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 복지위원회는 오늘(20일) 오후 2시 법안 소위를 열고 피신청인의 동의 없이 의료분쟁 조정을 개시할 수 있도록 한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도 심사대에 오른다.
오 의원의 법안은 신청인이 조정을 신청하면 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조정신청이 접수되기 전에 해당 분쟁조정사항에 대해 법원에 소가 제기된 경우나 법 시행 전에 종료된 의료행위 등으로 인해 발생한 의료사고에 해당하는 경우 등에는 조정신청을 각하하며, 조정신청을 개시하는 것에 대해 부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신청인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의료분쟁 조정법은 중재위에 조정을 신청해도 병원에서 거부하면 조정절차를 개시할 수 없다. 현행법상 의료기관의 동의에 따라 의료분쟁 조정 여부가 결정되는 탓이다.
그러나 이점은 바꾸어 발하면 환자가 의료 분쟁으로 병원에 문제를 제기한 경우 역으로 의료 기관이 의료 분쟁 조정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경우에 환자가 거부하면 조정 절차를 개시할 수 없다.
국회에서 심의할 오제세 법안에 따르면 신청인이 조정을 신청하면 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하되, 조정신청이 접수되기 전에 해당 분쟁조정사항에 대해 법원에 소가 제기된 경우나 이 법 시행 전에 종료된 의료행위 등으로 인해 발생한 의료사고에 해당하는 경우 등에는 조정신청을 각하하며, 조정신청을 개시하는 것에 대해 부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에 해당하는 경우 피신청인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안 제27조).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분쟁 조정률을 높일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현행법이 2012년 4월 8일 시행된 이래로 한국의료분쟁조정원은 의료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정중재업무를 시작해 2013년 3월 말 현재 법이 시행된 지 2년 만에 2012년 의료중재원이 출범 첫해의 두 배, 올해는 지난해의 두 배에 이르는 문의가 쇄도했으며 올해만 850건의 의료분쟁을 진행하고 있다.
더구나 조정 개시비율은 조정 신청된 804건 중 40.2%가 조정 개시됐음을 볼 때 법률로 조정을 강제할 이유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안정적인 조정 개시가 정착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강제로 조정을 한다 할지라도 강제로 조정에 들어간 경우의 조정 결과에 불복하는 경우가 더욱 커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의료 기관이 강제로 의료 분쟁 조정 절차에 들어가야 하는 것과 동시에 환자의 의료 분쟁 등의 불만 제기 시 의료 기관이 의료 분쟁 조정 신청을 하면 환자도 당연 조정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에 조정 절차를 응하지 않기 위해서는 민형사상 소송으로 가는 방법 밖에는 없게 된다. 바꿔 말하자면 민 형사 소송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기가 쉬울 것이다.
의료분쟁조정제도의 본래 취지는 피해자와 의료인간 원활한 조정·중재를 도모하는 데 있는 것이지 소송 이외의 또 다른 조정·중재 관련 강행제도를 두는 것은 아니다.
조정 당사자가 조정에 응할 의사가 전혀 없는데 조정절차 진행을 강제하는 것은 조정 피 당사자의 권리를 국가가 침해하는 것이다. 조정의사가 없는 사항을 강제할 경우 오히려 소송과정 이전에 거치는 단계만을 추가하는 결과만 초래해 궁극적으로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조정절차 강제화는 소송 과정 이전에 반드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중재를 거치도록 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전제돼야 한다. 이 경우 또한 당사자들의 소송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강제조정절차 개시를 위한 법률 개정보다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전액 국가 부담 등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통해 의료기관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강제 조정이 결정돼 법률이 개정된다면 의료계는 의료 분쟁 조정법 전면 거부에 나서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경우 오히려 의료 분쟁 조정법자체가 무력화되고 의료 분쟁 조정원의 존재 이유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국회 보건 복지위원들의 현명한 결정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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