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의 원칙이 깨지는 것일까. 계속되는 몸집을 키워가며 승승장구하던 빅5 병원의 철옹성이 흔들리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잇따른 수가 인하로 많게는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자 경영위기를 선포하고 조직 개편 등을 통해 생존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
이러한 중심에는 지난해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있다. 가톨릭의료원은 최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산하병원에 대한 구조 조정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톨릭의료원 관계자는 4일 "구조 조정이라기 보다는 비상경영체제에 따른 조직 개편의 일환"이라며 "운영비 절감을 위해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에는 여의도 성모병원이 자리하고 있다. 산하 8개 병원 중 가장 경영상태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의도 성모병원은 서울성모병원 개원 이후 핵심 의료진과 센터가 이전하면서 분기별 100억원을 넘겼던 외래 진료비가 90억 아래로 떨어진지 오래다.
여기에다 이를 타계하고자 본관 리모델링은 물론 노후된 병원이라는 인식을 벗기 위해 CT와 MRI 등 고가 의료장비를 대거 사들인 것이 오히려 적자 폭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병원의 역사만큼 직원들의 근속 연수는 산하 병원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쌓여만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원은 우선 시니어급 교수들과 근속 연수가 높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수립한 상태다.
정년이 가까워진 직원과 의료진은 명예 퇴직을 신청받고 나머지는 그나마 경영 상태가 나은 병원으로 이동하거나 교구 산하 사업체 등으로 파견해 조직을 슬림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현재 대상으로 거론되는 임직원들이 100여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노동조합 등 직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특히 이러한 인력 개편이 여의도 성모병원 뿐 아니라 의정부 성모병원과 나아가 서울성모병원까지 확산될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갈등은 의료원 전체로 퍼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병원 노조 관계자는 "불과 지난해 산별협약에서 해고 없는 병원을 만들자고 노사가 합의했는데 1년만에 노조와 협의도 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미 서울, 의정부, 여의도 성모병원 노조는 공동투쟁본부를 열고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선 상태"라고 밝혔다.
의료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임금이 동결된 데다가 진료와 연구에 대한 인센티브가 전면 폐지될 위기에 놓였고 해외학회 보조금 등 지원비도 사실상 폐지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여의도 성모병원의 A교수는 "물론 병원이 어렵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아무런 협의없이 이러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특히나 연구 지원비 등은 향후 병원 경쟁력의 핵심인데 당장 급한 불을 끄자고 없애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가톨릭의료원 관계자는 "물론 인력 개편 등은 노조를 비롯한 임직원들과 상의해할 문제"라며 "일방적으로 인력 개편을 진행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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