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라도 저수가는 3분진료,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건강보험재정 등을 이유로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수가를 인상할 경우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높은 행위량을 근거로 의료인의 수익만 늘리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수가를 정상화할 경우 오히려 행위량은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재정의 안정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을 만나 이같은 주장의 근거와 기대효과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저수가를 바라보는 의료계와 정부 간의 시각차가 커 보인다.
의료계는 항상 저수가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정부는 수가를 올리면 의사들만 잘 살게 되는 것 아니냐면서 수익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는 식이다. 이처럼 저수가를 이야기 하다보면 행위량에 대한 이야기가 꼭 나온다. 정부는 행위량이 지금처럼 유지되는 상태에서 수가가 오르면 전체 의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니 의료계가 행위량을 조절할 수 있는 기전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저수가에 대한 돌파구로서 의사들의 행위량 증가 측면도 있지 않나.
행위량 증가가 온전히 공급자의 탓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수가가 낮다보니 행위량을 늘려서 수익을 보전하려는 욕구는 분명히 있다. 우리나라의 행위량은 연 13회 정도로 OECD 국가 평균의 두배 정도 되는데 이러한 수치가 반드시 공급자만의 탓은 아니다.
저수가에 따라 환자들의 본인부담금도 낮다보니 의료비가 싸다는 이유 때문에 환자들이 스스로 의료 이용량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분명히 있다. 실제로 경기가 나빠지거나 세월호 사건 등으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에 따라 환자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똑같은 의사들, 똑같은 저수가임에도 불구하고 공급자 측면의 문제만 있다고 하면 이같은 요인에 따른 행위량 감소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결국 행위량 증가는 환자 측면의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주장은 근거를 요구한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만으로는 논거가 부족할 듯 싶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서 지난해 7월 발표한 '경제상황 변화가 건강보험 급여비에 미치는 영향분석'이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좋은 자료이다. 이 자료에 의하면 요양급여비 증가율은 명목 GDP 증가율, 노동생산성증가율, 민간소비증가율, 명목임금증가율, 교역조건증가율과 양의 관계가 있으며, 실업률, 소비자물가증가율, 전월세증가율과 음의 관계가 있다. 즉, 경제상황이 좋고 국민의 가처분 소득이 많으면 요양급여비도 증가하고, 반대로 경세상황이 좋지 않고 국민의 가처분 소득이 낮으면 요양급여비도 감소한다는 것이다.
결국 행위량의 증가는 의사에 의한 요인도 있으나, 의료 소비자에 의한 요인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행위량 증가를 의사의 과잉진료 때문이라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따라서 저수가를 정상수가로 돌릴 경우 본인부담금은 올라가게 되고 환자입장에서는 부담이 늘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행위량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의료에 가격과 수요의 탄력관계를 적용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의료경제학자들은 의료라는 필수재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비탄력적이라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가격이 상승한다 해도 수요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보면 실제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의료수요는 가격이 올라가거나 경제상황에 따라 차이가 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애초에 공공의료나 민간의료,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가 전혀 없이 무조건 민간의료기관에 모든 역할을 떠 맡기고 관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필수의료의 개념이 없다보니 환자의 행위량 측면에는 비필수의료나 낮은 본인부담금에 의해 형성된 가수요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의료경제학자들의 이야기처럼 가격대비 수요탄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상수가가 책정되고 환자 본인부담금이 오를 경우 비필수의료와 저수가에 의해 형성된 가수요 부분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쉽게 말해 수가 정상화만으로도 행위량은 조절될 것이다.
가수요에 대한 예를 들어본다면.
감기 환자나 물리치료 환자들은 가격이 싸니까 두세번 온다. 물론 두세번 받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과연 진료를 한번 받는 것에 비해 두세번 받는 것이 필수적일까. 반드시 그렇지 않다. 의사들은 물리치료 환자가 두세번 오면 막을 수 없다. 삭감 때문에 일부 진료를 공짜로 하는 의사도 있고, 삭감을 각오하고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들이 바로 비필수의료, 저수가에 의해 형성된 가수요인 것이다.
수가 인상은 환자 본인부담금 증가와 직결된다. 정서적으로 볼 때 수가 인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국민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 이의 일환으로 저수가에 따른 낮은 본인부담금이 과연 현재 상태에서 좋은 것이냐의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수가가 낮다보니 환자도 의사도 행위량을 늘릴 수 밖에 없고 이러다보니 자연히 진료시간은 짧아지고 진료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수가가 낮다보니 병원급 의료기관도 입원환자만 가지고 커버가 안되니까 외래진료에 힘을 쏟으면서 의원급과 경쟁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은 쇠퇴하고 규모가 큰 대형병원만 살아남게 된다.
저수가에 대한 폐단능 공론화하고 정상수가로 환원하는 것이 행위량 자체는 줄어들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의료가 사는 것이라는 공론의 장이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은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한다. 비록 행위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은 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의료비도 절감될 것이다.
수가 정상화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수가 정상화를 과연 국민이 받아들일까 고민도 된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은 수가를 정상화할 경우 진료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빨리빨리식의 진료 패턴을 벗어나 충분한 진료시간과 진료의 질을 담보함으로써 환자가 그만한 돈을 내고 그만한 진료를 받았다는 만족감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수가 인상이 의사들의 수익 증대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지 않나.
수가를 올릴 경우 과연 의료기관의 수익이 올라갈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 의료는 가격과 수요에 있어 탄력적이라는 점에 비쳐볼 때 행위량은 가만히 있고 수가만 올라가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수가가 올라가면 행위량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 수가 인상을 의사 수익 증대 측면으로 바라볼 수 없는 이유이다. 결국 저수가를 개선하자는 의사들의 주장은 저수가로 인한 여러 폐해를 고치자는 것이지 수익을 늘리기 위한 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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