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도입한 주당 80시간 근무시간 상한제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수련병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수혜자인 전공의들마저 오히려 일은 늘고 수련은 부족해졌다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모습이다.
수련실태 자료 제출 시한 임박…수련병원들 고민 가중
보건복지부는 주당 80시간 근무시간 상한제 등을 담은 전공의 수련 및 자격 인정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에 따라 각 수련병원에 5월말까지 이행상황을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수련병원들은 제출 시한을 마치기 위해 철야근무까지 감수하며 자료를 준비중이다.
A수련병원 교육수련부장은 "이번주까지 자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수련부 전체가 비상이 걸렸다"며 "지금 상황이라면 며칠간 철야 작업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수백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의 근무시간과 당직 수당, 연차까지 일일히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문제는 대다수 수련병원들이 아직 80시간 근무제를 도입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결국 실제로 이행되고 있지 않은 것을 서류로 만들어야 하니 고민이 더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B수련병원 수련교육팀장은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대다수 병원들이 80시간 근무제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며 "결국 전공의 전체의 근무시간을 규정에 맞게 서류로 만들어야 하니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일부 병원 교육수련부장들은 수차례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A수련병원 교육수련부장은 "오죽하면 빅5병원 교육수련부장들이 수차례나 모여 대책을 논의했겠느냐"며 "우리도 사정이 이런데 웬만한 병원들은 아예 시작할 엄두도 못내고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과연 주당 80시간 근무제가 전공의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라며 "획기적으로 수련환경이 나아진다면 감수해야 할 일이지만 그렇지 않으니 더욱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들도 실효성 물음표…"효과보다는 부작용 많다"
특히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전공의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기대했던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우선 대체 인력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 근무시간이 줄면서 오히려 일이 늘어났다는 호소가 많다.
C대병원 전공의는 "과거 병동에서 15명의 환자를 봤다면 이제는 30명의 환자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물론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줄어든 만큼 일의 양은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시간 안에 더 많은 환자를 보고 쉬면 되지 않겠냐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로딩이 늘어나는 것은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다"며 "환자가 2배로 늘어나면 부담과 스트레스는 3~4배 이상 느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수련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과거에 비해 수련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수련환경이 더욱 나빠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D대병원 전공의는 "외과 수련의 대부분은 교수들의 수술에 참여해 직접 눈으로 술기를 배우는 것"이라며 "하지만 80시간 상한제에 걸려 수술방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감소하니 그만큼 배울 수 있는 것이 줄어들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렇게 가다가는 4년의 수련기간동안 제대로 술기를 배울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전문과목별로 수련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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