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억울했던 것일까.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인선 논란의 장본인이 된 이진석 교수가 스스로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이진석 교수는 '반 의료계' '반 의사 정책' '좌파'라는 꼬리표에 대해 수 차례 "억울하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의협 연구조정실장에 임명된 만큼 의협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29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에 임명된 이진석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의협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정면돌파했다. 의협이 인선을 발표한 지 불과 하루만이다.
앞서 의협은 5월 1일부터 3년의 임기가 새롭게 시작되는 제39대 의협 집행부 임원 명단을 확정했다.
문제가 된 것은 의료정책 전문가 자리에 이진석 교수를 영입했다는 점. 의료계 정책개발 강화와 싱크탱크 역할을 위해 이 교수를 영입했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이 교수가 과거 총액계약제, 주치의제, 포괄수가제 강화, 무상의료 운동 등을 주장하며 의사들의 심기를 불편케했다는 점에서 평의사회 등 의료계는 임명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먼저 이진석 교수는 자신을 둘러싼 세간의 의혹 대부분이 '오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한 사람의 의사로서 의사의 대표조직인 의협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불과 하루만에 갑자기 인사 논란이 불거져 당혹스런 심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나이가 그리 많은 건 아니지만 과거 젊었을 때 발언이나 행보를 보면 다분히 급진적이던 것이 사실이다"며 "어떤 부분은 진위와 달리 이해되거나 해석된 적도 있고, 여러 경험이 쌓이고 한계에도 부딪히면서 생각이 바뀐 부분도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진석 교수는 "일각에서 '반 의사'적이라는 평가가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연구소 활동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며 "어떻게 하는지 보고 향후 판단해 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의료계 의사들의 일반 상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 향후 연구조정실장의 직책에 맞는 성과로써 본인의 철학이 일반 의사들의 상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저수가 문제 공론화에 누구보다 앞장섰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이진석 교수는 "좌파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생각이 많다"며 "최근 몇 년간 정책연구자들 중 본인만큼 저수가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없다고 단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종 정책 토론과 신문 칼럼 등에서 저수가 문제를 일관되게 문제 제기했다"며 "원가 보다 낮은 수가 때문에 의사들이 비보험진료에 나서고 있지만 교과서적인 진료로는 정상 경영이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지만 의료 질과 관련한 비난은 의사들이 다 받는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저수가가 의사와 국민의 신뢰 무너뜨리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적정 수가는 바람직한 의료제도를 위한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주장을 기회가 될 때마다 주장했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급진적이던 당시에는 이런 생각을 못했다"며 "건강보험 정책과 의료 현안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선대, 동료, 후배들 이야기 들으며 의료의 구조적, 본질적 문제에 눈을 떴다"고 덧붙였다.
의료정책연구소의 기조 변화가 우려된다는 우려도 기우라고 일축했다.
이진석 교수는 "의협 차원에서 지금까지 유지한 기조가 있고, 연구조정실장이 연구소의 기조를 바꿀 만큼 결정 권한이 있는 자리도 아니다"며 "연구소의 정책연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도 위원회 논의를 거쳐 정한다"고 우려를 불식했다.
그는 "의사의 권익과 국민의 이익이 본질적으로 상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충돌하는 가치를 본질적으로 일치시키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것은 국민 건강권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다"며 "불합리한 의료제도의 피해자는 1차적으로 환자와 국민이기 때문에 불합리한 의료제도 바로잡는 것이 국민, 의사 입장에서 서로 윈윈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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