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만성질환관리제(만관제) 활성화의 접근 방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복지부는 실질적인 만관제의 실행 주체가 되는 개원가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진료과목 확대와 전문상담에 대한 보상 방안을 별도 검토할 수 있다는 안을 공개한 상태.
특히 시도의사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의원협회를 찾아 만관제를 포함한 일차의료 활성화에 대한 중지를 모은 점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변화의 양상들이 지금까지의 '선시행 후보완' 기조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만관제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한 행보가 아니겠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복지부 "진료과목 확대, 전문상담 보상 방안 검토"
25일 세종대 광개토관 컨벤션홀제에서 열린 11차 서울시의사회 학술대회에 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이 참석했다.
이창준 과장
먼저 이창준 과장은 '일차의료 살리기의 기능과 역할' 주제 발표를 통해 "현재 토요가산과 의원급 만관제에 관한 오해가 많다"면서 "정부는 현재 특정 대안을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의원급 만관제 참여를 강제할 계획이 없고 현 만관제는 자율 참여가 원칙"이라면서 "최근 건정심 소위에서 제시된 의협의 안도 스스로 제시한 것이다"고 전했다.
이는 의사협회와 정부가 특정 모형을 염두해 두고 약속이 돼 있는 것이 아닌데도 토요가산과 만관제 참여를 맞교환했다는 '빅딜설' 논란이 만관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 과장은 "오히려 지역 상황에 맞는 다양한 모형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복지부는 모형설계와 시범적용, 평가 등 전 과정에서 의료계와 공동 협의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료기관이 영양이나 운동, 금연 등 전문 상담서비스 제공하고 의사의 판단에 의해 만성질환자의 건강생활서비스 제공할 수 있다"면서 "개선모형 적용시 필요한 공급자 보상 등 지원체계 구축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상질환 범위도 의학적 타당성과 적용 가능성을 고려해 확대 가능하다"면서 "예를 들어 현재의 당뇨병, 고혈압 관리에서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 아토피, 관절염 등도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만성질환자 대상 확대, 만관제 반발 기류 바뀔까?
복지부가 발표한 전문 상담서비스의 보상과 만성질환자 대상 확대는 개원가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분석된다.
개원의들이 의원급 주도의 만관제에 반대했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만관제 도입시 IT 기반의 질병관리서비스업체가 개입해 이익을 추구하려 한다는 의심 때문이다.
이에 복지부는 의원급이 영양이나 운동, 금연 등 전문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이자 상담에 대한 공급자 보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못 박았다.
만관제가 의원급이 중심이 된 1차 의료활성화 방안이라는 점을 다시 부각시킨 셈이다.
만관제의 진료 과목 확대도 반발 기류를 억제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인다.
올해 4월까지 전체 1만 4천여 의원급 의료기관 중 고혈압·당뇨 질환 관련 30건 이상 청구한 곳을 기준으로 집계한 참여율은 약 65%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만성질환과 밀접한 과를 중심으로 참여 기관의 편중 현상도 발생했다.
과거 만관제 동참 의사를 밝힌 내과의 참여율은 80% 이상을 기록하고 있지만 60% 이상의 참여율을 기록한 가정의학과와 일반과, 일반외과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진료과의 참여율은 대체로 저조한 편이다.
의협 주도의 만관제 모형 개발에 내과의사회가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밝힌 반면 나머지 개원의사회는 반대한 것도 만관제의 진료 과목 확대에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준 과장은 "현재 만관제는 고혈압, 당뇨로 국한돼 있지만 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진료과목을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리 현실에 맞는 만성질환관리제를 통해 1차 의료를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지부의 각개 격파? "바람직하지 않다"
복지부는 21일, 23일, 24일 각각 대한개원의협의회, 의원협회, 시도의사회장단을 만나 일차 의료기관 활성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진정성'을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관제의 설득 작업에 대한 개원의들의 반응은 어떨까.
모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의협의 만관제 추진 작업이 실패한 것으로 판단한 복지부가 개원의들의 민심을 얻기 위한 작업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협으로 대정부 창구가 단일화돼 있는 상태에서 개별적인 만남을 갖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복지부가 1차의료 활성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못하면 만관제의 진료과목 확대나 보상 재원 마련도 결국 여론몰이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모 개원의사회 관계자는 "복지부가 의협을 통하지 않고 개별 의사회를 만나는 것이 자칫 만관제에 반발하는 의사회를 각개 격파하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복지부와 만난 자리에서도 이점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협을 통하지 않고 대개협에 만관제 안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면서 "복지부에 신뢰 구축이 우선되지 않으면 어떤 새로운 안이라도 도와줄 수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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