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의사 A씨는 최근 P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혐의로 경기지방경찰청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A씨에게 내민 근거는 제약사가 경찰에 제출한 범죄일람표와 영업사원 진술.
범죄일람표는 제약사가 만든 리베이트 장부를 지칭하는 말로 리베이트 수사를 하거나 행정처분이 내려질 때 수사당국과 정부가 단골로 활용하는 근거 자료다.
A씨는 메디칼타임즈와 통화에서 "생전 처음 경찰 조사라는 것을 받다 보니 황당하고 당황스러움이 앞섰다. 조서를 쓰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그 자리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리베이트를 받지 않았음에도 조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채 서명하고 나왔다"고 털어놨다.
리베이트를 받지 않았다는 의사 A씨.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P제약사의 범죄일람표.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P제약사 리베이트 연루 의사들의 상담을 맡고 있는 대한의원협회 이동길 법제이사(법무법인 나눔 변호사)는 의사들의 입장과 경찰의 자료가 엇갈리는 세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의사들이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든지, P제약사 영업사원들이 배달 사고를 냈든지, 아니면 P사에서 장부 자체를 가공했든지 등이다.
이런 이유로 경찰이 소환조사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범죄일람표는 어디까지나 '자료'일뿐 맹신은 금물이라는 것이 이동길 법제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P제약사 건과 관련해 약 150명의 의사와 상담했다. 리베이트를 아예 받지 않았다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사람도 금액이 범죄일람표에는 3배 정도 부풀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일람표는 수사를 위한 최소의 기초자료다. 이를 근거로 수사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범죄일람표가 당연히 옳다는 선입견은 안 된다. 범죄일람표는 수사를 위한 가이드라인 정도이지 증거는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영업사원의 진술 또한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이 법제이사는 "영업사원들은 근무일지를 작성하는 데 스스로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 것"이라며 "근무일지라면 또 모르겠지만, 단순 진술을 리베이트 혐의 수사를 위한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과 정부가 리베이트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제약사의 범죄일람표를 일방적인 증거로 활용하는 분위기도 없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
이 법제이사는 "관례대로라면 범죄일람표에 나온 금액이 그대로 적용돼 처벌이 이뤄졌다. 이는 문제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증거가 될 수 없는 자료들이기 때문에 형사소송 원칙에 따르면 당연히 무죄가 돼야 하는데 의사는 당연히 리베이트를 받겠지 하는 인식과 제약사의 일방적인 근거로 죄를 확정 짓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주지도 않았는데 줬다고 기록을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여러 주장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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