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데는 모두가 공감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도 사공 역할을 하지 않으니 배만 둥둥 떠있는 꼴이다."
수련제도 개편의 핵심인 인턴 폐지안이 표류하고 있다.
2015년을 기점으로 삼았던 보건복지부는 의대생 반발에 폐지 시점을 아예 의대생들에게 맡겨 버렸고, 의대생들은 준비가 부족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의 핵심인 의대와 수련병원들은 복지부만 바라보며 눈치를 보고 있다. 폐지 시점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는 항변이지만 이면에는 재정문제가 결부돼 있다.
"인턴 폐지 준비가 부족하다" 의대생들 허공 속의 메아리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최근 젊은 의사 연구포럼을 통해 인턴 폐지에 대한 의대생들의 의견을 사실상 정리했다.
비록 복지부와 실시하는 전수조사가 남아 있지만 사실상 2015년 폐지는 무리라는 것이 의대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들은 이러한 근거로 총 5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했던 인턴 폐지에 따른 선결과제가 아무 것도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진로탐색기능에 대한 대안 마련과 전공의 선발기준 마련, 학생실습 강화방안, NR1과 인턴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 마련, NR의 올바른 수련을 위한 대체인력 마련 등이다.
의대협 조원일 회장은 "인턴 폐지안이 논의되는 시점부터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무런 대안도 마련된 것이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도저히 2015년에는 폐지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체없는 인턴 폐지안…책임 공방만 지속
이러한 문제에 대해 복지부는 물론, 병협과 학장협의회 등은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누구도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다. 인턴 폐지안이 표류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2015년 인턴 폐지안의 초안을 마련한 의학회의 생각은 어떨까.
대한의학회는 이미 의학회가 할 수 있는 일을 끝냈다는 반응이다. 각자의 역할을 지정하는 일 외에 의학회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의학회 관계자는 "복지부의 용역을 받아 인턴 폐지안의 초안을 만들고 각 학회별로 인턴 폐지시 수련기간 단축 문제를 마무리 지었다"며 "의학회가 유관단체들을 이끌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의대-의전원 학장협의회도 같은 반응이다. 폐지 시점이 정해지고 로드맵을 마련해 줘야 준비를 시작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학장협의회 관계자는 "아직 인턴 폐지 시점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의대 교과과정을 먼저 바꿔놓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정부의 로드맵이 나와야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협회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병협 관계자는 "전공의 선발 매칭 시스템 등은 이미 복지부가 추진하기로 한 사업이 아니냐"면서 "수련병원별 전공의 선발 기준도 각 수련병원의 권한이지 병협이 일괄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결국 복지부가 폐지 시점을 확정하고 로드맵을 만들어 줘야 움직일 수 있다는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인턴 폐지는 의료계에서 합의를 이뤄야 하는 사안이라고 한발 물러서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턴 폐지안은 의료계가 계속해서 제기했던 숙원사업"이라면서 "복지부는 정책적으로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이지 강제로 의견을 조율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인턴 폐지 시기에 대한 전수조사 역시 복지부의 이러한 태도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협과 의협, 의학회 등은 합의를 한 상태고 의대협이 폐지 시점이 이르다고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충분히 이를 반영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합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돈'문제…"거버넌스 구조 시급"
이처럼 복지부와 각 유관단체들이 인턴 폐지에 소극적인 이유는 결국 재정적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턴 폐지에 따른 재정 문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협회의 경우 만약 인턴제도가 폐지되면 일선 수련병원들의 경영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실제로 병원협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턴 제도가 폐지되고 전공의 수련시간이 주당 80시간으로 단축될 경우 대체인력 확보를 위한 재원이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병협 입장에서는 최대한 인턴 폐지를 늦추는 것 만이 이같은 부담을 회피하는 방법인 셈이다.
일선 의대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인턴제도가 폐지되면 필수적으로 보완돼야 하는 임상실습 강화에 따른 재정적 부담은 상당하다.
우선 실습에 필요한 기자재와 공간이 있어야 하고 강의 방식이 아닌 실습 지도를 위해서는 교수들의 노동력 또한 상당히 투입해야 한다.
결국 적극적으로 인턴 폐지에 나서기 힘든 이면에는 이같은 재정적 부담이 있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인턴 폐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결국 재정 문제가 결부돼 있다"며 "의대도, 수련병원들도 굳이 나서서 이같은 비용을 부담하려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결국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가 있는가에 대한 문제"라며 "이는 결국 복지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언제까지 폭탄 돌리기만 하나…책임감 가져야"
이렇듯 인턴 폐지의 주체들이 계속해서 폭탄 돌리기를 지속하자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턴 폐지가 기정 사실로 굳어졌다면 각 주체들이 책임감을 갖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대 이윤성 교수는 "3년이나 준비 기간을 가졌는데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며 "해법은 간단하게 나와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병협과 의학회, 학장협의회가 모여 누가 무엇을 맡을 것인지 정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이를 추진하면 된다"면서 "이렇게 간단한 것을 왜 미루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아주의대 허윤정 교수도 "사실 엄밀히 말해 학장협의회와 의학회, 의평원 등은 주체가 될 수 없지 않느냐"며 "인턴은 의대 졸업후 과정에 해당하는 만큼 복지부와 병협이 주체를 맡아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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