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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역전의 용사들 "정부 후속대책, 벌써부터 걱정"

발행날짜: 2015-07-02 05:39:28

병협 주최 병원장 회의서 우려 제기…보건부 독립도 주장



이기병 평택성모병원장: 메르스 사태로 자진휴원을 선택하면서 경영난이 극심하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폐쇄조치가 아닌 자진휴원이라는 이유로 보상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한설희 건국대병원장: 당장 병원 폐쇄한 입장에선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당장 월급 지급이 어렵다.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박창일 건양대병원장: 메르스 사태로 인해 손실이 크지만 한가지 얻은 게 있다면 의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를 좋은 계기로 삼아야한다.

이기병 평택성모병원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해 정부 후속대책 건의안을 제시했다.
지난 1일 오후 대한병원협회 대회의실에는 메르스 사태 중심에 있었던 여러 병원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병협 주최로 열린 '메르스 대책 관련 병원장 회의'에서 정부에 후속대책을 제안하기 위해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병원장들은 최근 정부가 제시하는 후속대책 방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실질적인 지원책을 요구했다.

메르스 1차 진원지가 된 평택성모병원 이기병 병원장은 "초기에 막지못해 죄송하다"며 입을 뗀 후 "메르스 감염 확산을 막고자 병원 문을 닫았음에도 감염관리 미흡 등을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는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 손실에 대한 보상은 커녕 행정처분을 우려해야하는 상황이라는 게 그의 전언이다.

실제로 평택성모병원은 자진휴원이라는 이유로 복지부 보상대상에 해당하지 못했다.

이어 건국대병원 한설희 병원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병원 폐쇄조치로 환자가 제로 상태로 당장 경영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지방세 감면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게 아니라 아예 감면해주는 방안을 제안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메디칼론과 관련해서도 저금리가 아닌 무이자 대출을 검토해 줄 것을 제안했다.

한설희 병원장은 최근 의료진 임금삭감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자원한 교수에 한해 진료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일 뿐 전공의, 간호사들의 급여는 모두 지급했다"면서 "해당 의료진의 동의하에 진행했음에도 한순간에 몹쓸 병원이 돼 있더라"며 토로하기도 했다.

부산 좋은강안병원 구정회 이사장은 경유병원, 코호트 격리병원, 헛소문으로 진통을 겪은 병원 등 병원별로 손실 규모와 상황이 다른 만큼 그에 맞는 보상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메르스 사태가 진화된 이후 사후대책에서 응급실 기준 및 병실 구조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거나 감염내과 전문가를 둬야한다는 등 병원계를 옭죄는 정책만 쏟아내는 게 아닌가 우려했다.

그는 "정부의 사후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면 의료계가 단합해 문제를 제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창일 건양대병원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해 병협에 대국민홍보를 강조했다.
보라매병원 윤강섭 병원장은 "이번 기회에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독립하는 안을 추진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시만 해도 복지 예산이 6조일 땐 보건 예산은 600억원에 불과한 게 현실. 보건분야를 강화하려면 보건부를 독립하던지 차관이라도 별도로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병원장은 "메르스 환자가 스쳐간 이후 환자는 30%감소가 아니라 평소 환자 수의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창일 건양대병원장은 구제역 당시 피해농가에 1조 5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보상한 것과 비교하며 메르스 사태에 따른 병원들 손실액 규모는 160억원에 그치는 것은 한국 의료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상근 병협회장은 "병협의 기본적인 입장은 직간접 피해 의료기관 모두 보상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라며 "직접피해병원은 직접 피해보상을 해주고 간접적 피해가 있는 병원은 손실이 회복될 때까지 보상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지부 장관과 만나 얘기하는 자리에서는 물론 오는 7일 국회에서 열리는 메르스 정책과제 긴급진단 토론회에서 오늘 제기된 문제점을 충분히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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