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디자인과도 애완견과도 있는데 유독 사람 생명을 다루는 간호조무사만 전문대에서 양성하지 못하게 합니까. 63만 간호조무사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홍옥녀 회장은 2년 전 타계한 강순심 전 회장을 떠올렸다. 강 전 회장은 이같이 외치며 전문대 간호조무사과 신설을 주장했다.

홍옥녀 회장은 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아침 일찍 고 강순심 회장이 영면하고 있는 납골당에 가서 추모하고 왔다"며 "강순심 전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목숨을 걸고 전문대 사수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업무를 규정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자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입법 저지를 위해 실력행사에 나섰다.

홍옥녀 회장은 단식투쟁에 돌입했으며 4일 오후에는 전국 대표자 200여명이 참여하는 국회 앞 집회를 예고했다. 단식투쟁에는 최경옥 부산시회장, 최승숙 임상위원장 겸 부회장이 동참한다.

간무협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개정 의결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민을 우롱하고 배신한 개악"이라며 "위헌여부를 검토할 수 있도록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심의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간무협이 문제 삼고 있는 법안은 신경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를 설정하고 있다. 해당법안은 지난달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으며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 절차만 남은 상황이다.

간무협은 개정안 내용 중에서도 현재 간호조무사 양성 기관인 특성화 고등학교, 간호조무사학원 등을 법 조항에 규정한 부분을 문제삼고 있다.

2018년 전문대에 간호조무사 관련 학과 신설을 전제로 정부 주도의 간호인력개편을 진행해오던 것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간무협은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을 원천 봉쇄하고 학력을 고졸로 제한하는 것은 이미 2012년 국무총리실 산하 규개위에서 위헌소지가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며 "2년 6개월 동안 전문대 양성을 전제로 추진해 온 간호인력개편의 정책기조를 개정안을 전면 뒤엎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안 심의 직전까지도 간호인력개편방안을 담은 의료법을 개정하기 위해 정부와 간호협회, 간무협이 협의를 지속해 왔다"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더 이상의 정책 추진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홍옥녀 회장은 전문대 간호조무사학과 신설 문제를 직역간 갈등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홍 회장은 "복지부, 국회 복지위 여야 간사실 모두 간호인력개편을 법안 심의에서 다루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달 25일 심야 특정 직역의 요구만 반영해서 법안을 졸속으로 기습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간호조무사를 봐달라는 것이 아니고 명백한 위헌이기 때문에 주장하는 것"이라며 "국회 정의가 실종돼 위헌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63만 간호조무사는 내년 4월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법안 통과 과정을 지켜보며 정치 세력화의 필요성을 느꼈다고도 했다.

홍옥녀 회장은 "법안 관련 활동을 하면서 직종을 대표하는 의원이 국회 안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다"며 "각 지방을 중심으로 정치세력화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