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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좀먹이는 자는 누구인가

의대생뉴스
발행날짜: 2014-07-11 10:57:55
입학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예과생 시절, 친하게 지내던 본과 선배가 충격적인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예전부터 흉부외과의의 길을 가고 싶은데 다른 학생들이 공부를 못해서 흉부외과에 가는 것이 아니냐는 조소를 보낼까봐 걱정이라는 말이었다. 물론 그 선배는 성적이 나쁜 편도 아니었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고작 그런 걱정이 오래 전부터 생각해둔 로망을 막을 수 있냐고 반문했지만 그 선배는 졸업할 때 까지도 그런 말을 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선배는 그 진로를 택해 열심히 꿈을 키워가고 있다. 반면 나에게나 혹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그 충격은 이제 더 이상 충격이 아니다.

작년에 다른 선배는 한 해에 20~30명을 뽑는 색다른 전공을 선택했다. 재학생들 사이에서는 어떤 인기과를 하고 싶었는데 경쟁자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택했다는 소문이 확실한 듯 퍼져나갔다. 나 또한 의심의 여지도 없이 소문을 믿었다. 정작 사실은 달랐다. 그 선배는 오히려 성적도 경쟁자보다 더욱 좋았고 그 전공은 애초부터 가장 우선순위에 두던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그 선배의 성격대로라면 당연히 많은 고민 끝에 스스로 결정을 내렸을 것이었는데, 이미 시류가 된 다수의 편견 섞인 평가에 나도 눈이 멀어버렸음을 알았다.

이제는 '피안성'이나 '정재영'과 같은 말은 뉴스에 나올 정도로 보편적인 단어가 되었다. 어찌됐건 전공과목을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에 따른 경쟁이 있음에 따라 선호도 차이는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선호도가 높은 쪽이 정답이고 낮은 쪽이 오답은 아닐 지언데, 학생들은 이미 마치 상식인 양 받아들이고 있다. 오죽하면 인기과 입성에 성공한 선배는 얼굴도 비추지 않던 동아리 모임에 나와 떵떵거리고, 비인기과를 택한 선배는 피해의식을 갖고 자조 섞인 목소리를 갖는 경우도 본다. 이대로라면 어떤 전공이라도 소신껏 지원한 사람은 헛소문이 신경 쓰이고 주변의 눈초리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신입생 시절에는 다들 꿈을 이야기 했다. 그 땐 외과의부터 기초의학자까지 꽤 다양한 스펙트럼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점차 학년이 올라가고, 주변 이야기도 듣고, 의료계의 이야기도 간간히 주워 담다 보니 모두 비슷한 곳만 바라보게 되었다. 마이너가 어떻고 미용이 어떻고, 비보험이 어떻고 수가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의료계의 현 세태가 이 상황을 고착시키면 했지 반전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긴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꿈꾸는 바보'를 진짜 바보로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교수나 혹은 그와 비슷한 연배의 의사 선배들은 종종 예전엔 어떤 과가 인기가 많았다라는 말을 해준다. 보통 그 말의 의도는 다들 크게 다르지 않다. 첫째는 예전과 다른 요즘에 대한 감상, 더 나아가면 지금은 그러한 과들이 인기가 급격히 떨어진 것처럼 10년 뒤에는 지금과 비교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충고다. 그 충고에 대한 학생들의 평은 서로 극단인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충고대로 나중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측이 있고 반대로 이제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측도 있다. 정답은 시간밖에 모른다.

하지만 꿈을 향한 도전을 내팽개치고 아등바등 시류에 합류하려는 노력만을 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아 보인다. 학생이 쌓아야 할 것 중에는 지식만이 아니라 열정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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