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대학병원은 올해도 어렵게 산부인과 전공의를 모집했다. 행여 다른 전공과목으로 갈아탈까 싶어 월급 이외에 한달에 300만원씩 임금을 더 주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대학원을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등 다양한 배려를 하고 있다.
# B대학병원은 전공의들이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요인으로 당직이라는 점을 감안해 전공의를 대신해 펠로우 등 다른 의료진이 당직을 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전공의들의 산부인과 기피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산과 전공의들이 '귀하신 몸' 대접을 받고 있다.
산부인과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대학병원들이 산과 전공의를 잡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여기에는 필수 전공과목인 산부인과를 폐쇄할 수는 없고, 어떻게 해서라도 유지해보겠다는 대학병원들의 고민이 배어있다.
수년 째 계속된 산부인과 기피현상은 최근 산과 전문의 연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복지부 지정 산부인과 전문병원 한 관계자는 "최근 1~2년새 산부인과 전문의 연봉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면서 "요즘 들어 40세 이하의 산과 전문의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산부인과 의사가 귀해지면서 연봉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산부인과 즉, 분만을 유지하는 대학병원과 대형 분만병원에 국한된 얘기일 뿐이다.
그 이외에 중소병원이나 영세한 산부인과는 아예 분만장을 폐쇄하는 병원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분만을 유지하려면 당직 의료진이 많이 필요하고 의료사고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산과 전문의들의 연봉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까지 커진다면 분만을 유지하기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이 최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분만 의료기관은 지난 2004년 1311개소에서 2012년 739개소로 572개소나 줄어 9년간 53.4%가 감소했다.
또 최근 10년간 산부인과 전문의 증가율은 전년도 대비 지속적으로 줄고있는 반면 전공의 수련 중도포기율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 전문의 수 및 전년도 대비 증가율 추이(단위: 명, %)
전공의 수련 중도포기율은 지난 2009년 이후 5년간 11~16%을 보여 전체 전공의 평균 사직율 6~8%에 2배가량 높게 집계되는 등 산과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A대학병원 교수는 "우리는 대학병원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전공의를 유치하고 있지만 중소병원은 분만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상남도 모 중소병원장은 "분만을 포기한 지 오래"라면서 "끝까지 버티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결국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당장 산부인과 의사 수급도 어려운데다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과 여의사 증가로 의료진의 당직 기피현상 등 영세한 중소병원이 분만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지방 중소병원 산부인과는 임금을 더 줘도 안오는 게 현실"이라면서 "최근 서울대병원도 산과 전공의 정원을 못 채우는 실정인데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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