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삼성서울병원이 수장 교체를 필두로 쇄신 작업에 착수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합리적'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권오정 교수를 신임 원장으로 발탁한 것을 감안할 때 급진적 쇄신보다는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는 것으로 보인다.
기획실장·학장 역임한 권오정 원장 "합리적이고 신중한 인물"
권오정 신임 원장
삼성생명공익재단은 12일 삼성서울병원 제10대 병원장으로 호흡기내과 권오정 교수를 내정했다. 이에 따라 권 원장은 오는 15일 발령을 거쳐 정식 병원장으로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권 신임 원장은 1982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친 뒤 1991년부터 삼성서울병원행이 확정된 삼성서울병원의 사실상 개원 멤버다.
서울대병원 전임의로 재직 시절 삼성서울병원 이직을 확정짓고 삼성 해외 연수 의료진 1호로 영국 왕립 브롬턴병원에서 연수를 했으며 개원과 동시에 교수로 삼성서울병원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에도 그는 로열로드를 걸어왔다. 1997년 호흡기내과 정교수가 된지 3년만인 1999년 호흡기내과 과장을 맡아 6년이나 활동했고 이후에는 삼성서울병원 기획실장을 역임했다.
특히 기획실장으로 병원일을 보면서도 2011년부터 성균관의대 학장으로 후학 양성을 책임져 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에는 삼성그룹에서 최고 영예로 불리는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권 신임 원장이 이끄는 삼성서울병원은 어떠한 모습일까.
개혁보다는 조직 안정과 내실화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재단에서도 그러한 역할을 맡기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그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합리적', '신중한'으로 압축된다. 개혁의 기수 보다는 치세에 어룰린다는 뜻이다.
특히 53세 나이에 삼성서울병원장을 맡아 '젊은 원장'으로 개혁을 이끌던 송재훈 원장이 물러난 자리에 선배인 권 원장을 임명한 것도 재단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같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울의대 동문인 A교수는 "학부때부터 매우 영민하고 진중한 사람이었다"며 "늘 신중하고 차분했으며 교수가 된 이후에도 한결같은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동문인 B교수는 "아무리 후배라도 늘 의견을 들어주고 논의해 가는 합리적이고 덕이 있는 사람"이라며 "원장이 되어서도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합리적으로 병원을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직속 후배인 C교수도 같은 이야기를 꺼내놨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유비'와 같은 인물이라는 평가다.
C교수는 "회의에서도, 선배로서 오더를 내릴때도 한번도 큰 소리를 내거나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강력한 리더십보다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해 후배들이 따라오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메르스로 병원이 상당히 어수선하다보니 이를 안정시키고 조직을 재정비할 인물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며 "그러한 측면에서 권오정 원장은 최고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권오정 캐비넷 관심 집중…대대적 인사 개편 가능성 적어
이렇듯 권 신임 원장이 삼성서울병원의 새로운 수장으로 등극하면서 과연 그가 어떠한 캐비넷을 꾸릴지가 또 하나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메르스 사태로 병원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대대적 인사 개편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사태 수습이 원만하게 이뤄졌다는 점과 안정을 추구하는 원장이 취임한 것을 비춰볼때 인사는 시간을 두고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
우선 대대적 인사 개편이 이뤄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 관건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송재훈 원장이 연임한 올해 초 대대적 인사를 진행했다. 1기 임기에서 기반을 갖춘 송 원장이 2기 임기를 시작하며 사실상 전 보직자를 교체한 것이다.
해피노베이션과 비전 2020 등 혁신과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던 송 원장은 이를 뒷받침할 인물을 배치하기 위해 젊은 인재들을 선발했고 이들이 보직 라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이들이 보직을 맡은지 6개월여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대적 인사 개편이 이뤄진지 6개월만에 다시 큰 판을 흔든다는 것은 조직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전 보직자는 "메르스 여파도 있기는 하지만 지금 시점에 인사 개편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원장이 교체됐다고 불과 몇달만에 보직을 뒤짚으면 누가 보직을 맡으려 하겠냐"고 내다봤다.
아울러 송 원장이 진행하던 개혁 작업을 뒤짚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송 원장은 보직을 놓고 평교수로 진료에 매진하게 되지만 권 원장으로서는 그의 사람들을 손보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삼성그룹이 준비중인 경영진단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그룹 경영진단은 3개월여에 걸쳐 병원 전반의 문제점과 대책을 진단하는 강도높은 감사의 한 방법이다.
이러한 강도 높은 감사를 앞두고 보직자를 교체하는 것 또한 조직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인수 인계가 진행되면서 감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임 원장 취임 후에도 인사 개편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송 원장의 사의로 원장이 교체되기는 했지만 인사는 경영 진단이 끝나고 논의되지 않을까 싶다"며 "재단과 그룹의 판단이 중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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