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 서남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1995년 의대 신설부터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던 서남대 의과대학이 20년만에 결국 문을 닫고 명지의료재단의 품에 안겼다.
이에 따라 부실 교육의 온상으로 낙인 찍혀 의학계의 공공의 적으로 불리던 서남의대가 과연 정상화 수순을 밟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남의대 20년 역사 마감…끝없는 논란의 세월
교육부가 임명한 서남대 임시 이사회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서남대학교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명지의료재단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서남대는 명지의료재단과 본격적인 인수 절차를 위한 준비에 들어가게 되며 교육부의 승인이 나는대로 매각 절차를 밟게 된다.
매각 절차가 끝나면 서남대는 20년 동안 이어온 영욕의 역사를 마감하게 된다. 인수자인 명지병원의 입장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대학명을 사용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1995년 전북 지역 의료계를 위한 자원 확보를 목표로 설립된 서남의대. 그 20년 세월은 끝없는 논란의 연속이었다.
서남의대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 직후 설립됐다.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영삼 정부는 지역 균등 발전을 주창했고 서남의대를 비롯해 강원의대와 대구가톨릭의대, 건양의대의 설립을 허가했다.
물론 이들 대학 모두가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것은 아니다. 신설의대 중 성균관의대, 울산의대 등은 풍부한 자본으로 급성장을 이뤘고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일류 대학들과 견줄만큼 성장했다.
문제가 된 것은 관동의대와 서남의대였다. 서남의대는 설립 직후부터 부실 교육 논란에 휩쌓였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인증조차 거부하며 부실의대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서남의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의평원 인증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마이 웨이를 지속했고 이 베짱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됐다.
서남의대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수련병원인 남광병원의 몰락이 단초가 됐다.
병원신임위원회는 2011년 남광병원이 전속 전문의는 물론, 환자 진료실적과 병상 이용률이 부족하다며 수련병원 자격을 박탈했다.
실제로 당시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서남의대의 상황은 처참했다. 병상 이용률이 2.8%에 불과했으며 연간 내원 환자수가 300명에 불과했다. 수련병원이라도 볼 수 없는 지경이란 뜻이다.
남광병원의 수련병원 탈락은 서남의대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전공의 수련은 물론, 학생 실습교육 또한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남의대 학생들은 떠돌이 실습을 받아야 했다. 남광병원에서 떠난 학생들은 광주 보훈병원으로 실습을 나갔지만 이 또한 조건에 맞지 않았고 다시 광주 기독병원으로 떠돌았다.
몇년 후에야 겨우 서남대와 예수병원이 임상실습교육 협약을 체결하며 그나마 떠돌이 실습을 멈출 수 있었지만 이미 부실 의대라는 낙인은 피할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후에 일어났다. 교육부가 부실 교육에 대한 정황을 파악하고 서남대에 대한 특별감사에 들어간 것이다.
교육부는 감사를 통해 서남대가 의대 실습 교육 이수 시간을 두배 가까이 부풀린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학점을 모두 취소할 것을 주문했다. 부실 교육의 전말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로 인해 이미 졸업한 학생 134명은 학위가 취소될 위기까지 놓였으며 재학생들 또한 재수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를 빌미로 교육부는 더욱 강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감사 처분을 이행하지 못하는 이유를 들어 폐교를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서남학원은 즉각 감사결과 통보 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법원이 일부 손을 들어주며 폐과의 위기는 넘겼다. 하지만 법원 또한 감사 처분은 이행해야 한다고 선을 그으면서 의대의 존폐가 흔들리는 상황에 빠졌다.
이러한 가운데 설립자인 이홍하 이사장이 법정 구속되고 교육부가 임시 이사회를 통해 매각 절차를 서두르면서 서남의대는 결국 새 주인을 맞게 된 것이다.
명지병원 대학병원으로 승격…서남의대 인증 평가 청신호
서남대가 우여곡절 끝에 명지의료재단의 손에 들어가면서 명지병원은 단숨에 대학병원으로 발돋음 하게 됐다. 관동의대와 손을 놓은지 2년만에 일이다.
이에 따라 협상 절차가 마무리되면 명지병원 소속 의사들은 다시 교수 직함을 달게 되며 학생 교육에도 참여하게 된다.
이는 곧 명지병원의 격상을 의미한다. 명지병원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명지병원 관계자는 "명지병원의 의료의 질은 이미 대학병원 수준"이라며 "서남의대, 간호대를 통해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명지병원에게도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남대도 한시름 놓기는 마찬가지다. 서남대는 부실 교육의 온상으로 꼽히며 의료계에 끝없는 논란을 일으켜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수년동안 관동의대 학생들을 지도해온 교수진과 더불어 실습에 필요한 기자재와 시스템을 간직하고 있는 명지병원은 서남대의 훌륭한 구원 투수가 될 수 있다.
특히 서남의대의 가장 큰 현안인 의대 인증 평가를 받는데도 청신호가 켜졌다.
서남의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의과대학 인증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과 의학계의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이를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평원이 교육부가 지정하는 공인 평가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더이상은 의대 인증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관련 법령에 의거해 공인 평가 기관의 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 졸업생은 국가고시 응시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에 의대 인증을 받지 못하면 의대로서 기능을 잃는다는 뜻. 이로 인해 서남대도 인수 조건으로 의대 인증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수차례 관동의대의 의대 인증을 준비했던 명지병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서남대에게 단비가 될 수 있다.
서남대 재정 정상화가 관건…갈등 봉합도 숙제
이처럼 서로에게 윈윈도 가능하지만 아직 남겨진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서남대 정상화를 위한 방안들이 무리없이 추진될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실제로 이번 인수전에서 명지병원의 최대 핸디캡은 불안정한 재정상태였다. 2013년 회계 결산자료 상으로만 부채가 25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명지병원은 부채보다 순 자산이 많아 문제가 없으며 향후 3년간 최소 800억원 이상을 서남대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에 대한 현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결국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대학 정상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풀어내는 것도 서남대와 명지의료재단이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인수전이 4파전으로 진행되는 순간부터 최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때 까지 서남대 인수에 대해서는 수많은 잡음이 발생했다.
정치권은 물론, 서남대 학부모와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과 지역 사회에 이르기까지 누가 인수에 적절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러한 상황에 부담을 느낀 서남대 이사회가 두차례나 인수 대상 결정을 미루면서 이에 대한 배경을 놓고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 상태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이후에도 논란과 갈등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과연 서남대를 품에 안은 명지의료재단이 이러한 우려와 갈등을 풀어내고 서남대를 반석위에 올려 놓을 수 있을지에 의료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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