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선택진료비 제도 개선을 앞두고 보건복지부와 일선 병의원들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수가 조정방안을 두고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여전히 선시행 후보완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 앞으로 다가온 선택진료비 개선…좁혀지지 않는 의견차
현재 가장 큰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분은 당장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선택진료비 제도 개선방안이다. 실제로 복지부가 마련한 설명회에서도 이 문제는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올해 변경되는 선택진료 제도 개선은 현재 선택진료비를 65%까지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진료항목별 20%~100%까지 가산되던 항목들을 15%~50%로 가산 비율을 줄이는 것이다.
이에 대한 손실분을 보전하기 위해 복지부는 고도 수술과 처치 등 1602개 항목에 대해 평균 50%까지 수가를 인상하기로 했으며 7개 질병군 포괄수가도 2%~12.5%까지 올리기로 했다.
복지부는 인상된 수가를 적용할 경우 선택진료비 축소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의 110%까지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병원계와 학계도 분명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갈등의 이유는 뭘까.
우선 손실분을 보전하기 위한 항목 자체가 고도 수술과 처치에 치중돼 있다는 점이다. 결국 선택진료비는 거의 모든 대학병원에서 축소되지만 수가 인상분은 일부 병원에만 돌아간다는 점이 불만인 셈이다.
실제로 A대학병원 관계자는 "신설되는 다학제 진료 수가 등은 극히 일부 병원에서만 받을 수 있는 항목에 불과하다"며 "이들 병원에 수가 인상분이 몰려 흑자가 발생하고 다른 병원들은 이에 대한 적자를 떠안는 상황이 올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소 대학병원·전문병원 직격탄…"형평성 어긋 난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중소 대학병원과 전문병원에 직격탄이 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불만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종합병원만 해도 100병상부터 800병상까지 병상 규모별로 손실 차이가 큰데다 전문병원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일부 상급종합병원보다 고도 수술과 처치를 많이 하고 있지만 종합병원이라는 한계로 수가에서 불이익을 보고 있다"며 "상급병원 지정시에는 지역별 안배를 하고서 수가 가산은 전국 단위로 지원하면 어쩌란 말이냐"고 비난했다.
특히 선택진료비 손실에 대한 수가 보전분이 선택진료를 하지 않던 병원들에게까지 지원된다는 것도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아무리 100% 이상 손실분을 보전한다 해도 이렇게 되면 결국 누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선택진료는 분명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시행되던 제도인데 이번 수가 인상분은 선택진료를 하지 않던 병원에도 지원되는 것 아니냐"며 "결국 100% 이상 손실을 보전한다 해도 이렇게 새어나가는 금액으로 인해 적자를 보는 병원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종합병원 중 상위 그룹과 상급종합병원 하위 그룹은 사실상 진료 행태 등에서 차이가 없다"며 "하지만 종합병원이라는 이유 만으로 불이익을 보게 되니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전문병원들의 불만은 더욱 더 크다. 정부가 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서는 개편안에는 전문병원에 대한 내용이 한줄도 나오지 않았다는 배신감이다.
C전문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한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라며 전문병원을 지정해 놓고 제도 개선에서는 완전히 찬밥 취급을 하고 있다"며 "선택진료비를 축소하고서는 외과 분야의 수가만 올리면 우리 같은 산부인과 전문병원들은 이 적자를 어떻게 보전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같은 병원내에서 진료과목별로 일고 있는 갈등도 풀어야할 문제다. 수가 인상이 외과 계열에 치중되면서 내과계의 타격이 불가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복지부가 내놓은 수가 인상안은 고도 전문 수술과 처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일부 진료 지원과의 항의로 기능검사 등 일부 항목이 조정되기는 했지만 극명하게 한 분야로 치중된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내과계는 선택진료 수익을 뺏기고도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다.
내과학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것은 더 분석을 해봐야 겠지만 내과 과목별로 10%~20% 이상 손실폭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내과는 세부 전공이 다양해 선택진료의사수가 많았다는 점에서 완벽한 직격탄을 맞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만약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병원 입장에서는 내과적 치료가 가능하다 해도 수술과 처치를 유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결국 또 다시 기형적인 의료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선시행 후보완' 원칙 고수 "6개월 뒤에 다시 얘기하자"
병원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선시행 후보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손실분과 문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우선 6개월 동안 시행한 뒤 다시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다.
복지부 관계자는 "선택진료비 축소 금액인 2조3000억원에 대한 손실분을 종별로 나누다 보니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모든 것이 추정치에 불과한 만큼 세부적으로 조정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합병원 6개 기관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손실금이 ±20% 정도였다"며 "이는 바로잡아야 하는 부분이 분명한 만큼 6개월 후 손실 부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심평원내에 모니터링 팀을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미 제도가 시행된 후에는 이를 바로잡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병원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선시행 후보완의 원칙이 적용된 예가 있냐는 불만이다.
D대학병원 관계자는 "물론 모든 병원의 손실분을 보전할 수는 없겠지만 이미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대학병원급 종합병원에 대한 대책은 세우고 제도를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6개월 뒤에 수가를 조정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과연 대책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미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의 총액이 결정된 상태에서 수가 인상 항목을 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병원도 많다.
이미 수가가 인상된 항목을 줄이거나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반문이다.
E대학병원 관계자는 "이미 6개월 동안 수가를 지급하던 항목이 있는데 이를 축소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결국 6개월 후에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예산을 마련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은 단순히 선택진료비에 대한 개선보다는 76%에 불과한 수술의 원가 보전율과 159%에 달하는 검체검사 보전율과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등의 수가 체계 전체에 대한 재조정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이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며 수조원의 금액을 조정하고 있는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병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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