리고 오기도 한다. 평소에 관계를 잘 유지하면 나중에 직원 채용할 때도 편하다.
그래서인지 가끔 직원을 못구하면 직원들이 여기저기 연락해보고 구하기도 하는데 평소 유대관계를 잘 다져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신규 개원의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이의석 원장 개원 연차가 길다고 아는 게 많은 건 아니다. 다만 다른 것은 경험을 통해 태연해지는 것을 배운 것이다. 가령 가족처럼 여겼던 직원이 그만둔다고 했을 때에도 태연하게 수용할 수 있다. 정답은 없다. 많은 경험을 통해 배울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홍성수 원장 일단 좋은 직원을 선발하려고 노력하고, 면접 과정에 선배 직원을 참여시킬 것을 권한다.
또 일단 직원으로 들어오면 단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장점을 칭찬하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개별적으로 면담을 해서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해주고 문제가 반복되면 가차 없이 불이익을 주도록 한다.
또 퇴직하겠다는 직원이 있으면 남은 직원들이 당분간 힘들 수 있지만 절대 붙잡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안재신 원장 중요한 것은 직원은 원장이 급여를 주고 일을 시키는 사람, 내 명령을 따라주기만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병원 경영의 파트너로 여기는 것이다.
실제로 환자나 보호자가 병원에 내원해 원장을 만나는 시간은 수술환자나 장시간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기껏해야 2분에서 5분 사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환자가 병원에 내원하는 첫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원장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접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또 환자나 보호자들과 생기는 불가피한 갈등의 경우에도 직원들을 다그치고 혼내기보다는 직원 편에 서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원장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신광철 원장 직원마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으니 그에 맞는 업무를 찾아줘라. 또 진료 이외 업무는 가능한 직원들에게도 넘겨줘서 책임감을 부여하고 역할을 맡기면 그 직원도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개원한 지 오래되고 장기근속 직원이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직원 채용은 어렵고, 직원들과의 관계는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선배 개원의들은 예비 개원의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안되는 부분에 대해선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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