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위 자리가 제도 취지에 맞게 장기 근무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건복지부 한 공무원은 전문직위 시행 후 변하지 않은 관료사회의 경직성을 이같이 표현했다.
복지부는 현재 보건의료 59개와 복지 26개 등 부서별 85개 자리를 전문직위로 선정, 운영 중이다.
의료단체 집행부와 학회 임원진은 만나면 매번 복지부의 인사 관행에 대한 푸념이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이들은 의료정책이든 의료행위와 전문의약품 수가 문제든 복지부 사무관이나 과장을 이해시켜 개선됐나 싶으면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의료정책과 건강보험 정책에서 전문가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이유도 원칙 없는 인사 관행이 일조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평균 2년을 원칙으로 짧게는 1년 이내 수시로 인사이동이 있다 보니 불거진 현안을 제외하곤 논의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직위제는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안행부 지침에는 장관도 전문직위 사무관이나 주무관을 4년 이내 다른 직위로 전보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안행부 지침에 규정되어 있는 전문직위 전보 예외규정 사항.
문제는 전문직위제의 실효성이다.
지침에는 전문직위 전보제한 예외사유로 ▲기구개편 또는 직제, 정원 변경 ▲해당 직위에서 승진 및 강임,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 ▲근무 중 1회 이상 근무성적 최하위 평점을 받은 경우 ▲소속 장관이 다른 기관으로 전직, 전보된 경우 등을 나열했다.
이를 적용하면, 전문직위 사무관이 서기관으로 승진 또는 부처 내부 조직이 신설되거나 장관이 교체될 경우 인사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동안 복지부의 전례를 볼 때 전문직위 근속기간이 그대로 유지될지 불투명한 게 현실이다.
한 공무원은 "전문직위라도 승진이나 장관 교체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현재와 같은 인사 관행이 지속된다는 것"이라면서 "무늬만 전문직위일 뿐 전문성을 높일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전문직위로 발령된 공무원도 "의료분야가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단시간 내 전문성을 발휘하긴 쉽지 않다"며 "별도 수당이 있긴 하나 2년 미만은 7만원에 불과해 메리트도 사실상 미비하다"고 귀띔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전문직위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현장근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료계는 공무원 전문성 제고 방안으로 의료현장 근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문형표 장관이 지난 8월 에볼라 방역대비 인천의료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사진제공:복지부 홈페이지)
의료단체 관계자는 "사무관 발령 후 국공립병원과 제약업체 등 보건의료 현장 근무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장에 답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토대로 정책을 수립해야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복지부도 전문직위제의 문제점을 인지하는 분위기이다.
인사과 관계자는 "시행 초기이다 보니 전문직위제 안착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내년 초 내부 의견수렴을 통해 자리 배치와 운영 방안 등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공무원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전문직위제가 형식에 그친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자칫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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